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터로이드 시티 - 만개한 천재성 혹은 몰락하는 치기[시네프리뷰]
2023. 6. 28. 07:53
‘가장 웨스 앤더슨스러운’ 영화라는 표현이 유효하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처럼 ‘새로운’ 영화라는 의미로는 더 이상 등치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확인시킨다. 이점이 근래 들어 반복해 보여주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제목 애스터로이드 시티(Asteroid City)
제작연도 2023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5분
장르 코미디, SF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제이슨 슈왈츠만, 스칼렛 요한슨, 톰 행크스, 제프리 라이트, 틸다 스윈튼
개봉 2023년 6월 28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천재 극작가 콘래드 어프(에드워드 노튼 분)는 신작 희곡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발표한다. 모두의 기대 속에 이 작품은 무대를 집처럼 여기는(?) 열혈연출자 슈버트 그린(애드리언 브로디 분)이 무대에 올린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곳은 이름처럼 과거 운석이 떨어져 만들어진 커다란 충돌구를 마을의 유일한 명물이자 자랑으로 먹고사는 작은 시골이다. 매년 이곳에서는 ‘소행성의 날’ 행사가 열린다. 그 안에는 놀라운 발명품을 만든 학생들을 선정해 포상하는 수여식도 포함된다.
최근 아내(마고 로비 분)와 사별한 종군 기자 오기 스틴벡(제이슨 슈왈츠만 분)이 자녀들과 함께 황량한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도착한다. 장남 우드로(제이크 리안 분)가 이번 행사의 발명상 수상자 중 1명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가 고장 나면서 어쩔 수 없이 오랫동안 연을 끊고 지냈던 장인어른 스탠리 잭(톰 행크스 분)에게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한편 메소드 연기를 일상에서조차 놓지 못하는 미모의 여배우 밋지 캠벨(스칼렛 요한슨 분) 역시 발명상 수상자인 외동딸 다이나(그레이스 에드워드 분)와 함께 마을에 발을 디딘다.
한적했던 마을이 행사를 위해 방문한 외부인들로 인해 모처럼 활기를 되찾지만, 행사 당일 뜻밖의 운명적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람들은 마을에 강제 격리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가장 웨스 앤더슨스러운’ 영화?
현대 비평가들과 관객들은 어떤 작품을 평가하며 종종 ‘마치 웨스 앤더슨의 영화 같다’란 표현을 쓴다. 이는 웨스 앤더슨이란 감독이 그만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서 분명히 인정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웨스 앤더슨의 영화 같은’이란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일단 그만이 상상해낼 수 있는 독창적인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에 기인할 것이다. 꽤 신선한 소재와 발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늘 예상 밖의 상황으로 확장된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정서적으로 과도한 피해망상이나 맹목적 투지 또는 외로움의 강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웨스 앤더슨이라는 이름에 가장 부합하는 연관어는 ‘이미지’다. 데뷔작부터 꾸준히 보여온 그만의 영상 스타일은 시쳇말로 ‘대체불가’라는 표현이 딱이다. 그를 설명할 때 언제나 당연히 따라붙는 ‘비주얼리스트’, ‘비주얼 마스터’라는 수식어가 거저 나온 게 아니다.
파스텔과 비비드 컬러를 주축으로 한 화려한 색감, 정갈하게 배치된 세트와 소품, 흑백과 컬러를 병행하는 편집으로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그의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의 창조’로 이어진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공간’은 주인공과 다름없다. 제목부터 마을 이름을 쓰고 있지 않은가?
대자본으로 만들어낸 사적 취향의 한계
이야기 속 배경은 미국의 작은 마을이다. 미국 남서부 네바다주를 연상시키는 설정이지만 실제 촬영은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의 소도시 친촌(Chinchn) 외곽에 있는 사막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프로덕션 디자인팀은 드넓은 사막 평지에 사실상 작은 마을 하나를 건설했다. 축구장 하나 크기의 세트는 일단 감독의 입맛에 맞는 촬영장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겠지만, 이는 촬영기간 동안 배우들이 최대한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팀워크를 다지는 데도 유용했다고 전해진다.
뚜렷한 작가주의는 뚜렷한 지지를 동반한다. 이는 이를 소비하는 관객뿐 아니라 생산에 동참하는 동료들에게도 적용된다. 회를 거듭할수록 매번 눈을 의심케 하는 ‘화려한 캐스팅’이 언제부턴가 그의 영화가 지닌 중요한 특색 중 하나가 됐다. 포스터와 엔딩크레딧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유명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포만감이 넘친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가장 웨스 앤더슨스러운’ 영화라는 표현이 유효하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처럼 ‘새로운’ 영화라는 의미로는 더 이상 등치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확인시킨다. 이 점이 이번 작품, 더 나아가 웨스 앤더슨 영화가 근래 들어 반복해 보여주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제작연도 2023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5분
장르 코미디, SF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제이슨 슈왈츠만, 스칼렛 요한슨, 톰 행크스, 제프리 라이트, 틸다 스윈튼
개봉 2023년 6월 28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천재 극작가 콘래드 어프(에드워드 노튼 분)는 신작 희곡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발표한다. 모두의 기대 속에 이 작품은 무대를 집처럼 여기는(?) 열혈연출자 슈버트 그린(애드리언 브로디 분)이 무대에 올린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곳은 이름처럼 과거 운석이 떨어져 만들어진 커다란 충돌구를 마을의 유일한 명물이자 자랑으로 먹고사는 작은 시골이다. 매년 이곳에서는 ‘소행성의 날’ 행사가 열린다. 그 안에는 놀라운 발명품을 만든 학생들을 선정해 포상하는 수여식도 포함된다.
