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으로 지느러미 잘린 상어의 최후
지구상에서 물로 존재하는 영역을 수권水圈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3가지 주요 물질, 즉 암석·물·공기로 이뤄져 있고, 이것들에 의해 암권岩圈·수권·기권氣圈 3개의 권圈으로 나뉘어 있다.
수권의 97%가 바다로 3억6,000만㎢의 면적이다. 수권의 나머지는 담수(민물)로, 하천과 호수, 빙하, 지하수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구 전체의 표면적은 5억1,010만㎢이며 이 중 71%를 바다가 차지한다. 바다는 넓이에서 지구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전체 바닷물의 부피는 13억 6,900만㎦로 지구 부피의 79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바다의 평균 깊이는 3,800m로 지구 반지름의 1,680분의 1에 불과하다.
전체 바다 면적의 46%를 태평양이 차지하고 있다. 대서양이 24%, 인도양이 20%이고, 나머지 10%는 지중해, 북극해, 대륙에 접한 연해들로 구성돼 있다.
바닷물은 지구 전체를 돌며 열을 전달하고, 그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유지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의 '허파' 바다
바다는 지구의 허파이기도 하다. 흔히 아마존 밀림이 지구의 허파로 불리지만 실제 산소 생산량을 비교하면 지상 생물이 생산하는 산소의 양은 전체의 30%가량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모두 바다의 해조류와 미생물이 만들어낸다.
해수의 독특한 물리화학적 성질은 지구상에 생물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은 지상에 살고 있는 종보다 많아, 식물이 1만7,000여 종, 동물은 15만2,000여 종이라고 한다. 식물은 해수 속의 무기물을 영양으로 하며, 동물은 서로 약육강식의 방식으로 순환하고 있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오션스Oceans>(감독 자크 페렝·자크 클뤼조, 2009)는 바다와 해양 생물들의 다이내믹한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7년간의 촬영 기간과 8,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동원된 대형 프로젝트로서, 촬영팀은 코스타리카의 코코스섬, 북극지대의 코버그섬, 갈라파고스, 남극 등 57개 지역 바다에 살고 있는 해양 동물 100여 종의 모습을 생생하게 스크린에 담았다.
적막한 바닷속, 마치 담요를 펼쳐놓은 듯한 형체가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별명이 '바다의 배트맨'인 '담요문어'이다. 일본 시마네현 앞바다에 살고 있는 담요문어는 몸을 휘저으면 접힌 부분이 거대한 담요처럼 펼쳐진다. 담요처럼 생긴 부분은 위기 상황에서 적의 눈을 가리고 탈출하는 데에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마치 뿔처럼 생긴 주둥이를 가진 '일각돌고래'는 '긴이빨고래'라고도 한다. 북극해 네이비 보드만에서 촬영한 일각돌고래는 주둥이에 뿔 같은 엄니가 길게 튀어나와 있다. 왼쪽의 앞니 1개가 비틀어져 자란 것인데, 길이가 2m나 된다. 수컷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엄니로 결투를 벌인다.
호주 타운스빌 해역에서 촬영한 '쏠배감펭'은 아주 독특하게 생겼다. 가슴지느러미를 활짝 편 모습이 사자 갈기와 비슷해 '라이언 피쉬'라는 별칭이 있다. 몸길이 30~40cm가량으로, 옆구리에 흑갈색 줄무늬가, 등지느러미에 흑갈색 반점이 있는 게 특징이다. 등지느러미의 가시에 독이 있는데 비슷한 크기의 물고기에게 아주 치명적이다.
쉽게 보기 힘든 바닷속 생물들 촬영
개성 있는 외모로는 '혹돔'도 빠지지 않는다. 이마와 턱에 주먹만 한 큰 혹을 달고 있다. 사람으로 따지면 이마와 턱이 비정상적으로 자란 형태다. 몸길이는 보통 60cm 정도이며 1m까지 자란다. 몸무게 또한 14kg 내외로 중형 물고기이다. 이빨이 매우 단단해서 갑각류나 조개류, 성게 등을 씹어먹을 수 있다.
혹돔은 성장하면서 성별이 바뀌는 물고기다. 새끼 혹돔은 암컷으로 성장하다가 일부가 머리에 혹이 생기고 아래턱이 더욱 두꺼워지면서 수컷이 된다. 수컷은 암컷과 새끼 여러 마리를 거느리는 생활을 하며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무리의 수컷과 겨루기도 한다.
