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줄 알아" 진상·취객 도발에도 '항공 안전 운송'

제주CBS 박정섭 기자 2023. 6. 2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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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㉑]여객운송
항공기 탑승객, 엉뚱한 비행기 안타도록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
항공권 바꿔 탄 승객으로 1시간 가량 비행하던 국제선 항공기가 회항하기도
"내가 누구인줄 알아"…진상승객, 보안검색에서 탑승까지 항의 비일비재
만일 사태 대비 비상구 좌석 배정은 신중에 신중…취객은 배정에서 아예 배제
편집자 주
한 해 16만대 이상의 비행기가 오가는 제주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섬인 제주로서는 뭍과 연결해주는 주요 통로이고, 제주도민들에게는 버스터미널과 같은 존재입니다. 한해 2500만명의 관광객이 첫발을 내딛는 곳이자 다양한 기관과 업체, 직종이 어우러진 백화점과 같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제주국제공항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일을 하는 곳인지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를 연속 기획보도합니다. 스물한번째 이야기, 공항운송서비스를 맡고 있는 '여객운송'을 소개합니다.
항공기 탑승 수속중인 여행객. 제주항공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내가 누군줄 알아?" 제주공항 항공보안검색 요지경
②"내 얼굴이 신분증?" 대통령도 예외없는 항공보안검색
③스튜어디스, 항공승객 안전 지키는 '감정 노동자'
④"항공기 사고 3분내 도착, 제주공항 소방구조대가 맡는다"
⑤제주공항 구조·화재·구급 해결사 '소방구조대' 입니다
⑥제주공항 화장실 추태…샤워에서 고기 손질까지
⑦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쓰레기…제주공항은 올해도 비상
⑧제주공항 활주로 1톤당 200만원 제설제 '초산칼륨'
⑨장난전화에 제주공항 마비…폭발물처리반 24시간 초긴장
⑩'항공기의 등대' 제주 하늘길 24시간 지킴이
⑪긴장의 1초 1초 제주공항 지휘자 '관제사'의 하루
⑫희귀직종 '관제사' 직업병·스트레스 넘어 항공 지휘
⑬제주공항 조류충돌 최근 3년간 57건…365일 새들과 전쟁
⑭급변풍경보만 1년 301회…변화무쌍 제주국제공항 날씨
⑮"제주공항 치안 붙들어매세요"…'103호' 제주국제공항경찰대
⑯항공소음피해 합리적 지원 찾아 제주공항 오늘도 현장속으로
⑰국내 유일 특화 세관, 제주 하늘·바닷길 국경 '꽁꽁'
⑱제주관광 민원 해결까지 '제주공항 종합관광안내센터'
⑲반려견 안전까지 고려하는 항공기 지상조업
⑳'이들' 무게 조율에 승객·화물 안전비행 달렸다
㉑"내가 누군줄 알아" 진상·취객 도발에도 '항공 안전 운송'
(계속)

여객운송, 출발에서 도착까지 안전과 쾌적


여객운송 업무는 항공기 이용 승객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다다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크게 카운터와 출·도착 부서로 나뉘는데요. 카운터는 승객 예약정보와 신분확인을 거친 뒤 탑승권을 발급하고, 수하물이 운송될 수 있도록 위탁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출·도착 부서는 수속을 마친 승객이 항공편에 탑승해 정시에 항공기가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목적지에 도착한 승객을 도착장으로 이동시키고, 수하물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승객 이탈 방지, 출·도착 지원업무중 가장 신경쓰는 부분입니다


카운터는 승객 수속 업무 외에도 항공기의 무게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탑승객을 좌석별로 조절해 수속을 진행합니다. 항공기에 싣는 승객과 화물, 연료 등이 최대 허용 이륙중량에 넘어서지 않도록 무게와 균형을 관리하는 탑재관리사의 하루는 스무번째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에서 소개했었죠. 휠체어가 필요한 승객이나 보호자없이 혼자 여행하는 소아여객 등 도움이 필요한 승객의 요청사항이 누락되지 않도록 전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업무입니다. 출·도착 지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업무는 '승객의 이탈 방지'입니다. 공항은 보안구역이기 때문에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승객이 주기장에서 다른 곳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엉뚱한 비행기를 타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구요. 항공기와 차량들이 오고가기에 승객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착각 또는 고의 탑승으로 항공기가 회항하기도


