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강보험 ‘꿀팁’ 공유하더니…작년 중국인 건보적자 120억 또 늘었다

외국인 전체는 5560억 흑자
중국인만 건보 적자 229억
2021년 109억에서 229억 되레 늘어
與 “중국인 건보 혜택, 부당하고 불공평”

지난해 한 중국인이 온라인에 '한국국민보험 하오양마오(본전 뽑는 것)'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바이두 캡처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서 한국 국민건강보험 ‘본전 뽑는 방법’이란 주제의 콘텐츠가 활발히 공유된 것이 논란이 된 가운데, 작년에도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중 중국인 국적자만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2022년 연도별 외국인 보험료 부과 대비 급여비 현황’ 자료에서 외국인 가입자 수 상위 10개 주요국 가운데 중국만 229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중국인 건보재정 적자액은 지난 2018년 1509억원에서 2019년 987억 원, 2020년 239억 원, 2021년 109억 원 등으로 크게 줄었다가 작년에 다시 커졌다. 지난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풀리면서 중국인 왕래가 늘어나면서 적자 규모가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앞서 정부는 중국인 건보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외국인 전체 건보 제도를 개선했다. 정부는 2019년 7월부터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은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니면 6개월 이상 거주해야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이 제도 도입 이후 외국인 전체 지역가입자한테서 거둔 보험료는 2018년 1203억 원에서 2019년 2705억 원, 2020년 4609억 원, 2021년 4782억 원, 2022년 5046억 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가입자 전체의 건보 재정은 5560억원 흑자로 나타났다.

전체 외국인이 건보료로 낸 돈보다 보험급여를 적게 받았다는 뜻이다. 최근 5년 동안 외국인 건보 재정수지는 지난 2018년 2320억원, 2019년 3736억원, 2020년 5875억원, 2021년 5251억원, 2022년 5560억원 등으로 해마다 흑자가 늘고 있다. 그러니 유독 중국인만 적자 폭이 다시 커진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건보 재정 적자가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제도에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건보 당국이 정한 소득과 재산 기준, 부양요건 기준을 맞춘 직장가입자는 내국인 외국인 상관없이 아내와 자녀, 부모와 형제자매, 장인·장모까지 자기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부양 요건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일부 외국인 직장가입자들이 국내에 같이 살지 않는 먼 친척들까지 피부양자로 올린 뒤 질병에 걸리면 한국으로 들어와 치료·수술 등 보험 혜택만 받고 출국하는 사례가 포착됐다.

여기에 건강보험에 가입한일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업을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고가의 병원 치료를 받는 등 각종 혜택을 누린 사례도 논란이 됐다. 외국인 유학생의 건강보험료는 전년도 말의 지역가입자 가구당 평균보험료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체류자격이 유학(D-2)이면 보험료의 50%를 경감받는다.

얼마 전 바이두 등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한국 건강보험 ‘본전 뽑는 방법’이란 주제의 콘텐츠가 공유된 것이 국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 사이트에 ‘한국국민보험(民保)’이나 ‘하오양마오(羊毛)’ 등을 검색하면 국민건강보험 가입 방법부터 이용 팁, 병원 정보 등이 나온다.

‘하오양마오’는 ‘양털 뽑기’라는 의미로, 실생활에서 쿠폰이나 판촉 행사 등 혜택을 잘 활용해 돈을 들이지 않고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밖에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는 ‘한국 유학’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건강보험을 잘 활용하면 수익률이 200%에 달한다’ 등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진료목적 외국인 입국을 막는 등 건보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를 더 손질할 계획이다.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제외한 피부양자, 장기간 해외 체류 중인 영주권자는 국내 입국 6개월이 지난 후에야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등록할 수 있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범위에 비해, 우리나라에 있는 중국인이 등록할 수 있는 건강보험 피부양자의 범위가 훨씬 넓다”며 “부당하고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현지 직장을 다닐 경우 본인은 중국 건강보험에 가입되지만, 부인과 자녀는 영주권이 없으면 별도 민간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