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헝가리 총리 “우크라 주권 국가 아니다…푸틴, 전범 취급 안돼”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6. 2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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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시아와 전쟁서 승리 못해…협상만이 해답”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오른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10월 30일 부다페스트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종 군사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 내에서 뚜렷한 친러 성향을 드러내 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주권 국가라고 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만큼 하루 빨리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러시아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의 전범 혐의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그는 이날 공개된 독일 일간 빌트(Bild)지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자금과 무기 모두 없는 상태로, (서방의) 지원이 제공된 덕분에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 이상 주권 국가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협력은 이미 실패한 것이 현실”이라며 “평화가 언제 실현될지는 미국에 달려 있다”고도 주장했다. 사실상 미국과 서방의 지원이 무의미한 전쟁을 계속 지속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인식으로, 그런 결말은 가능하지 않다”며 “분쟁 초기에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졌다면 수많은 사상자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또 “처음부터 나는 이 분쟁이 세계적인 전쟁이나 이에 버금가는 규모의 전쟁으로 변질되도록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고, 평화 협상만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게 발부한 체포영장과 관련, “전쟁이 끝난 뒤에야 전쟁 범죄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휴전과 대화를원한다면 분쟁 당사자가 협상장 탁자에 앉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협상장 탁자에 앉아서 ‘탁자로 오라, 그러면 체포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나쁜 생각”이라며 “대화를 위해서는 대표단 수장이 필요한만큼, 지금 당장 (푸틴의) 전쟁 범죄 혐의를 거론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푸틴이 전범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는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 나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EU가 우크라이나 추가 원조를 위해 내놓은 EU 예산 개정안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약 71조원) 규모의 추가 원조를 제공하려는 벨기에의 의도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로 보내진 EU 자금 사용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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