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의 기적’은 없었나…피프티 피프티, 내홍 일파만파[SS초점]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중소의 기적’에 균열이 가고 있다. 데뷔 7개월 만에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내홍이 일파만파 번지며 결국 전속계약 분쟁으로 번졌다.
피프티 피프티(키나, 새나, 시오, 아란) 소속사 어트랙트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주식회사 더기버스의 대표 안성일 외 3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고, 28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가운데, ‘중소의 기적’으로 불리며 많은 중소형 연예기획사에게 희망의 불씨가 됐던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싼 내상만 속절없이 깊어지고 있다.
우선 어트랙트에 피소된 더기버스는 어트랙트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프로젝트 관리 및 업무를 수행했던 업체로, 피프티 피프티의 총괄 프로듀서인 안성일이 대표로 있는 회사다.
안성일 대표는 프로듀서 시안(SIAHN)으로 알려진 인물로, 피프티 피프티의 음악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히트곡 ‘큐피드’의 숨은 공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 역시 프로듀서 시안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데뷔 7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한 뒤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자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4월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회를 밝혔다.
당시 곡 작업 과정에 대해 새나는 “시안 프로듀서가 전략적으로 기획, 고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우리에게도 많이 공유해주신다”라며 “다음 앨범도 피프티 피프티만의 색깔이 담긴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시오와 키나 역시 시안 프로듀서에게 처음 ‘핫 100’ 차트인 소식을 들었다고 전하며 그에게 멤버들이 많이 의지하고 있고 친밀한 관계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 ‘외부 세력’의 멤버 강탈 시도가 있었다는 소속사 측 주장이 나오며 시작됐다. 어트랙트는 지난 23일 “소속 아티스트에게 접근해 당사와의 전속 계약을 위반하도록 유인하는 외부 세력이 있다”라며 피프티 피프티의 해외 유통사인 워너뮤직코리아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워너뮤직코리아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어트랙트가 더기버스와 안성일 대표 등을 고소하면서 어트랙트와 갈등을 빚고 있는 쪽이 ‘외부 세력’보다는 ‘내부 세력’이란 쪽에 무게가 실린다. 피프티 피프티가 빛나는 글로벌 성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소속사 내부의 갈등 때문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어트랙트가 멤버 강탈을 시도한 외주 용역업체로 더기버스를 지목하면서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어트랙트는 더기버스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업무를 지체하고, 회사메일 계정 등 그동안의 프로젝트와 관련된 자료를 삭제했다며, 이같은 행위가 업무방해와 전자기록 등 손괴,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더기버스가 해외 작곡가로부터 음원 ‘큐피드’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어트랙트에 저작권 구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고, 본인 및 본인의 회사가 저작권을 몰래 사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어트랙트 측은 “이 외에도 심각하게 의심되는 정황들이 나타나 추가적으로 고소 건이 늘어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갈등 속 27일 오후에는 피프티 피프티 공식 팬카페가 폐쇄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이후 소속사 측은 이 역시 외부 세력에 의한 계정 무단 탈취이며 복구도 완료됐다고 밝혔으나 팬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파만파 커지는 사태 속에서 가장 안타까운 건 역시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다.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2월 발매한 곡 ‘큐피드’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 13주간 오르는 등 영미권에서 두각을 보이며 매주 K팝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눈부신 성과와 달리 이들의 활동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결국 곪았던 속내는 28일 오후 멤버들이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히며 가시화됐다. 28일 오후 피프티 피프티의 멤버 새나, 키나, 아란, 시오는 법무법인(유)을 통해 “멤버 4인은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지난 19일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라고 밝히며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피프티 피프티 측은 투명하지 않은 정산과 멤버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소속사가 일방적으로 활동을 강행하려 했던 점을 들어 어트랙트가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어트랙트가 ‘외부 세력에 의한 강탈 시도’라며 멤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며 멤버들은 큰 실망과 좌절을 했다”라며 “이는 어떠한 외부 개입 없이 4인의 멤버가 한마음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데 수십, 수백억원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하이브, SM, YG 등 대형 기획사가 아닌 신생 중소 기획사에서 피프티 피프티와 같은 사례가 나오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피프티 피프티의 선례를 보면서 희망을 품은 회사들이 많았는데 일련의 사태를 보며 안타까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 가요계 홍보 관계자는 “노래의 글로벌적인 히트에 비해 아직 신인으로서 그룹과 멤버 개인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같은 기세를 이어받아 활발한 방송 출연, 홍보 활동 등이 뒷받침 돼줘야 하는데 활동 공백기가 길어져 아쉬움이 크다. 현재 가장 답답한 것 역시 당사자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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