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연패 몰락’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이 안보인다

정세영 기자 2023. 6. 2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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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4강을 일궈냈던 한국 여자배구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대표팀은 27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불가리아와의 3주차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3(22-25 18-25 26-24 15-25)으로 졌다.

대한배구협회는 도쿄올림픽이 끝난 후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의 재계약이 불발되자 당시 수석코치였던 세사르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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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L 약체 불가리아戰 1-3 패
홈에서도 승수 못올리고 무릎
‘베스트’ 구성못한 세사르 감독
선수교체·데이터 활용 낙제점
“선수들이 적응 못한다” 변명만
부업에만 신경쓰다 ‘화’ 자초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27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 3주차 불가리아와의 홈 경기에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낙담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4강을 일궈냈던 한국 여자배구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국제대회 21연패의 수모. 거의 몰락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배구계 안팎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대표팀은 27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불가리아와의 3주차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3(22-25 18-25 26-24 15-25)으로 졌다. 이 패배로 한국은 최근 VNL 21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 VNL에서 12전 전패의 수모를 겪었고, 올해도 앞선 1·2주차 8경기에 이어 홈에서 열린 이번 경기에서도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지 못했다. 거의 0-3 세트 스코어로 무너졌는데 21경기 63세트 중 따낸 세트는 불과 2개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6개 팀 가운데 승수를 기록하지 못한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그나마 가장 약체로 평가받는 불가리아(16위)를 홈에서 만났는데도 졌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여자배구 몰락의 원인을 두고 김연경 등 핵심선수들이 은퇴한 후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배구계에선 그보다는 세사르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의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대한배구협회는 도쿄올림픽이 끝난 후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의 재계약이 불발되자 당시 수석코치였던 세사르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세사르 감독은 사령탑 부임 후 전술, 선수 교체, 데이터 활용 등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처참한 성적이 이를 보여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1승 4패) 성적을 포함하면 26경기에서 단 한 번 이겼다. 세사르 감독이 부임하기 전, 한국의 세계랭킹은 14위. 현재 랭킹은 19계단 하락한 33위다. A 해설위원은 “세사르 감독은 2019년부터 코치와 감독으로 5년간 대표팀을 지도했으나 현재 베스트 멤버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했다. 지난 5년 동안 선수 파악이 안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B 해설위원 역시 “사령탑 부임 이후 2년 동안 선수 자원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것은 세사르 감독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세사르 감독은 그동안 ‘본업’보다 ‘부업’에 더 바빴다.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할 때부터 튀르키예 프로팀인 바키프방크를 지휘했고, 최근엔 프랑스 클럽인 넵튠스 드 낭트 감독에 선임됐다. 대표팀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위해 5월 초 소집됐을 때 세사르 감독은 소속팀인 바키프방크 일을 하느라 국내 소집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세사르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지만, 정작 당사자는 적반하장과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세사르 감독은 불가리아전을 마친 뒤 “내 전술엔 문제가 없다. 선수들이 국제대회 수준의 맥락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게 부족하다”라며 선수 탓을 했다. 세계랭킹이 떨어진 것을 두고도 “랭킹 시스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투잡’을 하는 것에 대해선 “두 팀을 지휘하는 건 (한국) 대표팀보다는 구단이 불만을 품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사르 감독의 계약은 2024년 12월까지다. 한국은 VNL 일정을 마치면 파리올림픽 최종예선,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한다. 특히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에선 도쿄올림픽 우승팀인 미국, 지난해 VNL 우승국인 이탈리아 등을 만난다. 현재 전력이면 올림픽 본선 진출은 ‘언감생심’, 뚜렷한 해법 없이 선수와 시스템을 탓하는 사령탑과 동행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배구계는 걱정하고 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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