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친구보다 나은 로봇도 가질 수 있다…뇌과학의 위력” [이노베이트코리아 2023]
[헤럴드경제(대전)=고재우 기자, 이준태 수습기자] “뇌파를 이용해 움직이는 로봇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보통의 친구에게도 기대하기 힘든 로봇을 가질 수도 있어요.”
최근 선천적 혹은 후천적 신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뇌 과학자로 유명한 정재승 KAIST 교수가 뇌파를 활용한 ‘로봇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 교수는 지난 27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3’에서 ‘뇌과학이 선사할 우리의 미래’란 주제로 강연하며 이 프로젝트를 상세히 설명했다.
로봇팔 프로젝트의 핵심은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청소년에게 로봇팔을 제공, ‘생각만으로’ 팔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 여기서 중요한 건 개인 경험에 기반한 ‘스몰데이터’다. 뇌파의 파형이 사람마다 모두 달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가 뇌과학의 미래로 ‘맞춤형 AI 서비스’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교수는 강연에서 로봇팔 프로젝트와 관련된 각종 연구 결과 등을 소개했다. 척수가 손상된 원숭이가 다리를 움직이고, 하반신 불구가 된 사람도 뇌로부터 얻은 신호를 다리에 전달해 걸을 수 있게 된 사례 등을 소개했다. 두 사례 모두 뇌에 칩을 삽입, 다리에 신호를 전달한 사례들이다.
정 교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뇌에 칩을 삽입하지 않고 두피에 전류를 보내는 방식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강연에서 정 교수는 연구실에 있는 키 1미터가 채 되지 않는 2족 보행 로봇 ‘나우’를 소개했다.
정 교수는 “로봇 조종자가 명령 없이 생각만으로 로봇을 움직이고, 나우는 보기만 해도 복잡한 미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어렵잖게 목적지로 향한다. 100번 실험하면 93번은 벽에 스치지도 않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아직 상용화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 교수는 특히 그 이유를 “사람들마다 뇌파의 파형이 다르고, 이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가 돼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정 교수팀은 팔이 팔꿈치에 미치지 못 하게 자란 청소년을 특정, ‘2년’ 동안 집중 관찰했다. 이 청소년의 뇌파 측정과 일상생활을 집중 모니터링한 것. 또 CJ AI센터에서 3D프린터를 기증 받아 무게 등 실생활에 이용 시 무리가 없는 청소년만의 맞춤형 로봇팔도 만들었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참여자는 어느새 고등학교 1학년이 됐다.
정 교수는 “무엇이 불편하고, 평소 일상이 어떤지 모니터링을 했다”며 “뇌파 뿐만 아니라 로봇팔을 움직일 때 소음, 10kg의 무게 등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로봇팔을 상상만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데이터와 상상 데이터가 어떻게 다른지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며 “목적 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한 연구”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는 특정 개인의 맞춤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결과물을 논문으로 발표하기 어렵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특정 청소년만을 위한 프로젝트이지만, 정 교수와 대학원생, 학부생 등 12명이 참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이런 연구들이 사회적 혁신의 한 방법으로 뇌공학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나아가 정 교수는 빅데이터 뿐만 아니라 스몰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빅데이터 기반 AI와 스몰데이터 AI의 역할이 다르고, 용도가 다르다”며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작은 데이터만으로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이노베이트 코리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비용 절감, 효율적인 시스템 만큼이나 어르신 한명, 아이 한명이 제대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또 다른 50년이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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