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로 돌아온 ‘구씨’…손석구 “왜 가짜 연기시키는지 이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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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가짜 연기를 시키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속삭이게 하려면 마이크를 붙여주든가 해야죠."
요즘 '대세 배우' 손석구(40)의 무대 복귀 소감은 신랄했다.
손석구로선 특유의 나직하게 속삭이거나 읊조리는 연기를 할 때도 '가짜 연기'를 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손석구는 그저 자신이 나고 자란 섬을 지키려는 순진한 '신병'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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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가짜 연기를 시키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속삭이게 하려면 마이크를 붙여주든가 해야죠.”
요즘 ‘대세 배우’ 손석구(40)의 무대 복귀 소감은 신랄했다. “연극만 하려고 했다”던 그가 영화와 드라마로 옮겨간 계기도 ‘가짜 연기’때문이었다고 했다. 27일 서울 강서구 엘지(LG)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나의 해방일지>에서 연기한 ‘구씨’처럼 눈빛도, 말투도 도발적이었다. 그런데 “원래 시작할 생각도 없었다”던 드라마와 영화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구씨’는 장안의 화제를 모았고, 악역을 맡은 <범죄도시2>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체급’이 올라간 손석구가 <나무 위의 군대>로 9년 만에 다시 연극으로 돌아온 것. 그는 “다시 연극을 하면서 제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되는지 보고 싶었다”고 했다.
“‘범죄도시2’와 ‘나무 위의 군대’가 뭐가 다르냐고 하면, 이야기가 다른 거지 이건 영화고 저건 연극이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달 수단이 다를 뿐, 연극이고 영화라서 다르진 않다는 거였다. “연극을 위해 다시 연기 스타일을 바꾼다면 제가 연극을 하는 목적 중의 하나를 배신하는 거잖아요.” 320석 규모 소극장이지만 이번 연극에선 배우들이 마이크를 사용한다. 손석구로선 특유의 나직하게 속삭이거나 읊조리는 연기를 할 때도 ‘가짜 연기’를 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나무 위의 군대>는 실화에 바탕한 연극이다. 두 병사가 일본의 패망 사실을 모른 채 오키나와의 거대한 나무 위에서 2년간 숨어 지낸다. ‘포로가 되려거든 죽음을 택하라’는 행동규범 ‘전진훈(戰陣訓)’을 충실히 지킨 것. 일본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가 집필 도중 사망하자 연극인들이 합작해 완성했고, 2013년 도쿄에서 초연했다. 손석구는 그저 자신이 나고 자란 섬을 지키려는 순진한 ‘신병’을 연기한다. “여태 해온 역할과 달랐어요. 맑고 순수한 사람이라 (전작들과) 괴리가 크거든요.” 손석구는 “나처럼 때 묻은 사람이 이런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고 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지만 메시지는 현재적이다. 연극에서도 일본, 오키나와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민새롬 연출은 “신병은 한 사람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삶 전체를 휘감은 인물이고, 결국 그 배신감과 추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보여주는 역할”이라며 “손석구 배우가 많은 전작처럼 그 통증을 섬세하게 선보였다”고 했다. 손석구는 “믿음으로 지속하는 관계도 2년이 넘으면 살의(殺意)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점이 재미있다”며 “이해는 안 되지만 믿고 따르는 상황을 가정과 학교, 직장 등에서 누구나 겪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옳다고 믿기 때문에 싸울 수 없지만 이해는 가지 않는 그런 답답함, 부조리가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겪지 못한 이 연극의 공감 포인트”라고 했다.
극의 흐름을 설명해주는 해설자 역할을 맡은 ‘여자’를 최희서가 연기한다. 손석구와 9년 전 연극무대에 함께 올랐던 배우다. 두 사람 모두 ‘무명’에 가깝던 시절이라 100만원씩 모아 대관료를 충당했다고 한다. 손석구와 호흡을 맞출 ‘상관’은 이도엽, 김용준이 번갈아 맡았다. 이 연극의 출발점이 손석구였다. 2019년 드라마 <지정생존자>에 함께 출연한 이도엽의 연극 공연을 관람한 손석구는 “연극이 그리워졌다”고 했다. 지난 20일 개막한 이 연극은 모든 공연이 매진됐다. ‘손석구의 힘’이다. 제작사는 8월 5일까지 예정했던 연극을 12일까지 1주 연장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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