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지하철 역명 병기사업, "입찰가격만 높다면 OK, 시민편의는 뒷전"
[헤럴드경제=김태열 선임기자] "이번 정차할 역은 00약국역입니다~" 라디오 방송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이 방송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버스 장류장이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역에는 본래 행정구역병과 함께 이른바 '1+1' 형식으로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이나 대형기업이나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대형병원들이 병기되어 운영되고있다.
지하철 역명병기 사업은 지난 2016년부터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 극복과 적자를 보완하기 위해 '역명병가 유상판매'라는 제도로 도입됐다. 유상판매는 공정하고 엄격한 경쟁입찰을 통해 이루어진다. 역명병기 입찰 참여를 위한 조건은 해당 기업이나 기관이 대상 역에서 서울 시내는 1km, 시외는 2km 이내에 있어야 한다. 낙찰된 곳은 향후 3년 동안 원하는 기관명을 해당 역의 부역명으로 표기할 수 있으며 재입찰 없이 한차례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5월 관할 1~8호선 관할역 중 2022년도 유상표기 계약종료 예정이거나 부역명이 없는 역의 역구내(7종) 및 전동차(3종) 표기시설물에 대해 1~8호선 역 중 12역 선정하여 입찰을 시행한다고 공고한바있다.
이 제도를 처음 실시할때 시범 실시 역 이용 시민 4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유상 병기 시 우선 고려되어야 할 사항으로 시민편의성(35%), 대표성(28%), 공공성(18%)을 꼽았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사업이 최근의 입찰에서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한 나머지 공공상을 훼손하는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이 사업은 초기에도 과연 서울교통공사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 고안됐던 제도이기때문에 해당 사업이 계속될 경우 지하철역이라는 공공장소를 수익성에 매몰된 특정 기관이 점유해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수익성을 높이기위해 서울교통공사는 입찰 참여기관의 진입장벽을 초기와는 달리 계속낮추면서 경쟁업체들이 더 많은 돈을 써낼수 있도록 부추키는 형국이다. 예를들어 의료기관의 사업참여 조간을 보면 서울교통공사의 병기역명 대상기관 선정기준에 따르면 ▲의료법 제3조(의료기관) 제2항 제 3호에 정한 병원급 의료기관 중 제 3조의3(종합병원), 제3조의4(상급종합병원), 제3조의5(전문병원)에 해당하는 기관에서 ▲동법 제3조의2(병원등)에 의거 150병상 이상 병원으로 바뀌었고 2022년 6월 이후에는 ▲의료법 제3조 제 2항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기관으로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의료법 제3조 제 2항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종합병원,전문병원뿐 아니라 의원급 의료기관인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과 조산원을 나열하고있어 사실상 병원 규모에 상관없이 입찰금액만 많이 써내면 절차상으로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따내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로인해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성이 있는 곳이 아닌 입찰금액을 많이 써내는 기관이 역명병기 사업을 따내는 사례가 실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해 7호선 논현역의 경우, 한 대형 안과에서 기초가격의 300%가 넘는 9억 원에 낙찰된 바 있으며, 최근 5호선 발산역 역명병기 입찰에서도 의과대학 등 교육기관을 갖추고 약 1000병상의 대형 종합대학병원을 제치고 약 70병상에 불과한 개원가 의원의 명칭이 들어가게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입찰에 참여했던 기관이나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어차피 경쟁입찰이고 금액을 많이 써낸 곳이 사업을 가져가는 것이지만 지하철역은 수만에서 수십만명이 오가는 시민의 공공시설인데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이나 시설이 들어가는 것이 역명 병기사업의 취지에도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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