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벨라루스로 이동하나...반란 후폭풍 여전
러시아에서 축출된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서 바그너 재건할 수 있어
나토 동유럽 회원국들은 바그너 서진에 긴장
러시아 내부에서는 바그너 처리 놓고 의견 분분, 무장 해제 시작
해산보다는 국가 통제 강화 가능성 높아
푸틴, 바그너는 용서해도 프리고진은 용서 못해
[파이낸셜뉴스] 이달 러시아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예고대로 벨라루스에 도착했다. 동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바그너그룹이 러시아가 아닌 벨라루스에서 세력을 재편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러시아는 본토에 남은 바그너그룹에게 중장비를 돌려받는 등 무장 해제를 시작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27일 국영매체를 통해 "오늘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외신들은 이날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벨라루스 민스크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루카셴코는 "우리는 그들을 위한 캠프를 새로 건설하지 않겠지만,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군사기지 가운데 하나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면서 "울타리가 있고 모든 것이 있으니 텐트를 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그룹 지휘관이 와서 우리를 도와준다면 값진 일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에게서 공격과 방어 전술 등 전투 경험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루카셴코는 24일 반란 당시 벨라루스 군에 전투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며 자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프리고진이 협상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흥분한 프리고진을 달래며 바그너그룹의 안전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는 "전방에서 싸운 두 사람이 충돌했는데, 이번 사안에서 영웅은 없다"고 말했다. AFP는 루카셴코가 언급한 두 사람이 프리고진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라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27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나토 7개국 회동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바그너그룹의 이동을 언급했다. 그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를 포함한 모든 나토 회원국의 영토 방어 대비 태세가 항상 갖춰져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7개국 회동은 다음달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진행됐다. 리투아니아는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루카셴코는 27일 연설에서 바그너그룹이 나토 정상회의를 겨냥해 도발할 가능성에 대해 "그들은 벨라루스 땅에서 도발할 의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만약 바그너가 연쇄 살인범들을 벨라루스에 주둔시킨다면, 모든 인접국은 훨씬 더 큰 불안정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바그너그룹은 우크라 전쟁에서 수만명의 죄수들을 차출해 전선에 투입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도 프리고진의 이동에 "이는 굉장히 심각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우리는 매우 강력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외신들은 다음달 정상회의에서 동유럽 나토 회원국들이 나토 병력 강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그너그룹 병사들이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로 이동할 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러시아 국방부는 27일 발표에서 바그너그룹의 대형 군 장비를 러시아 현역 부대로 인계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 군사전문가들은 푸틴이 일단 추가 반란 없이 바그너그룹의 무장을 안전하게 해제하기 위해 그들의 안전을 보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하원의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26일 발표에서 "바그너그룹은 전투력이 강한 부대로 이는 러시아군 인사들을 포함해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을 무장 해제시키고 해산하는 것은 나토와 우크라에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바그너그룹이 우크라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등 해외 각지에서 용병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수요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바그너그룹은 리비아, 시리아,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활동했고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현지 최대 금광을 소유하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7일 발표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기반을 둔 바그너그룹연계 금광 기업 등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한편 푸틴은 바그너그룹 자체는 끌어안더라도 반란을 주도한 프리고진에게는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사법당국은 반란 직후 프리고진을 내란 주도 혐의로 기소하고 수사에 착수했으나 그가 벨라루스에 도착하자 이를 취소했다. 그러나 푸틴은 27일 반란을 진압한 군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국가 예산과 국방부를 통해 바그너그룹의 자금을 전액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바그너그룹의 인건비로 860억루블(약 1조3150억원) 이상을 지급했다며 국방부가 바그너그룹을 홀대했다는 프리고진의 주장을 반박했다. 푸틴은 프리고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가 보유한 식품업체 콩코드를 언급하고 ”콩코드 기업의 소유주는 러시아 군에 음식을 공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연간 800억루블(1조2000억원)을 벌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그너그룹과 그 수장에 지급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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