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가짜 연기 싫어 무대 떠났다…지금 내 연기 통할지 궁금”
9년 만에 무대 복귀…“영화, 연극 다르지 않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영화와 연극의 차이요. 잘 모르겠어요. ‘범죄도시2’와 ‘나무 위의 군대’가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그건 이야기가 다른 거지 영화와 연극의 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구씨’를 넘어 ‘구님’으로 불린 ‘추앙’의 대상.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JTBC), 영화 ‘범죄도시2’를 통해 대세 배우 반열에 올라선 손석구(40)가 무대로 돌아왔다. 무려 9년 만의 복귀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를 통해서다. TV나 스크린에서 만난 손석구의 연기는 매체를 달리 해도 차이는 없었다. 그가 ‘진짜’라고 믿는 연기의 방식이 지금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손석구는 27일 오후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오랜만에 돌아온 연극 무대는 “그간 해오던 연기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전 원래 연극만 하려고 하다가 30대 초반 마지막 연극을 하게 됐어요.” 그 작품이 9년 전 최희서와 사비 100만원씩 털어 극장을 대관해 무대에 올렸던 연극 ‘사랑이 불탄다’(2014)다. 그는 “매체는 시작할 생각도 없었는데, 영화와 드라마로 옮겨온 계기는 가짜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본에선) 사랑을 속삭이라고 하는데, 그럴 거면 마이크를 붙여주든지 무대에선 속삭이는 연기를 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이 가짜 연기를 시키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연극을 그만두고 매체로 오게 됐어요. 다시 무대로 돌아오면서 내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연극에서도 되는지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그의 연기론은 확고하다. 거대한 가쥬마루 나무 한 그루가 우직하게 자리한 무대에서 손석구는 그곳이 제집 안방인 것처럼 편안히 매달려 그의 ‘이야기’를 한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나지막이 읊조리는 손석구의 말들은 마이크를 통해 선명히 전달된다. 320석 규모의 소극장 무대에서의 마이크 사용은 ‘연극성’은 사라졌지만, 배우의 섬세한 연기는 되살렸다.
“만약 제가 연기 방식을 바꾸며 그건 나의 연기 스타일을 배신하는 거기에, 그냥 똑같이 연기하고 있어요. 연극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아요. 다만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이 패전한 사실도 모른 채 2년간 나무 위에 숨어 살던 두 병사의 실화를 다룬다. 일본 문학의 거장 故 이노우에 히사시의 원안을 극작가 호라이 류타와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매만진 작품이다. 손석구가 연기하는 신병과 배우 이도엽 김용준이 맡은 상관의 2인극. 여기에 극의 흐름을 알려주는 ‘해설자’ 역할은 손석구와 오랜 인연의 최희서가 맡았다.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할 때, 4~5년 전부터 연극을 하고자 했는데 여러 이유로 잘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나무 위의 군대’ 대본을 만나게 됐어요.”
손석구가 맡은 신병은 그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자원 입대한 인물이다. 명분을 중시하는 상관과 대립하며 싸우지 않고 나무 위에 사는 삶을 답답해한다. 손석구는 “신병은 군인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군인의 마인드나 군인 정신이 탑재돼 있지 않은 순수한 청년”이라며 “정서적으로도 맑고 순수해 지금까지 해온 역할과 괴리가 커서 나처럼 때 묻은 사람이 순수한 사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손석구가 해석한 상관과 신병의 관계는 “나와 아빠의 관계”다. 그는 “아버지는 무조건 옳다. 밤 10시에는 자야 하고, TV 소리는 7 이상으로 키우면 안 된다. 이해는 안 되지만 믿고 따르는 존재”라고 했다.
“이 힘든 것들을 나무에 갇혀 2년 동안 하니 살의까지 생기게 돼죠. 누구나 가정, 학교, 직장에서 비슷한 충돌의 경험을 한다고 생각해요. 내 마음에서 우러나는 믿음과 존경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그 믿음이 클 때는 잘 따르겠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나오며 시시각각 부딪히는 거죠. 그러면서 병들어가는 부조리가 생기는 거라고 봤어요.”
무대 위 손석구는 카메라 화면 속 연기에 익숙한 배우들과 달리 손발을 자유롭게 활용한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때도 풀샷이면 그것에 맞게 대사도 덧붙이고 몸도 적극적으로 써왔다”며 “관객이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전체가 보이니 의식적으로 다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석구에게 이 연극은 ‘지금, 우리의 이야기’다. 그는 “드라마에서 한 번도 다룬 적은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이기에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며 “오늘의 관객에게도 땅에 붙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님’을 향한 추앙의 열기는 지금도 대단하다. 지난 20일 개막한 연극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당초 폐막은 8월 5일이었으나, 연극은 같은 달 12일까지로 연장을 결정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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