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걷다 성추행범 몰린 30대男, 2년 수사·재판 끝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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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성추행범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면서 "CCTV 영상 속 여러 행인 중 A씨가 진술한 범인 인상착의와 비슷하다고 판단한 경찰관이 B씨만을 지목해 A씨에게 물었고, 수사기관은 그 이후에도 B씨 외의 자가 범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거나 A씨에게 확인을 구한 사실이 없다"고 검경의 부실한 수사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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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여성마저 법정 증인 나와 "범인 확신 못해" 진술
20대 여성 A씨는 2021년 8월의 어느 날 오후 5시께 서울 강동구의 한 거리를 걷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길거리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남성이 갑자기 손을 뻗어 A씨 신체를 만진 것이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범행 현장을 촬영한 CCTV 영상이 없는 가운데,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인의 인상착의를 설명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범행이 이뤄진 시간 인근 거리의 CCTV를 확인해 A씨가 설명한 인상착의와 비슷한 남성 B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이후 피해자 A씨를 불러 인근 거리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을 보여줬다. 다수의 남성 행인들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에서 경찰관은 B씨만을 지목하며 A씨에게 “이 분이 맞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A씨는 “80% 확실하다”고 답을 했다. 경찰은 A씨 답변을 토대로 남성 B씨만 용의자 선상에 올려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소환된 B씨는 혐의를 강력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경찰 판단 그대로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법원도 검찰의 약식기소 판단을 받아들여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고, B씨는 “강제추행 한 적이 없다”며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여성 A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범인이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CCTV 영상 속 B씨는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A씨는 법정에서 CCTV 영상을 시청한 후 “B씨가 범인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형사3단독(김주옥 부장판사)은 “여성 A씨가 당시 누군가로부터 추행을 당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불확실한 A씨 진술만을 근거로 B씨가 A씨를 추행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인이 B씨인지를 인정할 증거로는 범행 현장 근처 행인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에 나타나는 사람 중 B씨를 범인이라고 지목한 A씨의 진술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CTV 영상 속 여러 행인 중 A씨가 진술한 범인 인상착의와 비슷하다고 판단한 경찰관이 B씨만을 지목해 A씨에게 물었고, 수사기관은 그 이후에도 B씨 외의 자가 범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거나 A씨에게 확인을 구한 사실이 없다”고 검경의 부실한 수사를 지적했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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