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계 러시아인’ 첫 독자제재···북한 불법금융 지원
공동 투자해 무역회사 설립
“대북제재 위반 행위 관여”
한국 정부가 28일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지원해온 한국계 러시아인과 조력자·기관들을 독자제재했다. 윤석열 정부의 9번째 대북 독자제재 결정으로 러시아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독자제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과거 한국 국적자였던 러시아인 최천곤, 서명 북한 조선무역은행 블라디보스토크 대표 등 개인 2명과 몽골 회사 ‘한내울란’ 및 러시아 회사 ‘앱실론’ 등 기관 2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정부는 “최천곤은 당초 한국 국적자였으나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이후 불법 금융활동, 대북 합작투자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관여해왔다”며 “특히 최천곤은 대북제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위장회사 한내울란을 설립해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을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천곤은 또한 안보리 제재대상인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대표 서명과 공동 투자형식으로 무역회사 앱실론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 단체·개인과의 합작 사업 또는 협력체 설립·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최천곤이 몽골에 설립한 한내울란사의 대북 교역액은 최소 100억원 이상이며 이 중 일부를 최천곤이 수수료로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내울란사는 북한과의 콩기름과 밀가루 등 교역을 중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발표된 유엔 안보리 패널보고서에 따르면 한내울란사는 주폴란드 북한대사관에 다량의 외화 송금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천곤은 한내울란사 명의 은행 계좌를 만들어 북측에 제공하기도 했다.
최천곤은 1957년생으로 한국에서 금융 관련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출국해 러시아 국적을 획득했다고 정부는 파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천곤은 현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 중”이라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대북제재 관련 활동 외에 다른 활동도 하며 교민사회와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러시아인을 독자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최천곤에 대한 제재 지정은 외교·정보·수사 당국이 긴밀히 공조하여 우리 정부가 한국계 개인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가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대립각을 키우고 있는 한·러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제재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와 협의했나’라는 질문에 “통상 외국 정부와 외교적으로 소통한 건 확인드리지 않는다”며 “러시아와 한·러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제재 대상 개인·기관과 외환·금융거래를 하면 처벌받는다. 블라디보스토크 교민도 최천곤과 거래시 처벌될 수 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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