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너가(家) 지분 상속 분쟁 어떻게 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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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합의된 사항” VS “다툴 여지 있다”
지난 3월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배우자와 딸 구연경·구연수 씨가 양아들이자 오빠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소송을 제기한 뒤 여러 ‘설’이 나오고 있다. 상속 분쟁의 씨앗이 움튼 가운데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4.20%)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2.92%), 구연수 씨(0.72%)의 뒤에는 외국자본이 있다는 ‘설’이었다.
외국자본으로 지목된 기업은 경영권 참여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는 상황. 당장 참여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향후 재판 흐름에 따라 구광모 회장 중심의 LG그룹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국자본 개입설의 실체
당시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주)LG 주식 11.28%를 비롯해 총 2조원 규모였다.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은 (주)LG 주식 일부와 선대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 투자 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이 ‘입장’을 바꿨다. 당초 유언장이 있는 줄 알고 유산 분배에 합의한 것인데, 유언장이 없었다며 지난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셈이 복잡해진다. 민법에 따르면 유언 없이 배우자가 사망하고, 상속인 간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상속 지분은 모든 상속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단, 배우자에게는 50% 할증된 유산이 돌아간다. 구본무 전 회장의 보유 지분이었던 11.28%의 (주)LG 주식이 김영식 여사(1.5), 구광모 회장(1), 구연경 대표(1), 구연수 씨(1)의 비율로 상속된다. 배우자가 약 3분의 1(33%), 3남매는 각각 4.5분의 1(약 22%)을 받게 되는 것이다.
세 모녀 측이 승소한다고 가정해보자. 김영식 여사가 3.76%, 구광모 회장과 두 여동생이 각각 2.5%의 지분을 물려받게 된다. 이 경우 구광모 회장의 (주)LG 지분율은 15.95%에서 9.71%로 줄어든다.
반면 김영식 여사 지분율은 4.20%에서 7.96%로, 구연경 대표는 현재 2.92%에서 3.42%, 구연수 씨는 현재 0.72%에서 2.72%로 높아진다.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이 힘을 합칠 경우 14.1%에 달한다. 외국자본 개입설이 나오는 이유다.
나머지 주주들은 누구 편 들어줄까
외국자본 ‘실체스터’가 주목받은 이유다. 영국계 투자회사인 실체스터는 1994년 설립돼 런던과 뉴욕에 거점을 둔, 아시아 기업 투자전문회사다. 일본 시장 투자 비중이 가장 높지만, 한국 기업 주요 주주로도 종종 등장한 바 있다. 2006년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1년 KT 지분을 5% 이상 보유했다고 공시한 이후 현재까지 주요 주주로 남아 있다. 장기 투자를 통해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실체스터가 지난 4월 12일 LG 지분을 5.02% 보유했다고 공시하며 LG그룹의 3대 주주로 등극한 것. 자연스레 ‘경영권’을 노린 지분 확보라는 얘기가 나왔다. 주식시장은 요동쳤다. 실체스터의 지분 보유 공시가 난 당일 LG 주가는 15% 넘게 오른 9만 8,000원까지 치솟았다. 당일에만 9.48% 오른 9만 3,500원에 거래를 마칠 정도였다.
실체스터가 지분을 5%나 확보한 목적은 무엇일까? 실체스터 측은 “현재 한국 투자에 대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상황이 바뀌면 연락하겠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로 실체스터는 KT와 LG를 향해 눈에 띄게 주주 가치 제고 활동을 한 적은 없다. 스스로를 소개하는 자료에서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소개한다. 투자 대상 회사의 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체스터 측은 “(우리를) 헤지펀드, 행동주의(Activist) 등으로 표현하면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경영권 분쟁’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만에 하나 세 모녀 측이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3대 주주인 실체스터에 양쪽 모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4.1%를 세 모녀 측이 확보하게 될 경우 9.71%에 불과한 구광모 회장 측은 실체스터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세 모녀 측도 그런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실체스터와 손을 잡으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단순 투자자인 실체스터가 LG그룹 경영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이 시장에서 거론되는 이유다.
