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친구보다 나은 로봇도 가질 수 있다…뇌과학의 위력” [이노베이트코리아 2023]

2023. 6. 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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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KAIST 교수가 지난 27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3’에서 ‘뇌과학이 선사할 우리의 미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대전)=고재우 기자, 이준태 수습기자] “뇌파를 이용해 움직이는 로봇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보통의 친구에게도 기대하기 힘든 로봇을 가질 수도 있어요.”

최근 선천적 혹은 후천적 신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뇌 과학자로 유명한 정재승 KAIST 교수가 뇌파를 활용한 ‘로봇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 교수는 지난 27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3’에서 ‘뇌과학이 선사할 우리의 미래’란 주제로 강연하며 이 프로젝트를 상세히 설명했다.

로봇팔 프로젝트의 핵심은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청소년에게 로봇팔을 제공, ‘생각만으로’ 팔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 여기서 중요한 건 개인 경험에 기반한 ‘스몰데이터’다. 뇌파의 파형이 사람마다 모두 달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가 뇌과학의 미래로 ‘맞춤형 AI 서비스’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교수는 강연에서 로봇팔 프로젝트와 관련된 각종 연구 결과 등을 소개했다. 척수가 손상된 원숭이가 다리를 움직이고, 하반신 불구가 된 사람도 뇌로부터 얻은 신호를 다리에 전달해 걸을 수 있게 된 사례 등을 소개했다. 두 사례 모두 뇌에 칩을 삽입, 다리에 신호를 전달한 사례들이다.

정 교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뇌에 칩을 삽입하지 않고 두피에 전류를 보내는 방식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강연에서 정 교수는 연구실에 있는 키 1미터가 채 되지 않는 2족 보행 로봇 ‘나우’를 소개했다.

정재승 KAIST 교수가 지난 27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3’에서 ‘뇌과학이 선사할 우리의 미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정 교수는 “로봇 조종자가 명령 없이 생각만으로 로봇을 움직이고, 나우는 보기만 해도 복잡한 미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어렵잖게 목적지로 향한다. 100번 실험하면 93번은 벽에 스치지도 않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아직 상용화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 교수는 특히 그 이유를 “사람들마다 뇌파의 파형이 다르고, 이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가 돼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정 교수팀은 팔이 팔꿈치에 미치지 못 하게 자란 청소년을 특정, ‘2년’ 동안 집중 관찰했다. 이 청소년의 뇌파 측정과 일상생활을 집중 모니터링한 것. 또 CJ AI센터에서 3D프린터를 기증 받아 무게 등 실생활에 이용 시 무리가 없는 청소년만의 맞춤형 로봇팔도 만들었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참여자는 어느새 고등학교 1학년이 됐다.

정재승 KAIST 교수가 지난 27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3’에서 ‘뇌과학이 선사할 우리의 미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대전=이상섭 기자

정 교수는 “무엇이 불편하고, 평소 일상이 어떤지 모니터링을 했다”며 “뇌파 뿐만 아니라 로봇팔을 움직일 때 소음, 10kg의 무게 등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로봇팔을 상상만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데이터와 상상 데이터가 어떻게 다른지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며 “목적 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한 연구”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는 특정 개인의 맞춤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결과물을 논문으로 발표하기 어렵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특정 청소년만을 위한 프로젝트이지만, 정 교수와 대학원생, 학부생 등 12명이 참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이런 연구들이 사회적 혁신의 한 방법으로 뇌공학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나아가 정 교수는 빅데이터 뿐만 아니라 스몰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빅데이터 기반 AI와 스몰데이터 AI의 역할이 다르고, 용도가 다르다”며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작은 데이터만으로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이노베이트 코리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비용 절감, 효율적인 시스템 만큼이나 어르신 한명, 아이 한명이 제대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또 다른 50년이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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