'거미게' 100만 마리가 얕은 바다로 나와 거대한 탑을 쌓고 탈피하는 장면은 공포에 가까운 장관이다. 몸통에 비해 다리가 길어 마치 거미처럼 보여서 거미게라고 부른다. 진흙이 많은 심해에서 사는데, 다리 길이를 포함해 3.8m까지 자라며 등딱지의 지름은 15~20cm까지 자란다.
탈피를 통해 성장하는데 한 번 탈피할 때마다 몸집이 1.5배 정도 자란다. 1년에 한 번 얕은 바다로 몰려들어 탑을 쌓듯 서로 몸을 딛고 올라간다. 껍질을 벗으면 부드러운 피부가 밖으로 드러나 다른 동물의 공격을 받기에 이런 식으로 뭉쳐서 서로를 보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내레이터의 말대로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인데, 첨단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든 영상이 무색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로 알려진 '대왕고래'는 몸길이 25~33m, 몸무게 120~180t에 이르는 거대한 생명체다. 코끼리 25마리를 모아놓은 것보다 큰 대왕고래는 호흡할 때 어른 키 4배 길이에 이르는 물기둥을 뿜는다. '흰수염고래'라고도 부르는 이 고래는 몸길이가 3~4cm밖에 안 되는 '크릴새우'로 배를 채운다. 대신 한 번에 4,000만 마리를 집어삼킨다.
이밖에도 <오션스>에는 평생 머리를 바닥 쪽으로 거꾸로 서서 모래 위 먹이를 찾는 '슈림프 피쉬', 무려 4억 년 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투구게', 바닷속 먹이를 향해 수직 낙하하는 수천 마리의 '케이프 가넷' 등 다양하고 신비로운 생물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프랑스 해군 도움 받아 촬영
<오션스> 제작진은 수준 높은 화면을 위해 첨단 기술력을 동원했다. 프랑스 해군의 도움을 받아 1.6m의 어뢰 앞에 카메라를 달아 황다랑어 떼를 비롯해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바다 동물들을 촬영했다. 돌고래 무리의 근접 촬영을 위해서는 광각 렌즈를 장착한 원격 조종 무인 헬리콥터를 이용했다.
<오션스>의 국내 개봉 당시 내레이션은 배우 정보석-진지희 커플이 맡았다. 인기 시트콤의 부녀 역할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드는 둘 사이의 대화와 내레이션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을 듯하다. 진지하고 차분한 해양 다큐멘터리를 기대하던 이에게는 화면 몰입을 적잖이 방해하는 요소가 될 듯싶다. 이들에겐 공동 내레이터로 참여한 성우 배한성의 단독 내레이션이 더 나았을 것이다.
반면, 마치 아쿠아리움 구경 가듯 자녀들과 흥미로운 바닷속 생물의 세계를 둘러보길 원한 관객이라면 지루함을 덜고 스크린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개봉 당시 국내의 흥행성적도 좋았다.
프랑스 원작의 내레이션은 연출자이자 제작에도 참여한 자크 페랭이 맡았다.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1990)에서 중년의 '살바토레'로 잠깐 등장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베테랑 연기자이다.
자크 페랭은 영화 뒷부분에 출연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무언중에 강조하기도 한다. 소년과 함께 자연사 박물관을 둘러보며 무분별한 포획·남획으로 지금은 멸종되어 박제로만 남아 있는 동물들을 둘러본다.
<오션스> 후반부는 환경 오염의 위험성과 자연 보호에 대한 엄중한 강조로 이어진다. 우주에 떠있는 인공위성이 잡은 장면을 통해 인간이 바다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인간의 미식美食을 위해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들이 몸통을 꿈틀거리며 무기력하게 물속 깊이 떨어지는 장면은 차마 보기 힘들다. 바닥에서 마치 비명이라도 지르듯이 입을 오물거리며 죽어가는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다.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으며 북극에 선박들이 왕래하면서 북극에서만 사는 동물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바다 동물들도 다 자기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고 내레이터는 강조한다.
"우주에 생명체가 사는 곳은 지구뿐이다. 그것이 가능한 건 지구에 바다가 있는 덕분이다. 수백만 년 동안 살아온 이 바닷속 동물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게 우리 인간들이 지켜야 한다. 바다가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다."
역동적이고 생생한 해양 도감의 매력을 전하는 <오션스>는 프랑스에서 28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10년 가장 성공한 다큐멘터리로 기록됐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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