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이렇게 많았어?” 만악의 근원 볼넷 줄어든 한화, 이제 목표는 4할 승률이 아니다[SS포커스]

윤세호 2023. 6. 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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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들이 지난 27일 대전 KT전에서 승리해 5연승을 이룬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제공 | 한화 이글스


[스포츠서울 | 대전=윤세호기자] “우리가 재미있게 만들면 좋겠어요.”

이변이 아니다. 비시즌부터 계획한 게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다. 마운드 뎁스 향상을 목표로 내부 FA와 외부 FA를 두루 잡았고 트레이드도 했다. 2년 전 통합우승을 이끈 투수 코치도 영입했다. 더불어 투수 출신 학구파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그토록 바라던 계산이 서는 마운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탈꼴찌, 4할 승률을 이상을 응시하는 한화 얘기다.

이제는 누구도 만만히 볼 수 없다. 이전처럼 한화에 맞서 2승 1패 위닝시리즈는 기본, 스윕이 목표도 될 수 없다. 마운드 대결로 경기가 흘러가면, 어느 팀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그만큼 양질의 마운드를 구축했다. 팀 평균자책점 3.99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첫 3점대를 바라본다.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가 원투펀치를 구성하고 특급 신예 문동주가 힘든 시기에서 벗어나 다시 질주하고 있다. 상위 선발라인이 경쟁력을 갖춘 가운데 불펜은 수적으로 우위를 점한다.

한화 펠릭스 페냐가 27일 대전 KT전에서 호투하고 있다. 제공 | 한화 이글스


마무리투수 박상원부터 강재민, 김범수, 이태양, 정우람, 한승주가 승리 공식을 만든다. 박상원과 강재민은 각각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세이브와 최다 홀드를 바라보고 있다. FA 계약을 통해 한화로 돌아온 이태양은 때로는 선발, 때로는 3이닝 이상을 던지는 롱릴리프까지 다양한 옷을 입고 헌신한다. 트레이드로 KIA에서 한화로 이적한 한승혁이 지난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총 1점만 허용했다. 한승혁이 선발진에 연착륙하면 앞으로 더 강한 마운드가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기대했던 모습이다. 한화는 캠프 기간 불펜피칭에서 매일 파이어볼러 쇼를 펼쳤다. 150㎞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수두룩했다. 완성형 투수는 적을지 모르지만 연령대가 낮은 만큼 발전을 통해 팀 전체가 향상되는 청사진을 만들었다. 박승민 코치가 강조하는 적극적인 승부가 투수들에게 이식된다면, 투수들의 강한 구위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였다.

한화 박승민 코치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에서 선발투수 김민우를 살피고 있다. 2023.06.08.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강재민은 지난 27일 대전 KT전에서 홀드를 기록해 팀 승리를 지킨 후 “캠프부터 우리 팀에도 이제는 좋은 투수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투수가 이렇게 많았나?’ 싶은 정도였다”면서 “그만큼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자연스럽게 더 좋아지고 올시즌 결과로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화 강재민이 지난 27일 대전 KT전에서 호투하고 있다. 제공 | 한화 이글스


이어 그는 “박승민 코치님께서 ‘감독과 코치들이 믿고 너를 마운드에 내보내는데 네가 너를 믿지 못하면 안 된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다. 코치님이 공부를 많이 하시고 그만큼 좋은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 무엇보다 나와 같은 사이드암 유형의 투수였으니까 밸런스를 잡는 부분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주시고 있다”고 밝혔다.

KT 투수들처럼 한화 투수들도 이전보다 빠른 승부가 많아졌다. 그만큼 볼넷도 줄었다. 강재민은 이에 대해 “투수마다 차이는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공에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코치님께서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신다. 몰려도 정타가 나오기 힘드니까 빠르게 승부하라고 강조하시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습관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22시즌 한화는 볼넷 602개로 이 부문 최다였다. 2022시즌 뿐이 아닌 2021시즌(673개), 2020시즌(609개)까지 세 시즌 연속 볼넷 600개 이상을 허용했다. 허무하게 주자를 출루시켰고 그만큼 쉽게 위기를 내주고 실점했다. 좋은 야구가 아니고 이길 수 있는 야구도 아니었다. 올시즌은 볼넷 269개로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27일 기준 NC, KIA, SSG가 한화보다 많은 볼넷을 범했다.

하위권 팀이 도약하는 첫 번째 방법은 마운드 안정이다. 한화가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최원호 감독은 좀처럼 목표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리그를 재미있게 만들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한화가 상대에 승리를 헌납하는 승리 자판기가 아닌 모두가 까다로워하는 팀이 됐을 때 리그도 긍정적으로 요동친다. 즐거운 반란이 이어진다면, 4할대 승률에 만족할 필요가 없다. 현재 순위표에서는 9위지만 5위 두산과 4경기 차이에 불과하다.

한화 최원호 감독이 27일 대전 KT전에서 승리한 후 페냐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제공 | 한화 이글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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