"빗물받이 막혔다" 신고 '폭주'…이틀새 561건
반지하 주택 36% 물막이판 설치 미희망, 계속 설득키로
'성냥갑' 이재민 임시주택 형태 다양화, 올여름 추진 검토
[세종=뉴시스] 변해정 기자 = 안전신문고로 빗물받이 막힘 신고를 받은 지 약 이틀 만에 561건이 접수됐다.
반면 극한 강우 시 대피 시간을 벌어주는 물막이판(차수판)의 설치율은 저조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설치를 독려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정책설명회를 열어 '여름철 풍수해 분야별 대책 추진 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6일 0시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안전신문고에 접수된 빗물받이 막힘 신고는 561건에 달했다. 26일 394건, 27일 18시간 동안 167건 각각 접수됐다.
이는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 기간(25~27일)과도 겹쳐 국민들의 자발적인 신고가 없었더라면 자칫 큰 침수 피해로 이어졌을 수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 일대가 침수됐을 당시 원인 중 하나로 막힌 빗물받이가 꼽힌다.
빗물받이는 빗물을 하수관으로 흘려보내는 수방시설로 쓰레기·흙·담배꽁초·덮개 등으로 막혀 배수가 원활하지 않을 땐 적은 비에도 도로가 침수될 수 있다. 한 번 청소했더라도 빗물에 다시 쓸려 내려와 막힐 수 있는 탓에 상시 관리·점검은 필수다.
국민 누구나 막힌 빗물받이를 발견했다면 안전신문고 홈페이지(safetyreport.go.kr)나 모바일 앱에 접속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첨부하면 된다.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 지자체로 자동 이송되며 그 처리 결과는 신고인에게 문자메시지(SMS) 등으로 알려준다.
이한경 재난관리실장은 "빗물받이는 치워도 비가 오고 나면 다시 또 쌓이므로 수시로 정리를 해줘야 한다. 국민들의 신고가 호우 피해를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침수위험지역 내 물막이판 설치는 계속 독려하기로 했다. 집값 하락과 수해지역 낙인 효과를 우려한 집주인들의 설치 거부 움직임에도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물막이판은 건물의 외부 출입구와 창문에 설치하는 침수방지시설로 노면의 빗물이 들어차는 속도를 늦춰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물막이판 설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 반지하 주택은 3만3697가구다.
그러나 지난 26일 기준 2만1705가구(64.4%)만이 물막이판 설치를 희망했으며 이 중 1만2012가구(55.3%)가 설치를 완료했다. 나머지 9693가구(44.7%)는 다음달 말까지 설치를 끝내기로 했다.
물막이판 설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1만1992가구(35.6%)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설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설치 전까지는 지자체에서 보유 중인 이동식·휴대용 물막이판, 모래주머니, 배수펌프 등 수방자재를 행정복지센터나 이·통·반장 집에 배치해 침수 우려 시 즉시 활용하도록 했다.
침수 경보 시에는 돌봄공무원 등을 통한 대피 지원체계를 가동한다. 자력 대피가 곤란한 장애인·고령자 등 취약계층에게는 대피 조력자를 일대일 매칭한다.
이 실장은 "물막이판 수요가 급증한 데 반해 생산기업의 공급은 제한적이라 애로가 있지만 희망 가구에 한해 가능한 한 빨리 설치할 예정"이라며 "여러 이유로 신청을 주저했다가 우기가 다가오면서 침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설치 희망 가구는 늘고 있다. 신청서가 접수된 순서대로 신속하게 설치하려고 한다. 지난 어느 정부에서도 물막이판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설치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다만 "개인 소유 시설물이여서 미희망 가구에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면서 "계속 설치를 권고하되 (설치 전)인명 피해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침수 우려 시 짧은 시간에 바로 설치 가능한 수방자재를 전진 배치하고 빠른 대피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재해복구사업장 피해 재발 방지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지난 2020~2022년 3년간 풍수해를 입은 공공시설 2만3647건 중 2만1293건(90%)만이 준공됐다. 나머지 2354건(10%)은 아직 복구를 끝마치지 못했다.
지난해 피해 입은 복구 대상으로 좁혀보면 15개 시·도 100개 시·군·구 5640건 중 4330건(77%)만 준공이 끝났다. 복구비로는 1조3243억원이 투입됐다.
행안부는 이달 말까지 4557건(81%)에 대한 준공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소규모 사업장은 대부분 복구가 완료됐으며, 규모가 크고 설계와 행정절차 이행에 장기간 소요되는 사업의 경우 늦어도 내년까지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또 침수로 인명피해 위험이 있는 곳이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침수위험지구)'에 예외없이 지정되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운영한 '취약지역 발굴단'을 통해 지구 지정이 필요한 222곳을 발굴해 이 중 134곳을 이미 지정했다. 나머지 88곳에 대해서는 지구 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실장은 "민원 발생을 이유로 침수(예상)지역이 누락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지구 지정 후 정비사업 시 사전설계검토를 통해 적정하게 지정됐는지를 확인하고 미흡한 경우 보완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풍수해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에게 지원하는 '임시주거용 조립주택'(임시조립주택)를 다양화한다.
현재 임시조립주택은 건축물 모듈(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현장 조립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며, 방·거실·주방 등 기본 시설이 구비된 24㎡(약 7.3평) 규모다. 1~3명일 때 1동, 4명 이상인 경우에는 2동 이상 지원한다.
그러나 이재민의 거주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성냥갑처럼 획일적인 형태로 제공되는데다 세대원이 여럿인 경우 최저 주거 기준에 못 미칠 정도로 협소하지만 불편을 감수한 채 거주해야 해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박천수 재난복구정책관은 "3명이 1동을 쓰기엔 (비좁아)불편하고 인원이 많아 2동 이상 쓸 때에도 공통 공간이 불필요하게 차지한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3명 이상 시 2동을 지원하되 구조를 바꿔 활용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방안을 연구용역 중인데 이번(올여름)부터 (앞당겨) 지원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올해 기상 형태를 단정할 수 없다. 재난 관리는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라면서 "재난에 대한 준비는 과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선제적 대응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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