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피해 ‘주택’ 비중 2년 만에 6배↑···바뀌는 강수 패턴에 ‘도심형 침수피해’ 늘어

박용필 기자 2023. 6.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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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태풍 피해 현황. 행정안전부 제공

지난해 발생한 비·태풍 피해 중 주택 비중이 2년 전에 비해 6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경지 피해는 큰 폭으로 줄었다. 짧은 시간에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형태로 강수 패턴이 바뀌면서 피해 양상도 ‘도심형 침수피해’ 형태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당국은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인한 민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비·태풍 피해액은 모두 5728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천 관련 피해액이 2280억원(40%)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 피해 714억원(12%), 도로 피해 362억원(6%)이었다. 농경지 피해는 2500만원 정도로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눈여겨 볼 대목은 주택 피해액이다. 역대 최장기 장마가 찾아왔던 2020년의 경우 전체 피해액 1조3129억원 중 주택 피해액은 373억으로 전체의 2%에 불과했다. 2년 만에 주택 피해 비중이 6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반면 농경지 피해액은 2020년 562억원에서 지난해 2500만원으로 2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피해유형 비중 변화는 최근 달라진 강우 패턴 탓이다. ‘오랫동안 꾸준히 내리는’ 형태에서 ‘단시간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형태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강수량의 경우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큰 변동이 없는 반면 시간당 50㎜ 이상 집중 강우가 쏟아진 횟수는 2018년 19번, 2022년 25번 등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강수량 자체는 평년(882.4㎜)보다 적은 825.6㎜였지만 시간당 100㎜ 이상의 비가 쏟아진 횟수는 13회로, 평년(4.3회)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녹지가 적고 지면 대부분이 아스팔트나 보도블럭으로 덮여있어 순간 배수용량에 한계가 있는 도심 저지대 등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제공

행안부는 도심형 침수피해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오는 10월15일까지 쓰레기 등으로 막혀있거나 덮개로 덮힌 도심 도로변 빗물받이에 대한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다. 반지하 주택 구역 등 5600곳을 ‘인명피해 우려지역’으로 지정하고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이웃 주민이나 생활지도사 등을 대피조력자로 1대1 매칭시킬 계획이다.

물막이판도 무료로 설치해주고 있다. 그러나 설치비율은 36%에 그친다. 설치 대상인 전국 반지하 3만3697가구 중 물막이판을 희망한 가구는 2만1705가구다. 이중 실제로 물막이판을 설치한 가구는 1만2012가구에 불과하다.

과거 침수피해를 겪었던 지역 등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다만 지구 지정이 필요한 지역임에도 누락됐다가 뒤늦게 발견된 사례가 최근 5개월 간(2022년 10월~2023년 3월) 222건에 달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침수 지역으로 인식돼) 집값이 하락할 우려 등을 이유로 건물 소유주가 세입자에 대한 물막이판 설치를 거부하거나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지정에 반대하는 민원 때문에 자치단체에서 지구 지정을 주저하고 있다”며 “건물 소유주에 대한 설득과 물막이판 확보, 지구 지정 누락 사례 발굴 등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건물주의 차수막 설치 반대로 세입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한 사안”이라며 “저지대 건물이나 주택의 경우 방재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 부회장은 “인구의 80%가 도시에 거주하고 도심 내 지하시설도 많은 한국의 상황에서 변화하는 강수 패턴은 무시할 수 없는 위험인 만큼 녹지 비유을 늘리는 등 이에 대비한 도시 설계나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지자체 역시 재난안전기본법이 부여한 응급조치강제 권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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