최근 아내(마고 로비 분)와 사별한 종군 기자 오기 스틴벡(제이슨 슈왈츠만 분)이 자녀들과 함께 황량한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도착한다. 장남 우드로(제이크 리안 분)가 이번 행사의 발명상 수상자 중 1명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가 고장 나면서 어쩔 수 없이 오랫동안 연을 끊고 지냈던 장인어른 스탠리 잭(톰 행크스 분)에게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한편 메소드 연기를 일상에서조차 놓지 못하는 미모의 여배우 밋지 캠벨(스칼렛 요한슨 분) 역시 발명상 수상자인 외동딸 다이나(그레이스 에드워드 분)와 함께 마을에 발을 디딘다.
한적했던 마을이 행사를 위해 방문한 외부인들로 인해 모처럼 활기를 되찾지만, 행사 당일 뜻밖의 운명적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람들은 마을에 강제 격리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가장 웨스 앤더슨스러운’ 영화?
현대 비평가들과 관객들은 어떤 작품을 평가하며 종종 ‘마치 웨스 앤더슨의 영화 같다’란 표현을 쓴다. 이는 웨스 앤더슨이란 감독이 그만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서 분명히 인정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웨스 앤더슨의 영화 같은’이란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일단 그만이 상상해낼 수 있는 독창적인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에 기인할 것이다. 꽤 신선한 소재와 발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늘 예상 밖의 상황으로 확장된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정서적으로 과도한 피해망상이나 맹목적 투지 또는 외로움의 강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웨스 앤더슨이라는 이름에 가장 부합하는 연관어는 ‘이미지’다. 데뷔작부터 꾸준히 보여온 그만의 영상 스타일은 시쳇말로 ‘대체불가’라는 표현이 딱이다. 그를 설명할 때 언제나 당연히 따라붙는 ‘비주얼리스트’, ‘비주얼 마스터’라는 수식어가 거저 나온 게 아니다.
파스텔과 비비드 컬러를 주축으로 한 화려한 색감, 정갈하게 배치된 세트와 소품, 흑백과 컬러를 병행하는 편집으로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그의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의 창조’로 이어진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공간’은 주인공과 다름없다. 제목부터 마을 이름을 쓰고 있지 않은가?
대자본으로 만들어낸 사적 취향의 한계
이야기 속 배경은 미국의 작은 마을이다. 미국 남서부 네바다주를 연상시키는 설정이지만 실제 촬영은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의 소도시 친촌(Chinchn) 외곽에 있는 사막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프로덕션 디자인팀은 드넓은 사막 평지에 사실상 작은 마을 하나를 건설했다. 축구장 하나 크기의 세트는 일단 감독의 입맛에 맞는 촬영장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겠지만, 이는 촬영기간 동안 배우들이 최대한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팀워크를 다지는 데도 유용했다고 전해진다.
뚜렷한 작가주의는 뚜렷한 지지를 동반한다. 이는 이를 소비하는 관객뿐 아니라 생산에 동참하는 동료들에게도 적용된다. 회를 거듭할수록 매번 눈을 의심케 하는 ‘화려한 캐스팅’이 언제부턴가 그의 영화가 지닌 중요한 특색 중 하나가 됐다. 포스터와 엔딩크레딧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유명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포만감이 넘친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가장 웨스 앤더슨스러운’ 영화라는 표현이 유효하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처럼 ‘새로운’ 영화라는 의미로는 더 이상 등치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확인시킨다. 이 점이 이번 작품, 더 나아가 웨스 앤더슨 영화가 근래 들어 반복해 보여주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연륜과 동안의 한국계 배우 ‘스티브 박’
웨스 앤더슨의 전작 <프렌치 디스패치>에는 협잡꾼들에게 납치된 경찰서장 아들의 구출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는 인상적인 동양인 셰프가 등장한다. 이번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는 발명왕 수상자 중 1명인 동양인 천재소년 리키의 아버지인 로저 조를 연기한 인물과 동일인으로 나오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브 박(Steve Park·사진)이 있다. 참고로 아들 리키 역을 맡은 에단 조시 리(Ethan Josh Lee)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1987년 코미디언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스티브 박은 1989년 스파이크 리 감독의 <똑바로 살아라>(1989)에서 한국인 상점주인 역으로 데뷔하며 배우로서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유치원에 간 사나이>, <도망자>, <리틀 도쿄> 등 19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대표적인 액션영화의 단역으로 출연했다. 드라마 <맥가이버>, <프렌즈>에도 얼굴을 비쳤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폴링 다운>이나, <파고> 같은 작품성 있는 작품들에 출연하며 점차 비중 있는 배우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99년에는 <꿈의 구장>, <제리 맥과이어> 등에 출연한 미국인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켈리 코필드와 결혼해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를 둘러싼 가장 흥미로운 여담은 나이에 관한 것이다. 구글 검색을 통한 공식적인 출생연도는 1951년이다. 현재 72세라는 말이다. 그대로라면 지금 외모는 믿기 힘들 정도의 동안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stephenpark62’라는 점을 근거로 1962년생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런 화제가 꾸준히 회자하는 이유는 정작 본인 스스로가 출생연도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아서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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