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엄 문건 의혹'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보석 석방

올 3월 돌연 귀국·체포된 지 3개월 만
탄핵 정국 '계엄 문건 의혹' 핵심 인물
기무사 예산 횡령 등 혐의로 재판 중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3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기 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작성된 ‘계엄 검토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보석으로 풀려난다. 올해 3월 돌연 귀국해 체포된 지 3개월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부장판사는 조 전 사령관이 이달 7일 법원에 신청한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ㆍ장소에 출석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보증금 5,000만 원 납입 △주거지 제한 등의 조건을 걸어 그를 석방하기로 했다.

조 전 사령관은 3월 29일 입국 직후 검찰에 붙잡힌 뒤 4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정치관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때 부하들에게 김경재 후보를 지원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고, 기무사 요원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 지지 집회를 열거나 칼럼, 광고 등을 게재한 혐의를 받는다. 기무사 예산 6,000만 원 상당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이 중 3,000만 원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지지 여론형성 활동 등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계엄령 문건 의혹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던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해당 문건엔 계엄령 검토와 국회ㆍ언론 통제 방안, 여의도 등에 군대를 투입하는 안 등이 담겼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