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벨라루스에 있다” 뒤통수 불안한 우크라·나토

2023. 6. 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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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대통령 국영매체 밝혀
프리고진 직접 모습 안 드러내
국경 인접 발트3국·폴란드
바그너그룹 용병 ‘빈집털이’ 우려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일으켰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국영매체를 통해 “오늘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반란이 일어난 지난 23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이 공개한 비디오 속 프리고진의 모습이다. [AP]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하루 만에 회군한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약속대로 벨라루스로 이동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핵심 전력 역할을 해온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로 모두 이동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주변 나토 동맹국에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국영매체를 통해 “오늘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있다”며 바그너 그룹의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머무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프리고진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의 중재 하에 이뤄진 협상에서 프리고진에게 반란 혐의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는 대신 벨라루스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도 바그너 그룹과 프리고진에 대한 기소를 취하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리는 버려진 군사기지 가운데 하나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며 “울타리가 있고 모든 것이 있으니 텐트를 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바그너 그룹 지휘관이 와서 우리를 도와준다면 값진 일이 될 것”이라며 “공격과 방어 전술 등 그들의 전투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바그너 용병들이 수장인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에 집결할 경우 대대적인 반격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뒤통수가 따가울 수 밖에 없다. 벨라루스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까지 거리는 90㎞에 불과해 바그너 그룹이 언제든 ‘빈집털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벨라루스는 전쟁 초기 러시아 군에게 키이우 공략을 위한 길을 내준 바 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과 폴란드도 바그너 그룹의 존재를 우려하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개국 정상 실무 만찬 이후 “이는 굉장히 심각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매우 강력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역시 “만약 바그너가 연쇄 살인범들을 벨라루스에 주둔시키면 모든 인접국들은 훨씬 더 큰 불안정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를 포함한 모든 나토 회원국 영토 방어 태세가 항상 갖춰지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독일은 최근 리투아니아에 4000명의 병력을 파견해 상시 주둔하기로 했다.

다만 바그너 그룹의 용병들이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로 이동할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바그너 그룹의 대형 군 장비를 러시아 현역 부대로 인계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바그너 그룹이 국방부에 소속된 정규군이 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킴벌리 마틴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는 “바그너 그룹은 철저히 러시아의 이익에 봉사하는 조직이었을 뿐 프리고진의 사병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바그너 그룹이 프리고진을 반드시 추종할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푸틴 대통령이 의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리고진이라는 구심점이 러시아 밖으로 이동하면서 바그너 그룹이 와해되면 추가 반란 위험은 사라지고 경험 많은 전투력만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키릴 샤미에프 유럽외교협의회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을 당장 처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최우선 과제는 바그너 그룹을 무장해제하고 해산하는 것이었을 것”이라며 “바그너 그룹의 지휘부가 반발해 또다른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전술적 차원에서 진정시키려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역시 “러시아로선 바그너 그룹의 현 지휘관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전투 효율성과 사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이들을 달래기 위한 노력으로 연설을 통해 바그너 지휘관들의 공로를 치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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