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사색] 좋은 여행 만들기

2023. 6. 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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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성수기라는 이름의 여행철이 온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지만 이를 잘 알면서도 또 길을 나서는 걸 보면 여행은 인간, 특히 한국인의 본능에 가까운 힐링 수단이 아닌가 싶다.

셋이 함께 가면 늘 서로를 신경 쓰느라 여행지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험적으로 해봤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여행지에 집중하면서 얻은 힐링과 배움, 무욕의 경지는 자연스럽게 가족 간, 친구 간, 연인 간 못다 했던 진솔한 대화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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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성수기라는 이름의 여행철이 온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지만 이를 잘 알면서도 또 길을 나서는 걸 보면 여행은 인간, 특히 한국인의 본능에 가까운 힐링 수단이 아닌가 싶다.

무더위, 교통체증, 일행끼리 티격태격하는 모습 등 여행 과정에 으레 등장하는 방해물들을 가볍게 제압할 무기는 뭘까.

함영훈 문화부 선임기자

박물관의 명화도 좋지만 여관 주인과의 잡담, 식당 아줌마의 즉석 흥얼거림에도 귀 기울이는, 여행과 현지생활문화에 진심인 자세가 먼저 필요하겠다. 길들여진 내 문화 중심이 아닌 현지 중심이다.

동반자에 신경 쓰지 않고, 여행지에만 신경 쓰는 것, 계획도 여행의 기쁨이므로 모두가 함께 계획 짜고 예약하는 것도 여행의 기본 자세 중 하나다.

부모가 50대이고 자녀가 20대인 어느 가족은 20년간 셋이 다니던 여행을 포기하고 몇 해 전 따로따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고 한다. 셋이 함께 가면 늘 서로를 신경 쓰느라 여행지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험적으로 해봤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이후 가족여행 땐 멤버 스스로 자기 것을 철저히 챙기게 됐다고 한다.

여행지에 집중하면서 얻은 힐링과 배움, 무욕의 경지는 자연스럽게 가족 간, 친구 간, 연인 간 못다 했던 진솔한 대화를 이끈다. ‘선(先)여행지, 후(後)정담’ 전략이다.

여행지와 현지 문화에 집중하는 전술 중 으뜸은 궁금증이다. 왜 하필이면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났을까? 제주 산중턱에 왜 연못이 있지? 춘향은 전북 사람인데 왜 경북에 동일인으로 확인된 춘양고을이 있을까? 그림을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네. 왜 명작이라는 거야?

피렌체는 로마군단의 쉼터 혹은 재충전지였다가 바티칸 성지순례 길목 헤진 옷을 버리고 새옷을 갈아입는 중간기착지가 됐기에 섬유산업으로 경제를 세우고 금융으로 성공한 부자들이 ‘문화예술도시 만들기’에 투자하면서 중세 르네상스의 거점이 된다. 키워드는 ‘길목’이다.

회화의 역사는 겉으로 보이는 것을 모사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려는 노력의 과정이었다. 이를테면 인상파-표현주의는 사람과 사물의 특징을 대표할 부분만을 유난히 강조하는 방법으로, 입체파는 2차원 평면에서 보이지 않던 3차원 면면을 모두 보여주는 방법으로 캐릭터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비가 오면 금방 물이 빠지는 제주 현무암지대 특성에 비춰 보면 중산간 연못은 이상하다. 분출된 용암은 지하로 들어가 동굴군을 만들고 경사 완만한 곳에선 다시 밖으로 나와 바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일부가 굳어져 버리는데 여기에 물이 고인 것인 바로 중산간 농업의 젖줄 빌레연못이다.

춘양(=춘향)이 봉화에 있는 것은 이몽룡의 실존인물 성이성 남원부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춘향의 성씨가 성씨인 것, 꿈결 같은 남원 추억을 가진 성이성이 이씨로 둔갑한 것은 지체 높은 실존인물을 감추기 위한 이름 세탁 과정인데 최근 성씨 문중은 ‘이몽룡’이 자기 네 조상임을 공식 인정했다.

여행지 도착 전 30분가량의 웹서핑 사전 공부는 현지에 갔을 때 더욱 두툼한 인문학여행을 선사한다.

동반자 모두 n분의 1로 참여해 여행계획 짜고 예약하기, 여행 중 일행한테 신경 안 쓰고 신경 쓰일 일 만들지 않기, 도착 30분 전 미리 공부해 여행지 매력에 집중하기, 현지인 입장에서 그들의 언행을 이해하고 멋과 흥을 따라하려는 자세는 좋은 여행을 만드는 4대 덕목이다.

함영훈 문화부 선임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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