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없어 혼자서 '코치·선수·직원' 역할... 전 데이원 캡틴 김강선 "안 힘들다, 인수 팀만 나온다면 1000번도 해"
프로농구 데이원 구단이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리그에서 퇴출당했다. 지난 해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팀을 창단했지만, KBL 가입비 지연 납부, 선수단과 직원 임금 체불 등 각종 논란에 시달린 끝에 지난 16일 재정난을 이유로 KBL 회원자격을 잃었다. 점퍼스 선수들은 졸지에 팀을 잃었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았다. 새로운 인수 기업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점퍼스 선수들은 KBL의 긴급지원을 받아 지난 19일부터 고양체육관 지하 보조경기장에서 비시즌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캡틴' 김강선도 바빠졌다. 현재 선수들은 코치진 없이 KBL이 계약한 트레이너 2명과 훈련을 진행 중이다. 대신 김강선의 주도 하에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강선이 팀 감독이자 코치인 셈이다. 여기에 기자 담당 업무 등 구단 직원 역할도 김강선이 맡고 있다. 최근에는 주장이기에 대표로 국회까지 찾아가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도 만나 그동안 받지 못한 급여에 대한 해결을 부탁했다.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다. 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동료들을 위해서였다. 김강선은 지난 26일 스타뉴스와 만나 "팀만 잘 된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또 해야 한다. 좋지 않은 상황인데, 새로운 팀만 찾아진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한다. 새로운 인수 기업에서 연락이 왔으면 좋겠고, 좋은 팀에 인수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어 그는 "저희는 다음 달 21일까지 몸을 제대로 만들고 있어야 한다. 프로선수라면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야 좋은 팀을 찾는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KBL은 "부산시가 남자 프로농구단 유치를 강하게 밝힌 점을 고려해 우선 부산시와 새로운 인수 기업 물색을 포함한 후속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끝내 적절한 방안을 찾지 못하면 7월 21일(잠정) 데이원 소속 선수 18명을 대상으로 한 특별 드래프트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수 기업을 찾는 것이 우선 목표다. 하지만 다음 달 21일까지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특별 트레이드를 통해 점퍼스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9구단 체제로 바뀌는 대신 점퍼스 선수 18명이 2명씩 새로운 팀 유니폼을 입는다. 김강선은 "함께 고생했던 멤버들과 같이 가고 싶다. 인수 구단이 나타나 팀을 창단하는 게 최고의 목표이다. 특별 트레이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김강선은 "월세가 밀려 (집 주인이) 전기를 끊고, 수도도 끊겠다고 했다더라. 신인 선수들이 무슨 돈이 있겠나. 마음이 아팠다. 월급을 받지 못해 돈 문제로 힘들어 해서, 저희가 조금씩 모아서 월세를 내줬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현재 일부 선수들은 KBL이 잡아준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김강선은 "출퇴근이 멀어 2시간씩 걸린 선수들도 있었다. KBL이 훈련장 근처에 방을 잡아줘 마음이 놓인다"며 동료들 먼저 생각했다.
힘든 상황이지만, 고양 팬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김강선은 2009~2010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8순위로 대구 오리온스(전 데이원)에 입단해 줄곧 팀을 지킨 '13년 원클럽맨'이다.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강선은 "선수들이 돈 문제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팬분들께서 사비로 도시락과 간식, 차, 커피까지 챙겨주셨다. 너무 많이 받아서 이렇게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고양 팬들의 '디저트 응원'은 구단 해체 이후에도 이어졌다. 김강선은 "팬분들께서 이번 주에도 찾아와 간식을 주신다고 하더라. 너무 감사하다. 팬분들만 생각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마워했다.
김강선이 힘을 내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세상에서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가족이다. 남편이자 아버지이기도 한 김강선은 "와이프가 티는 내지 않지만,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저도 힘든데 와이프는 얼마나 힘들겠나. 그래도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잘 될 것이라고 얘기해줘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나이가 있어 언제까지 농구를 할지 모르겠다. 언제든 다칠 수 있고, 갑작스럽게 은퇴할 수 있다. 4살 아들에게 농구선수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빠 플레이 봤지'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선수 인생이 짧아질까봐 걱정된다"고 속마음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김강선은 "앞으로 잘 풀렸으면 좋겠고, 잘 될 것이다. 동료들의 걱정이 많겠지만, 많이 힘내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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