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티첼리부터 고흐까지, 미술관 1열에서 만나는 세계사

김명희 기자 2023. 6. 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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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셔널갤러리의 명화들이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유럽 거장들의 시선을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6월 2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824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내셔널갤러리는 13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활동한 화가들의 회화 2000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보티첼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후기 인상파 폴 세잔에 이르기까지 유럽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6월 2일부터 10월 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서는 내셔널갤러리의 소장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내셔널갤러리의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라파엘로, 성모자와 세례 요한, 1510~11년경, 목판에 유화.
전시는 미술의 관심이 '종교와 신’에 집중되던 시대에서 '사람과 일상’에 대한 주제로 확장되는 과정을 거장의 시선을 따라 조명한다. 보티첼리,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렘브란트, 터너, 컨스터블, 토머스 로렌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시대를 대표하는 서양미술 거장 50명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르네상스 시대 회화부터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상주의 회화까지, 15세기부터 20세기 초 유럽 회화의 흐름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특히 르네상스, 종교개혁, 그랜드 투어(17~19세기 유럽 상류층에서 유행한 이탈리아 인문학 답사 여행), 프랑스대혁명, 산업혁명 등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변화하는 시대상에 대한 설명과 함께 거장의 명화를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국립중앙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서양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의 변화를 보다

빈센트 반 고흐,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1890년, 캔버스에 유화. 존 컨스터블,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1820년, 캔버스에 유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목욕하는 사람, 1885~90년경, 캔버스에 유화(왼쪽부터).
오랫동안 종교와 신은 유럽 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지만, 사람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확장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과정을 총 4부로 나누어 소개한다.

1부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에서는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시 인간을 돌아보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 시기 화가들은 사람과 사람이 관찰한 이 세계에 주목하였으며,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관찰하여 그림에 담았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인 보티첼리, 라파엘로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산드로 보티첼리, 성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 1500년경, 목판에 템페라.
2부 '분열된 교회, 서로 다른 길’ 섹션에서는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 신앙을 북돋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술의 역할에 주목한 가톨릭 국가의 미술과 종교 미술 대신 사람과 그 주변 일상으로 관심이 옮겨간 프로테스탄트의 미술을 보여준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카라바조, 렘브란트 등의 작품과 함께, 가톨릭 개혁 시기 인기를 끈 사소페라토의 작품도 소개된다. 한편 프로테스탄트 중심의 북유럽에서 유행한 풍경화, 일상생활 그림 등도 전시된다.

3부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장되어, 개인 그리고 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18~19세기 작품들을 조명한다. 계몽주의의 확산과 프랑스대혁명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점차 개인의 자유와 행복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된다. 종교와 사상을 담는 매체를 넘어, 개인의 경험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그림들이 주를 이룬다.

에두아르 마네,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1878~80년경, 캔버스에 유화.
4부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 등장한 인상주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화가들의 관심은 산업혁명으로 근대화된 도시의 변화된 모습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되었다. 비로소 그림은 '무엇을 그리는가, 얼마나 닮게 그리는가’의 문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화가들은 점차 독창적인 색채나 구성을 바탕으로 화가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서서히 줄어들고, 인간에 대한 관심은 커져간다. 무엇보다도 그림은 권력을 가진 이들을 위한 수단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변해간다.

국립중앙박물관 윤성용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국민들께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거장들의 명작을 한국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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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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