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3, 7시간 수면’조언에 “사생활 침해”… 교사 괴롭히는 부모들[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인지현 기자 2023. 6. 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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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A고등학교 3학년 담임 교사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해 보이는 제자에게 '하루 7시간을 자라'고 조언했다가 교장실까지 끌려가 학부모에게 면박을 당하는 일을 겪었다.

2021년 8월 대구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 간 싸움을 말린 교사에 대해 한 학부모가 "학교폭력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며 수시로 문자·전화를 걸어 상습 민원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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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 (6) 학부모 도넘는 간섭에 교육현장 황폐화
수업방해 이유로 자리 옮겼다고
수행평가서 낮은 점수 줬다고…
아동학대 신고에 학기 내내 협박
오누이 초교 3곳 거치는 동안
학부모는 1000여건 악성민원
교장은 퇴직하고 교사는 입원
교사 길들이기 보복성 민폭에
국공립 교사 퇴직 1년새 2배↑

경기도 소재 A고등학교 3학년 담임 교사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해 보이는 제자에게 ‘하루 7시간을 자라’고 조언했다가 교장실까지 끌려가 학부모에게 면박을 당하는 일을 겪었다. 제자의 건강이 걱정돼 안타까운 마음에 건넨 말이었지만, 해당 학생의 보호자는 학교 교장실로 찾아와 사생활 침해라면서 담임을 불러오라고 요구했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상적인 교육활동까지 문제 삼는 민원의 일상화, 교사 및 학교 길들이기를 위한 협박·보복성 민원의 반복 등으로 교육현장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교원단체에 따르면 B초등학교에서는 체육 시간 중 팔을 다친 학생이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 것을 보고 교사가 “앉아 있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가 ‘정서적 아동학대’라는 민원을 받았다. C중학교에서는 교사가 지속적으로 수업 방해를 한 학생의 자리를 교실 앞쪽으로 3일간 이동시켰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일도 빚어졌다.

울산의 D중학교에서는 수행평가 100%인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 보호자가 “객관식 시험을 치르지 않아 성적이 낮아졌고 결국 특목고에 못 가게 됐다”며 학기 내내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했다. 한 교사는 “교직원 회의시간에 인근 학교에서 눈 흘김만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사례가 있었다며 시선이나 표정에도 주의하라는 당부를 들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학생의 문제행동에 따른 교권보호위원회나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시 아동학대 민원으로 맞대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가 학생의 학교폭력을 막지 못했다며 방임을 명목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특정 학생 편을 들었다며 추후 교사의 학폭 처리에 압력을 넣기 위한 수단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식이다. 2021년 8월 대구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 간 싸움을 말린 교사에 대해 한 학부모가 “학교폭력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며 수시로 문자·전화를 걸어 상습 민원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학부모는 주변 교사 4명을 여러 구실로 고소했을 뿐 아니라 정보공개 청구 제도를 악용해 학교 업무 전 부문에 걸쳐 수십 년간의 정보를 요구해 결국 대구교육청이 고발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근거 없고 사소한 민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교권 추락과 더불어 이제는 아이들까지 민원 세례에 가세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교사에게 ‘아동학대로 학교에 민원 넣을 거다’라고 공공연히 운운하는 상황이 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영어 시간에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을 지적하자 “내가 못하겠다는데 선생님이 왜 그러느냐. 학생 그렇게 가르치라고 배웠냐”면서 학생이 난동을 부리는 일도 빚어졌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도 2020년 1197건에서 2021년 2269건, 2022년 상반기까지만 1596건으로 늘었다. 특히 무차별 민원 세례에 회의감을 느끼고 교단을 떠난 젊은 교사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2~2023) 퇴직한 근속 연수 ‘5년 미만’ 국공립 초중고 퇴직 교원은 589명으로, 303명이었던 전년(2021~2022)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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