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제 없애고 일타강사 때린다고 사교육이 사라질까 [핫이슈]
수능을 목전에 두고 갑작스럽게 킬러 문제를 없애겠다니 말이다.
공교육 학습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배제해 사교육을 척결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수능이 5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기존 수능의 기조를 바꾸겠다니 수험생 처지에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킬러 문항을 풀어내 다른 수험생보다 우위에 있던 최상위권 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중상위권 학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킬러 문제에 매달리는 수험생 숫자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킬러 문제는 포기하고 나머지 문제를 완벽히 풀어 2등급 정도를 목표로 하는 수험생이 훨씬 많다. 일부 과목에 집중해 수시전형이 제시하는 최저등급 충족을 목표로 수능 준비를 하는 학생도 상당수다. 킬러 문항을 없애는 것만으로 사교육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또 있다. 킬러 문항을 없애고도 변별력을 유지하려면 평균 난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준킬러 문항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문제 푸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지금까지는 (킬러문항이니)버리면 됐던 부분까지 공부해야 하니 공부할 양도 많아진다. 사교육이 파고들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예고한 대로 난이도가 조절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출제기법 고도화’를 통해 킬러 문항은 없지만, 변별력은 있는 수능을 예고했다. 하지만 난이도 조절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수십 년 입시에서 여러 차례 확인된 일이다.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제가 출제됐다며 대통령의 지적을 받은 6월 모의고사 국어 과목도 막상 채점해보니 수험생들은 평이하게 느낀 수준의 난이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정황을 미루어 보면 이번 수능은 (정부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킬러문항이 출제되거나, (킬러 문항이 배제된)물수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킬러 문항이 출제된다면 수험생들은 또다시 뒤통수를 맞게 된다. 혹시 모를 킬러 문제 출제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물수능이 될 경우 동점자가 속출하고 실력이 아닌 실수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 과목별 만점자가 4%를 넘으면 한 문항만 틀려도 2등급이 되고, 만점자가 11%를 넘으면 한 문항만 틀려도 3등급이 된다. 실제로 2016학년도 수능에서는 한국사, 한국지리, 세계지리, 세계사, 법과정치, 생활과 윤리 6과목에서 한 문제만 틀리면 2등급이 되는 일이 발생했다. 물리2 과목은 1문제만 틀려도 3등급으로 밀려났다.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공언하고 사교육 카르텔과 일타강타에게 분풀이하는 것으로 사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킬러문제를 풀어내고, 변형해 새롭게 나올 문제를 예측해내는 사람들이 일타강사다. 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문제를 빼내고 출제자와 결탁했다면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난 받아야할 대상은 사교육은 하는 일을 해내지 못한 공교육이다.
대학서열(학벌)이 소득격차로 이어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와 수시로 바뀌는 입시제도가 야기한 불안, 치열한 내신경쟁이 불러온 선행 광풍 등 국민이 사교육에 눈을 돌릴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정부가 분풀이 대신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 와중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마저 말썽이다.
나이스 먹통에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또 한 번 분통이 터진다. 수능 논란에 이은 연타 공격이다.
올해 고3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을 교육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입시를 배웠다는 교육부장관도 학교와 입시 현장이 대혼란을 겪을 때 마다 대통령에게 배우고 굼뜬 실무진을 탓할 수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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