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단결' 외쳤지만…내부선 의문 부호 커지는 러시아

이도연 2023. 6. 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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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반란 이후 혼란 계속…WP "정권 지지 적어"
푸틴 명성 전 같진 않지만 전쟁 열망은 계속될 듯
'반란 사태' 관련 연설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 AP·스푸트니크=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TV 연설을 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반란 사태와 관련해 이날 푸틴 대통령은 "사태 처음부터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2023.06.27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의 반란 이후 국가의 단결을 강조하고 나섰으나 내부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단결을 보여주고 자신의 힘을 재확인하려고 했으나 반대로 그의 힘과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이어 반란 사태에 대해 발언하며 러시아 내부의 동요를 차단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내 광장에서 약 2천500명의 보안군, 국가근위대 등 군인들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여러분이 헌법 질서와 시민의 생명, 안전과 자유를 지켰다"며 "여러분이 격변에서 조국을 구했고 사실상 내전을 막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과 군은 반란에 함께 맞섰다. 반란은 국민과 군의 지지를 절대 얻지 못했다"며 "반역에 휘말린 이들은 국민과 군이 그들과 함께하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프리고진이 반란을 멈추기로 합의한 뒤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할 때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셀카까지 촬영한 모습과 상반된다고 WP는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이 단결을 강조했으나 러시아 곳곳에서 균열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과 프리고진에 지난 1년간 2조5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출했다고도 처음 밝혔다.

그는 이날 반란 진압에 참여한 군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바그너 그룹의 인건비로 860억 루블(약 1조3천150억 원) 이상을 지급했고 프리고진이 국방부와 조달 계약을 통해 연간 800억 루블(약 1조2천23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드는 비용을 보여주는 예로, 오히려 푸틴에게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WP는 진단했다.

러 용병수장 무장반란…푸틴 "과도한 야망으로 조국 배반(CG) [연합뉴스TV 제공]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사태가 강경 대응이 아닌 협상으로 마무리된 데 대해 "대통령의 의지는 사태가 최악의 경우로 전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약속과 보장이 있었고, 합의가 이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 정권을 비판해온 정치평론가 보리스 카가르리츠키는 단결이 러시아를 구했다는 크렘린궁의 주장은 "허튼소리"라며 많은 시민이 어느 편도 들지 않고 반란이 전개되는 상황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에 대한 지지가 너무 적어서 놀라웠다. 군대, 경찰은 움직이지 않고 사람들은 그저 지켜봤다"며 "아무도 정부 청사로 달려가 지지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프리고진에 대한 지지는 그의 정치적 견해 때문이 아니라 정부 시스템에 대항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꽤 많은 사람이 그것(반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기뻐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인들은 이번 빠르게 진행된 반란과 정부의 느린 대응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전쟁을 지지해온 80세의 한 모스크바 거주 시민은 이번 바그너 그룹의 반란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나길 바란다"며 "이 전쟁은 프리고진의 말대로 최전방이 아닌 국방부 내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탐욕스러운 러시아 장군들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시내의 한 미용실에서 미용사는 한 손님에게 납세자들이 손해를 떠안고 있다고 불평했고, 이 손님도 "정말 엉망이다. 그들은 게임을 하고 돈은 우리가 내고 있다. 그들의 갈등인데 왜 평범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나"라며 거들었다.

그러나 정치평론가 카가르리츠키는 이번 반란으로 러시아 내부에서 푸틴의 명성이 흔들린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러시아 시스템 내에서는 이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의 명성이 전 같지는 않다"며 "그러나 여기는 러시아다. 명성이 중요한 국가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푸틴 체제가 생채기를 입은 만큼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선임 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그간 푸틴의 내부 적에 대한 의심과 반대파에 대한 탄압이 이유 없이 거세졌는데, 앞으로도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전쟁을 계속하려는 그의 열망은 식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엘리트층은 시스템이 더 약해졌고 대안 세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푸틴과 그의 의심이 두려워 푸틴을 중심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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