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가 등번호 88번을 금지하는 이유는?

등번호 88번을 달고 뛰었던 마리오 파살리치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이탈리아 축구에선 앞으로 등번호 88번을 달고 뛰는 선수가 사라진다.

AP통신은 28일 이탈리아 정부가 반유대주의를 근절하기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모든 축구장에서 등번호 88번 착용 금지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조치는 이탈리아 세리에A 뿐만 아니라 하위리그까지 대상이다. 현재 세리에A에는 아탈란타의 마리오 파살리치, 라치오의 토마 바시치 2명이 등번호 88번을 달고 뛰고 있다.

두 선수는 앞으로 등번호를 바꿔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가 88번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와 연관됐기 때문이다. 나치 주의자들은 히틀러를 존경하는 의미로 ‘하일 히틀러’(Heil Hitler·히틀러 만세) 경례를 하는데, H가 알파벳의 여덟 번째 문자라 88번도 같은 의미가 담겼다.

실제로 라치오의 한 팬은 지난 3월 히틀러의 아들이라는 이름과 등번호 8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한 채 경기장을 방문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팬은 전방 45도 각도로 팔을 쭉 뻗는 로마식 경계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는데, 독일 나치식 경례와 흡사하다.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로 악명높은 일부 이탈리아 축구 팬들의 문제에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 정부와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앞으로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것처럼 반유대주의를 떠올리게 만드는 구호나 행동이 나올 경우 경기를 중단하는 지침까지 만들었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경기장에서 너무 자주 나오는 편견에 대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 축구협회장도 “차별적인 행동으로 추락하는 축구의 신뢰가 이탈리아 사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화답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