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보상' 두고… 창작자·플랫폼 이견 지속

윤기백 2023. 6. 2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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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창작자 "세계적 흐름… 법안 조속히 통과해야"
플랫폼연대 "성급한 입법… 사회적 합의 먼저" 맞불
27일 저작권법 개정안 또다시 계류… 안갯속 지속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정당한 보상’ VS ‘추가 보상’

영상창작자에게 창작물 이용에 따른 보상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앞두고 창작단체와 플랫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법안 상정을 앞두고 서로 반대 입장을 담은 성명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OTT협의회로 구성된 플랫폼연대는 법안 상정 하루 전인 26일 공동 성명문을 내고 개정안 입법 추진을 반대했다. 이들은 “추가 보상권 제도는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으로 해외 법제를 국내에 무리하게 적용해 입법화하는 것은 향후 소송 등 당사자 간의 소모적인 분쟁을 야기할 것이 자명하다”며 “자국 산업의 보호 및 진흥의 실효성과 법리적 측면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DGK(한국영화감독조합), SGK(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독립PD협회(이하 독립PD협회) 등 영상창작 3단체는 이튿날인 27일 “세계 문명국가들은 영상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저작권법 개정 또는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을 통해 스트리밍 플랫폼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며 “정당한 보상은 세계적 흐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플랫폼연대가 (입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국내 OTT들이 영업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경쟁력의 문제다. ‘정당한 보상’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고 비판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정당한 보상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문체위 문화예술법안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유정주, 성일종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의결이 보류됐다.

“성급한 입법 추진 반대, 사회적 합의 필요”

플랫폼연대는 26일 성명을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으로 특약이 없을 경우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작년부터 관련 법안이 연이어 발의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정안에 대해 “영상저작물의 원활한 이용과 투자액 회수를 위해 마련된 저작권법상 영상저작물 특례조항의 취지에 반하고, 헌법상 포괄위임입법 금지 원칙, 사적 자치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위헌적 법률안”이라며 “실무적으로도 연출자·각본가에게 콘텐츠로부터 발생한 손실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연출·집필료는 지급하고, 손실은 미디어 업계가 모두 부담하는 현 구조에 대한 고려 없이 오직 수익이 발생하는 한정적인 경우만을 대상으로 일방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없는 성급한 입법 추진에 반대한다”며 “국내 영상 산업 전반이 함께 보호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OTT 적자, 산업의 문제 아냐”

창작자들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영상창작 3단체는 “업계 내에서 창작자들의 보상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된 지 수년이 지났고, 지난해 법안이 발의된 이후로도 지엽적인 반대 논리만 찾으며 입법 저지에 매달려 온 플랫폼 연대가 이제 와서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며 또다시 논의를 지연시키려 하는 것은 개정안 통과 전 상생을 위한 협의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개정안 통과만이 창작자 보상의 구체적인 상생 모델을 논의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독립PD협회는 ‘손실은 미디어 업계가 모두 부담한다’는 플랫폼연대의 주장에 “20년 넘는 경력자가 주당 평균 60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시급으로 따지면 만원이 될까 말까 한 연출료를 받는 것이 ‘안정적 연출료’인가”라고 되물었다. DGK는 “플랫폼사는 완성된 작품을 보고 선택, 제공하는 위험만 감수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제작 손실을 떠안기라도 하는 척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며 “수년간 기획한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을 위험은 물론 흥행 결과에 따라 커리어가 끊겨버릴 위험까지 감수하며 한계 없는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 창작자들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반발했다.

SGK는 ‘정당한 보상을 개정하는 개정안이 사적 자치 계약 원칙에 반한다’는 플랫폼연대의 주장에 “영상물의 저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시장에서 활용되는 것에 비례적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유한다는 것은 전 세계 문명국가라면 어디서나 공유하는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플랫폼연대가 이러한 상식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영업적자 때문이지만 이는 개별 업체의 경쟁력 문제일 뿐 OTT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독립PD협회 역시 “플랫폼연대 소속 방송협회는 이런 주장을 하기에 앞서 현행 방송법과 방송통신위원회를 헌재에 위헌 제소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으며, 계약상 우위에 있는 자신들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사적 자치의 원칙’을 내세우는 행태를 비판했다.

DGK 역시 “이 법이 발의되기 전, 우리는 그 어떤 사업자와도 보상 제도를 놓고 협의를 시작할 수 있는 ‘협상 레버리지’를 가진 적이 없다”며 “‘사적 자치 계약의 존중’을 내세우는 자는 플랫폼-배급-투자-제작자-창작자로 이어지는 계약의 체인에서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다. ‘플랫폼 연대’가 그러한 위치에 있다”고 비판했다.

“다각적 검토” VS “조속히 통과해야”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10개월 만에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지만, 또다시 계류됐다. 그런 가운데 창작 3단체와 플랫폼연대는 검토냐 통과냐를 두고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플랫폼연대는 ‘자국 산업의 보호 및 진흥의 실효성과 법리적 측면’을 이유로 들며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플랫폼연대는 문체위 문화예술법안소위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26일 성명을 발표, 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뜻을 분명히 밝혔다.

영상창작 3단체는 “단순히 창작자들에게 용돈 몇 푼 더 주자는 법안이 아니라 창작자가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신규 입직을 유도하고, 창작 기반을 두텁게 하자는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K콘텐츠의 주역인 창작자들을 보호하고 창작 기반을 두텁게 하는 것이 결국 플랫폼 사업자의 미래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고 힘줘 말했다.

SGK는 넷플릭스 독일의 보상금 협상을 담당했던 레이첼 슈마허의 “우리는 정당한 보상이 우리와 독일 창작집단 사이의 지속 가능하고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의 초석이라고 믿는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적어도 넷플릭스는 ‘정당한 보상’으로 인해 창작자 생태계가 풍성해지면 그 열매는 다시 플랫폼이 누리게 될 것을 알고 있다고 짚었다.

또 “법안이 시행되면 가장 큰 ‘정당한 보상금’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이 지급하게 될 것이 자명, 남의 돈으로 자기 밭에 거름을 주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며 “국내 플랫폼들의 작금의 행태는 마치 열이 펄펄 나는 어린아이를 연상시킨다. 빨리 해열제를 먹어야 하는데, 당장 입에 쓰다며 안 먹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끝으로 영상창작 3단체는 국회를 향해 “대한민국 영상 콘텐츠 창작 기반의 붕괴를 막고, K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부모의 자애와 지혜를 발휘하여 영상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윤기백 (giba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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