세 모녀 측은 구광모 회장 측 인사인 LG그룹 관계자들과 친부(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주도하에 임의로 상속재산분할 협의서가 작성되고 날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 회장 측이 유언장을 따르라고 해서 믿고 조치를 이행했는데,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후에 알게 됐기 때문에 상속회복청구소송은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유언장 비존재를 몰랐냐, 언제 그 사실을 알았냐” 입증이 관건
김영식 여사 측이 소를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은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침해 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유류분 권리 행사는 피상속자의 사망 사실을 안 시점에서 1년 안에만 가능하다.
일단 세 모녀 측은 구광모 회장 측 인사인 LG그룹 관계자들과 친부(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주도하에 임의로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작성되고 날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 회장 측이 유언장을 따르라고 해서 믿고 조치를 이행했는데,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2022년 5월경 알게 됐기 때문에 상속회복청구소송은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법이 규정한 상속 비율 1.5(배우자) 대 1(자녀 1인당)로 다시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구광모 회장 측 변호인은 언론에 “일반적인 개인 상속도 아니고 LG라는 대기업의 경영권과 관련된 상속인데 언론에도 이미 공개했고, 기업 공시도 했다”며 “이미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진행된 상속”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A판사는 “최근에는 성별로 인해 재산분할에 불이익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이를 뒤집고 권리를 인정해주는 추세다. LG그룹 지분을 구 회장에게 몰아주기 위해 무리한 부분들이 증거로 제출된다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 모녀 측, 변호인단 바꿔가며 ‘소송전’
그런 가운데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최근 소송대리인으로 임성근(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를 추가 선임했다. 임성근 대표변호사와 헌법재판관을 지낸 강일원(14기)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대표변호사, 강규상(변호사시험 9회)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맡게 된 것인데 법조계에서는 ‘큰 변화’라고 설명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임성근 변호사는 법원 내 주요 사건을 모두 섭렵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며 “재계 상속 사건의 경우 통상적으로 기업이 유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해볼 만한 여지가 있다는 판단하에 소송대리를 맡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세 모녀 측이 추가 선임한 임성근 변호사는 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구고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서울·부산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한 인재다.
임성근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법정 전략을 주도하는 역할도 강일원 변호사에서 임 변호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소송 전략도 일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세 모녀 측은 최근 구광모 회장 사이의 녹취 파일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출된 녹취 파일은 “유언장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세 모녀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는데, 이 밖에도 이 사건과 관련된 추가 파일을 상당수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세 모녀 측이 확실한 증거를 토대로 재판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100%라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임성근 변호사는 법률 전문 매체에 “녹취 파일이 법원에 제출된 것 이외에도 상당수 있어서 이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법원이 남녀평등이라는 헌법 이념과 민법 규정에 맞게 판단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광모 회장 측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투는 형국이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대법관 출신의 김능환 변호사를 필두로 강석훈(19기) 대표변호사, 이재근(28기) 변호사, 김성우(31기)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일단은 “구광모 회장 측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상속 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4년이 지나 소송을 제기한 점, 상속재산분할협의서까지 작성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적 효력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재판 장기전을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상속, 재산분할 관련 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최근에는 여성, 남성이라는 이유로 재산분할에 불이익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이를 뒤집고 권리를 인정해주는 추세”라며 “LG그룹 지분을 구광모 회장에게 몰아주기 위해 무리한 부분들이 증거로 제출된다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인화의 LG라는 평가답게 오너 일가에서도 중재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김영식 여사 측은 소송 전후로 구본무 전 회장의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구본무 전 회장의 여동생인 구훤미 씨가 “법정 소송까지는 하지 말자”는 취지로 중재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소송전을 막지는 못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LG그룹 경영권이 목적이 아니라 상속 과정에서 감정이 악화돼 소송까지 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언론에 많은 보도가 나왔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입장이 직접 언론에 나온 것은 없지 않냐. 경영권이 목적이 아니라 상속과 관련해 감정이 상한 부분이 있어서라는 얘기도 있다”며 “재판 결과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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