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디리스킹 맞서 양동작전…'부당' 외치며 서방기업 유치 총력

인교준 2023. 6. 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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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 접근 제한탓 손해보는 美·유럽기업 겨냥 '전략 조정'
리창 中총리 "디리스킹은 정부 아닌 기업가가 결정할 문제"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미국 등 서방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에 맞서 세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 중국 사업을 하도록 설득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 진단했다.

미국은 물론 유럽까지 대(對)중국 디리스킹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중국이 선택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계 다보스포럼서 기조연설 나선 리창 중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중국의 2인자 격인 리창 총리는 지난주 독일 방문에서 현지의 CEO들과 만나 "디리스킹은 정부가 아닌 기업가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면서, "그런 위험이 과장되어선 안 되며 무엇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7일 하계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하계 다보스포럼) 연설을 통해 "특정 산업에 위험이 있다면 그것은 특정 조직이나 단일 정부의 요청이나 결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위험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장하거나 이데올로기적인 도구로 전환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의 이런 언급은 디리스킹이 인공지능(AI)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핵심 광물 등에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공급망 재편으로 구체화하는 것을 겨냥한 중국의 맞춤형 대응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은 이미 '대국 굴기'를 표방하며 다른 나라들에 경제적 강압을 하는 중국을 전 산업 분야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시도해왔으나, 유럽 등이 이견을 보이자 디리스킹으로 대응 강도를 낮췄다.

실제 지난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은 기존의 대중국 디커플링 입장을 디리스킹으로 전환했다.

이와 관련해 애초 디커플링이 사실상 디리스킹과 동일하다며 반발했던 중국은 여전히 디리스킹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젠 다른 나라들의 주장을 경청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은 디리스킹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국가를 억제하거나 배제하는 차별적 조처를 관철한다면 이는 시장원리와 공정경쟁,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여전히 맞서면서도 이젠 주변 국가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술강국인 독일마저 지난 15일 역대 처음으로 발표한 국가안보 전략에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을 희망한다고 명시했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같은 달 20일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같은 입장을 강조했을 정도로 경계심이 큰 상황을 중국 역시 모른 체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미국 뺀 중국과 EU 손잡기(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여기에 반도체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이 대만 TSMC·UMC,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일본의 니콘, 네덜란드의 ASML 등과 강력한 협력망을 구축해 중국을 배제할 경우 중국으로선 첨단 반도체 기술·제품에 사실상 접근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중국의 태도 변화를 부른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디커플링·디리스킹 등과 관련해 "중국의 수사적인 변화가 있다"면서 태세 전환이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서방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 등 중국 배제 공세에 맞서 디리스킹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미끼로 관련 기업들의 중국 사업을 지원하는 '전략 재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퀄컴과 인텔 등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과 한국·일본·대만 기업들은 미국 등의 요구로 인해 '돈이 되는' 중국 사업이 제한받는 탓에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작년 10월 중국에 반도체 칩 제조 장비 판매를 제한하는 조처를 한 데 이어 특정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중단토록 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된 수출 통제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3곳이 올해 거의 50억 달러(약 6조5천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았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정부와 기업 간 균열을 겨냥하는 셈이다. 최근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서 세계 유력 기업 CEO들을 환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6일 이례적으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를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MS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중국으로 들여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친강 외교부장,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장관,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 3명의 중국 현직 장관을 잇따라 만났으며,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등이 중국 당국의 초청으로 방중했다.

싱가포르 소재 아시아무역센터의 설립자이자 전무인 데버라 엘름스는 "중국은 (미국과 서방) 정부와 기업의 위험성 평가가 다르다고 본다"고 짚었다.

전직 중국 상무부 관리이자 중국 관변 싱크탱크 '중국과 세계화 센터'의 연구원인 저우샤오밍은 "기업들을 운전석에 앉혀야 많은 정부 간섭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오랜 친구"…빌 게이츠 만난 시진핑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가 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게이츠에게 "중국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과의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며 "당신은 중국의 개발 작업에 참여해 많은 좋은 일을 했고 우리의 오랜 친구다"라고 말했다. 2023.06.16 yerin4712@yna.co.kr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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