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일지? 범죄도시2?..연극 무대 위 손석구는 여전히 손석구 (종합)[Oh!쎈 현장]

[OSEN=민경훈 기자]무대 위에서 배우 손석구가 기자회견 중 미소짓고 있다. 2023.06.27 /rumi@osen.co.kr

[OSEN=박소영 기자] “연기 스타일 바꿔야 한다면 배신하는 것”

배우 손석구의 매력 포인트는 무심한 듯 세심하게 표현하는 연기력이다. 덕분에 장르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연기 색깔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고의 이혼’, ‘60일, 지정생존자’, ‘멜로가 체질’, ‘D.P.’, ‘나의 해방일지’, ‘카지노’, ‘연애 바진 로맨스’, ‘범죄도시2’ 속 손석구의 연기는 모두 다채롭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손석구는 태어나고 자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기 위해 입대해 처음 전쟁을 겪는 신병 역을 맡았다.

[OSEN=민경훈 기자]무대 위에서 배우 손석구가 이도엽의 말에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2023.06.27 /rumi@osen.co.kr

27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찍을 때 이도엽 배우와 붙는 신이 많아서 연극을 많이 보러 갔다. 다른 배우들 연기를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시도는 계속 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안 됐다. 그러다 2인극 대본을 봤는데 개인적으로 ‘나무 위의 군대’가 좋았다. 현 시대에 땅에 붙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했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손석구 역시 9년 전 최희서와 사비 100만 원씩을 들여 대학로 연극을 올릴 정도로 무대 연기에 진심이다. 다만 지난 세월 동안 드라마와 영화 같은 매체 연기에 길들여졌을 터.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가 다르지 않나”, “어려움은 없는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특유의 넉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부렸다. 차이가 없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손석구는 “범죄도시2’랑 연극이 뭐가 다르냐고? 이야기가 다를 뿐 다 똑같다. 다만 영화를 찍고 다시 연극을 오니 내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연극에서도 되는지 보고 싶었다. 연기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면 제가 연기하는 목적을 배신하는 것이다. 다 똑같게 한다. 촬영장에서도 관객들과 비슷하게 감독님과 스태프가 앞에 있으니”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만에 다시 연극하면서 많은 질문을 받는다. 뭐가 다른지, 뭐가 달라야 하는지. 하지만 저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하는 게 중요할 뿐이다. 다만 신병 캐릭터는 여태까지 해온 캐릭터랑 다르다. 정서적으로 맑고 연령적으로 순수하다. 그 괴리가 클 뿐이다. 나처럼 때묻은 사람이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지 매체가 달라진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OSEN=민경훈 기자]무대 위에서 배우 이도엽 손석구 최희서 김용준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3.06.27 /rumi@osen.co.kr

신병 역의 손석구는 원캐스트지만 상관 역은 배우 이도엽과 김용준이 더블 캐스팅 됐다. 손석구를 ‘나무 위의 군대’ 무대 위로 이끈 이도엽은 “무대에서의 동작을 하지 말고 평소 네가 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는 다이아몬드 같은 조언을 했다. 손석구를 제가 만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용준은 손석구에 대해 “2023년 가장 큰 스타니까 신기했다. 구경하게 되더라. 대사를 주고 받는데 티비 광고에 나올 사람이 내 앞에서 얘기하더라. 내가 연극을 하고 있는 건지 광고를 보고 있는 건지. 그런데 연습하면서 보니 솔직하더라. 연극하는 사람들끼리 지킬 예의는 딱 하나다. 솔직함, 거짓말 안 하는 것. 손석구는 그게 있더라”고 찬사를 보냈다.

손석구의 존재만으로 ‘나무 위의 군대’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일 개막한 ‘나무 위의 군대’는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8월 5일까지 무대가 예고됐는데 일주일 연장해 8월 12일까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로 가는 길에는 손석구의 팬들이 마련한 전광판 광고가 ‘나무 위의 군대’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손석구는 “관객들이 ‘이거 내 얘기다’ 하면서 보길 바란다. 나무 위에서 2년간 있던 이들이 왜 답답한지. 가족, 직장 어디에 다 있을 거라 본다. 믿음으로 인해 썩어들어가는 데도 옳다고 믿으니까 싸울 수도 없는 상황. 그래서 너무 재밌다. 여태껏 매체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주제인데 어디에나 있는 주제”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브라운과 스크린 속 손석구의 연기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어쨌든 무대 위 그의 모습은 신선하고 짜릿하다. ‘나무 위의 군대’에 관심과 기대가 쏟아지기에 충분한 이유다.

[OSEN=민경훈 기자]무대 위에서 배우 손석구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3.06.27 /rumi@osen.co.kr

/comet568@osen.co.kr

[사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