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HMM매각, 산업은행 서두르는 이유
자기자본 축소…BIS비율 유지시 자금공급 규모 줄어
KDB산업은행이 HMM 매각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나서 매각 필요성을 언급했는데요.
강석훈 회장은 지난 20일 진행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HMM 주가가 1000원 빠지면 BIS비율 0.07%포인트가 하락한다"며 "이로 인해 1조8000억원 정도의 자금공급여력이 감소해 HMM 매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기사: 강석훈 산은 회장 "HMM 인수의향자 있어…이르면 연내 매각"(6월20일)
산업은행은 올해도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상당한 규모의 자금공급 역할을 해야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라도 HMM 매각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한전 적자에 HMM까지?
은행은 BIS(국제결제은행)가 정한 자기자본비율, BIS비율이 중요합니다. BIS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로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은행의 주요 업무가 대출인 만큼 빌려준 돈에 위험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합니다.
BIS비율이 낮으면 은행의 신인도가 떨어지고 퇴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데요. 그런 만큼 은행들은 높은 수준의 BIS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주요 경영 목표이기도 합니다.
시중은행들은 BIS비율이 8% 이상이면 재무구조가 건전하다고 보는데요. 금융감독원의 BIS비율 권고치는 13% 수준으로 국내 은행들에게 좀 더 높은 숫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의 경우 BIS비율은 하락세입니다. 2020년말 15.96%였던 BIS비율은 올 1분기말 기준 13.11%로 2.85%포인트 급락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한국전력공사(한전) 때문인데요.
강석훈 회장은 "한전 손실에 따른 BIS비율 하락 영향만 1.95%포인트에 달한다"고 설명합니다.
은행들이 높은 BIS비율을 유지하려면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합니다. 자기자본을 늘리려면 실적(순이익 증가)이 중요한데요.
산업은행은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전은 산업은행의 비연결자회사로, 한전 실적이 보유 지분율만큼 산업은행에 반영되죠.
한전은 대표적인 적자기업인데요. 최근 들어 심각성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비용 증가에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망설이면서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까닭입니다. 정부는 최근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는데요. 시장에선 올 2분기에도 한전이 2조23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떠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HMM 주가 부진이 산업은행의 골치를 더 아프게 합니다. 산업은행은 HMM 지분 20.69%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HMM 주가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이 산업은행 실적에 반영됩니다.
HMM은 해상 운임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실적 부진에 빠졌고 주가 역시 하락했습니다. HMM 주가는 2021년말 종가(2만7300원)대비 올 1분기말 종가는 25.5%(6950원) 하락한 2만350원을 기록했는데요. HMM 주가가 1000원 떨어지면 산업은행 BIS비율 0.07%포인트가 하락한다는 게 강석훈 회장 설명입니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한전 적자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결국 HMM 주식을 매각해 주가 변동으로 인한 실적 불확실성을 줄여야 조금이라도 BIS비율에 여유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죠.
자금공급여력 감소…이유는?
산업은행은 한전과 HMM 등으로 줄어든 자기자본을 만회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단행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 주식 1조원을 현물출자 받고 1조3000억원 규모 후순위채권도 발행했는데요. 이를 통해 BIS비율 13%선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은행은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정부, 국회와 추가 출자 등 자본확충을 위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계획인데요.
하지만 산업은행은 한전과 HMM뿐 아니라 현물출자 주식과 구조조정기업 출자전환 주식 비중이 높아 시황에 따른 평가손익 변동성이 큽니다. 이로 인해 재무구조 안정에 취약한 한데요. 정부를 통한 자본확충에만 기댈수는 없다는 의미죠.
자본확충이 어렵다면 BIS비율 유지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산업은행의 역할을 생각하면 비현실적이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국내 산업 육성과 시장 안정 등을 위한 정책자금 공급 역할을 합니다. 올해는 반도체 산업 지원과 벤처기업 육성 등 73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산업은행의 정책자금 공급은 시중은행의 대출 영업활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게 되는데요. 산업은행의 실적 부진으로 자기자본이 축소되면 위험가중자산도 줄여야 합니다. 공급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강 회장이 자금공급여력을 유지하기 위해 HMM 매각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강 회장은 HMM을 인수하려는 기업이 있다는 점을 밝히며 이르면 연내 HMM 주식 매각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산업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HMM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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