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의 ‘중국 아이폰 수요 감소 없다’ 한마디에…애플 ‘주가폭락’ 배상 위기

2018년 발언 후 생산량 및 매출 전망 감소
애플 주가 10% 폭락하자 英연기금 등 소송
美법원 “원고 손해 초래했단 것 알 수 있다”
집단소송 기각해달라는 애플 측 청구 거부

아이폰을 생산하는 미국의 애플 CEO 팀 쿡. AP·뉴시스

5년 전 애플 CEO 팀 쿡이 했던 발언으로 인해 애플이 집단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7일(현지시간) 관련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지방법원은 영국의 노퍽 카운티 연기금 등이 제기한 집단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애플의 청구를 거부했다.

노퍽 카운티 연기금 등 주주들이 애플을 상대로 낸 집단소송은 쿡 CEO의 지난 2018년 11월 발언이 그 발단이었다. 당시 쿡 CEO는 실적 발표 후 실시된 콘퍼런스 콜(전화회견)에서 브라질과 인도, 러시아, 터키 등에서 환율 등으로 매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중국은 그 범주에 넣고 싶지 않다"며 중국에서의 아이폰 판매 감소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수일 후에 애플은 공급업체들에 생산 감소를 요청했고, 2019년 1월 2일에는 미·중 무역 갈등을 이유로 분기 매출 전망을 90억 달러(약 11조7000억 원)로 줄였다. 애플의 분기 매출 전망 하락은 지난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처음이었다. 이에 이튿날 애플 주가는 10%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740억 달러(96조1000억 원)나 줄어들었다.

이에 노퍽 연기금 등 투자자들은 쿡 CEO가 중국에서 아이폰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투자자들을 속였다며 같은 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곤잘레스 로저스 오클랜드 지방법원 판사는 "애플이 이런 위험(중국 매출 감소)을 공개하지 않아 원고의 손해를 초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쿡의 발언 이전에 애플은 중국의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미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자료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현지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애플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은 심리가 이어질 수 있게 됐다. 소송 결과에 따라 애플은 원고 측에 막대한 배상액을 지급해야 하게 될 수도 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