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현희 지각출근’ 제보 진짜 있었나?

이슬기 2023. 6. 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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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에 대해, 조은석 감사원 감사위원이 쓴 140쪽짜리 검토보고서 내용을 어제 전해드렸습니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조목조목 짚는 내용입니다.

[연관 기사] [단독] 검사 출신의 140쪽 검토보고서에 발칵 뒤집힌 감사원 (23.06.27.)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09227

그런데 이 검토보고서에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감사원이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게 된 배경입니다.

조 감사위원은 지난해 7월 19일 제보가 접수된 뒤, 27일 전격적으로 감사실시계획이 결재되고, 닷새 만에 감사에 들어간 과정 모두가 석연치 않다고 지적합니다.

감사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감사 실시의 근거가 된 건 7월 19일 감사원에 접수된 감사정보, 이른바 '익명 제보'입니다.

하지만 감사원 내부에 접수된 감사정보(제보)는 '위원장 출퇴근 시간 상습 미준수, 차명 변호사 사무실 운영'이라는 단 3줄뿐입니다.

더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제보자 정보도 없습니다. 심지어 제보를 받은 감사원 직원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는게 조은석 감사위원의 주장입니다.

조 감사위원은 "제보된 내용은 '감사정보 수집 및 처리규정'의 '감사정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감사정보로 관리할 수 없다"면서 "이를 근거로 아무런 사전 검증도 없이 감사를 실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적었습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제보자의 신원이 전혀 특정되지 않는 경우 단순종결 해야 하지만, 아무런 검증과 보완 없이 곧바로 감사실시 계획을 수립하고 감사실시를 통지했다"라는 게 조 감사위원의 지적입니다.

■왜 '전현희 제보'는 다른 건과 다르게 처리됐나?

조 감사위원은 이른바 '전현희 제보' 관리가 통상적인 업무분장에 따라 이뤄지지 않은 점도 비판했습니다.

업무분장에 따라 담당 부서인 디지털 감사담당관이 제보를 시스템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데, 디지털감사담당관이 아니라 감사전략담당관이 제보를 관리한 점도 문제라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사무처는 "감사정보(제보) 관련 규정은 외부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제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규정일 뿐, 익명 제보라고 해서 감사에 착수할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지각 출근' 제보 신빙성...전현희 감사의 정당성과 직결

그렇다면 조 감사위원이 '전현희 제보'를 문제 삼는 이유가 뭘까요.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어떻게 시작했느냐'는 질문은 '감사가 정당했느냐, 표적 감사가 아니었느냐'는 물음과 사실상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조 위원이 쓴 검토 보고서는 익명 제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감사원 내부의 '감사실시계획서' 역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최초 감사실시 계획서에 적힌 '권익위 감사' 중점 점검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권익위원장은 상습 무단결근, 지각하고도 근무상황부에 등재하지 않는 등 고위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업무 자세가 결여되어 있다"

"점검전략 - 관련 사례 적발 시 징계책임은 물론 업무상횡령,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수사요청"

최초 감사계획서뿐 아니라 이후 감사 기간 연장을 위한 추가 감사실시계획서에서도 일관되게 '수사 요청'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것부터가 "처음부터 수사요청을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게 조 감사위원의 주장입니다.

감사하다가 범죄사실이 발견되면 고발하는 게 원칙입니다. 수사요청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사유가 있느냐'를 발생 당시 시점 기준으로 그때그때 판단하여 예외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감사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미리 '수사요청'을 언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감사원 "형사적 개념을 감사에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 반박

시작 전부터 '수사요청'을 못 박고 감사에 착수했다는 지적에 대해 감사원 사무처는 검사 출신인 조 감사위원이 내사와 수사, 사건 종결 등 형사적 개념을 감사 과정에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사무처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는 민간인이 아닌 공무원을 상대로 이뤄지는 만큼, 민간을 상대로 한 형사적 조치만큼 절차적 엄격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조 위원의 주장은 지나친 형식 논리"라고 반박했습니다.

■"감사원, 2021년에 전현희 위원장 근태 감사 이미 했었다"

그런데 불명확한 제보자의 신원과 제보내용의 신빙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건, 조은석 감사위원만이 아닙니다.

실제 전현희 전 위원장은 권익위 내부 제보자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신원 불상의 제보자를 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KBS는 "이번 말고 2021년에도 전 위원장에 대한 근태 감사를 이미 했었다"는 감사원 전직 고위 간부의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2021년 감사원이 권익위원회를 정기감사했는데, 당시에도 전현희 위원장의 근태 감사가 포함됐었다는 겁니다.

당시 감사원 고위직으로 근무했던 이 간부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전현희 위원장에 대해서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위원장이 일주일에 세종으로 한 번 밖에 출근을 안한다'는 내부 정보가 기관운영 감사 중에 포착돼 당시 감사를 맡았던 행정안전3과에서 감사를 벌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 전직 간부는 "전 위원장이 세종에 일주일에 한 번 갔으면 나머지 4일은 서울에서 일을 안 하거나 (위법한) 뭔가를 찾아야 하는데 그걸 못 찾았다"라면서 "정권이 바뀌니까 (이번에) 다시 감사했는데 결국 못 찾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감사원 홈페이지를 확인해 봤더니, 실제 감사원은 2021년 초부터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기관운영 정기감사를 진행했고, 5.31일 자로 감사결과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당시 보고서에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근태 관련 감사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감사원 전직 고위 간부 증언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권익위 내부 직원에게도 동일한 내용을 문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의 한 전직 간부는 "간부들 근태는 감사 때마다 기본적으로 다 챙겨보는 사안"이라면서도 "뭔가 문제가 있는 건 맞는데 장관급한테 이게 위반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사원 관계자 "확인 어려워...제보는 확실히 존재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권익위 정기운영감사에서 전 위원장의 근태에 대해 실제로 들여다봤는지는 지금 시점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전현희 위원장 근태 등에 대한 다수의 제보가 확실히 존재한다"고 해명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내일(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을 상대로 전현희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내용, 감사위원 '패싱 논란' 등 감사원 관련 현안들을 질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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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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