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둠’ 루비니 “불과 4년 전 과도한 세계화 걱정···이젠 정반대”[2023 경향포럼]
“포용적 성장으로 모두에게 이익 돌아가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칭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명예교수(64)는 28일 “4년 전만 해도 우리의 걱정은 과도한 세계화였는데 오늘날 우리는 과도한 탈세계화와 보호주의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역시 탈세계화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화에 따른 소득 불평등의 심화가 포퓰리즘 정치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려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성장을 넘어 - 모두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열린 <2023 경향포럼> 기조강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부터 서서히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한 ‘백래시’(반발) 생겼다”며 세계화에 대한 반발의 원인과 양상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까지가 대안정기였다”며 “그 기간은 세계경제가 통합되고 세계화가 가속화됐다. 안정된 경제성장과 비교적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과 탈세계화가 정착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일자리 감소에 따른 노동자들의 반발, 대기업과 다국적기업들의 불공평한 소득 분배, 국수주의, 기후·환경위기 등을 꼽았다.
특히 루비니 교수는 소득 불평등의 심화와 이에 따른 포퓰리즘의 횡행이 탈세계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만큼 잘살지 못할 거란 우려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반발을 가진다”며 “그러다 보니 극우, 극좌가 점차 득세한다. 선진국이나 신흥국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극우 포퓰리즘엔 러시아의 푸틴,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등 외에 유럽에서도 많은 포퓰리즘 정당이 등장했고 영국의 브렉시트,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있었다”며 “라틴아메리카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등에서 극좌 포퓰리즘도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극우, 극좌 포퓰리즘으로 인해 경제정책은 국가경제 우선주의가 되는 것”이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이러한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역시 탈세계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AI의 등장으로 실업이 늘고 소득불평등이 악화될 것”이라며 “자본이 있고 기계를 소유하면 더 잘 살겠지만 기존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소득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1990년대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에 제시했던 미국식 경제체제의 대외 확산 전략인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반발과 그에 맞서려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도 지적했다.
그는 탈세계화의 영향에 대해 “오늘날 우리는 금리가 너무 높아서 걱정을 하고 있고 공공부채가 너무 높아져 위험한 상황”이라며 “에너지, 식품 가격 급상승 등 원자재 위기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흔드는 러시아 등의 ‘비달러화’ 거래도 탈세계화의 양상 중 하나로 분석했다.
탈세계화의 극단적 양상으로는 지정학적 위기를 꼽았다. 그는 “잔학무도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며 “미·중 간 냉전이 점점 악화돼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북한이 끊임없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계속 시험 발사해 지정학적 위협이 있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탈세계화 찬성하는 건 아니다”라며 “한국과 같은 국가들도 포용적 성장을 이루고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탈세계화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것을 잘 관리 할 수 있는가를 우리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거시경제 컨설팅 업체 ‘루비니 매크로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겸 회장으로 미국 예일대 경제학 교수를 거쳐 1995~2021년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미국 백악관과 재무부 등에서 자문위원과 고문을 지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앞서 신용 및 주택시장 거품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예언했으며 이후 ‘닥터 둠’ 별명을 얻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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