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기후재난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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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호수를 지날 때였다.
본래 제주도가 철새도래지인 겨울 철새였는데, 10여 년 전부터 수도권 인근에서 쉽게 눈에 띄는 텃새로 변했다고 한다.
재난은 한 개인과 사회가 그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큰 피해를 초래한다.
문제는 갖은 어려움을 극복해 비약적 발전을 일궈냈고,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우리가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면서 기후재난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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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호수를 지날 때였다. 새가 멀리 흐릿하게 보여 동행자에게 무슨 새냐고 물었다. “가마우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민물가마우지였다. 본래 제주도가 철새도래지인 겨울 철새였는데, 10여 년 전부터 수도권 인근에서 쉽게 눈에 띄는 텃새로 변했다고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민물가마우지는 2017년 1만6000마리에서 지난해 3만2000마리로 5년 만에 2배가량 늘었다. 개체수가 급증하고, 텃새로 바뀐 주원인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가 꼽힌다. 겨울 온도가 올라가 굳이 이동하지 않고도 먹잇감을 찾을 수 있는 데다, 생태계 변화로 천적인 매와 올빼미도 감소한 탓이다.
민물가마우지 급증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악순환의 시작이다. 이들이 둥지를 튼 하천과 호수 물고기가 급격히 줄어 어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급기야 어민과 지자체에서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는 건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골칫거리가 된 민물가마우지만을 없앤다고 해결될 문제일까. 안타깝게도 그 이면에는 인류가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낸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라는 거대한 변화에 그 원인이 자리잡고 있다. 온난화는 가속도가 붙은 기차와 같아서, 한 번에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온도는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에 비해 평균 1.15도 올랐다. 최근 온도는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수준이다. “이 정도가 뭐가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체온이 36.5도에서 고열 수준인 37.65도로 올랐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사실 민물가마우지는 빙산의 일각이다. 올해 예고된 ‘슈퍼 엘니뇨’로 인한 피해는 지난해 폭우로 포스코 제철소가 잠기고, 반지하주택에서 일가족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 이상의 초대형 재난을 몰고 올 수 있다. 이미 올 들어 태국 등에서는 200년 만의 최악 폭염으로 사상자가 속출했고, 미국 뉴욕에서는 캐나다 산불로 잿빛 먼지가 뒤덮이는 상황을 겪었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재난’이다. 재난은 한 개인과 사회가 그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큰 피해를 초래한다. 문제는 갖은 어려움을 극복해 비약적 발전을 일궈냈고,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우리가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면서 기후재난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최근 내놓은 ‘멈출 수 없는 우리’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는 ‘협업’과 ‘상상력’으로 지구를 완전히 정복했고, 그 과정에서 지구를 ‘고열’로 몰고 왔다. “더, 조금 더”를 외치는 욕망의 부작용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오는 셈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멈출 수 없는 건 아니다. 이미 시작된, 지구온도 상승을 늦추기 위한 노력은 우리의 인식과 행동도 바꿔가고 있다. 지금의 우리는 다르다. 멸종위기동물 보호를 위해 협업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혁신적 상상력을 동원하는 게 또 다른 우리다. 올 여름은 폭염과 폭우가 교차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기후가 더 끔찍하게 ‘공격’하기 전에,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낸 그 힘으로 이제는 고열로 고생하는 지구를 지켜야 할 때다.
박기수 한성대 특임교수(보건학·언론학 박사)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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