2015년 4월 제주에서 김해로 향하는 에어부산 여객기. 한 좌석에 2명이 배정된 아리송한 상황. 확인 결과 김해행 비행기를 김포행 비행기로 잘못 안 승객의 착각에 보안점검으로 1시간 가량 지연이 발생했습니다. 2015년 3월에는 홍콩에서 인천으로 가는 아시아나 항공기에 제주항공 예약 승객이 탑승, 이륙 1시간 뒤에야 이를 파악한 항공기가 홍콩 첵랍콕 공항으로 긴급 회항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확인 결과 친구끼리 항공권을 교환, 보안검색을 통과한 뒤 탑승구 앞에서 항공권을 바꾼 계획적인 사건으로 드러났습니다.
셀프 체크인 수속을 돕고 있는 항공사 직원. 제주항공 제공

"내가 누구인줄 알아?" 진상 승객은 어디나 존재합니다


공항은 유독 진상 승객이 넘쳐나는 데다 유형도 다양한 곳입니다. 신분 할인을 증빙할 서류가 없어 추가 결제가 필요하다고 하면 "다른 항공사는 다 해줬는데 유독 이 항공사만 유별나다" "내가 누구인줄 알아" 등 상식을 뛰어넘는 항의가 비일비재합니다. 기상 악화 등으로 연결편 항공기 지연이나 탑승구 변경 때도 항의는 이어집니다. 연결편 항공기가 늦게 도착해 지연되는 경우 해당 주기장에 다른 항공기가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지연된 항공편 주기장 변경이 이뤄지는데요. "왜 사람을 오라가라 하느냐" "XX항공은 항상 이렇더라"는 말로 주변을 선동해 운송 업무를 맡은 항공사 직원들을 곤혹스럽게 합니다.

폭설과 태풍 등 기상악화 때마다 반복되는 항의


여름철 태풍과 겨울철 폭설로 인한 결항은 제주공항이 자연을 상대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입니다. 섬이라는 특성상 결항 때는 다른 교통수단 이용이 불가능하기에 일정에 차질을 빚은 승객들의 항의가 넘쳐납니다. "최대한 빨리 대체 항공편을 투입하라" "추가 숙박비를 지불하라"는 고객의 항의에 현장에서는 여정 변경이나 환불 처리를 하지만 승객과 항공사간 입장 차이로 인한 괴리는 크기만 합니다. 제주항공 지상조업사인 제이에이에스 여객운송 담당 김경민 주임은 "악기상으로 지연과 결항이 잇따르는 날은 일부 승객의 예견된 항의를 최대한 지혜롭게 응대할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고 합니다.
제주항공 제공

취객 대응은 언제나 어렵기만 합니다


과음 탑승객은 이들에게 언제나 대하기 힘든 상대입니다. 이미 만취한 탑승객도 어렵지만 제주공항내 면세점에서 술을 구매한 뒤 탑승 전 마시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합실내 음식물 섭취가 불가능했지만 제재가 풀린 뒤 '단체'의 힘을 빌린 음주객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음주 자체가 불법이 아니다보니 항공사로서는 제재에 한계를 보이는 거죠. 단 '탑승 전까지 술이 깰 수 있도록 물을 많이 드시라'는 상투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호소입니다. 대신 탑승권 발권 때부터 만취한 승객은 발권 자체를 거부하는 자체 매뉴얼을 갖고 있습니다. 비상구 좌석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들 취객에겐 배정이 안됩니다.

비상구 좌석 배정에 공을 들입니다


지난달 26일 대구 상공에서 아시아나항공기 비상구가 열려 소년체전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다치는 등 난리가 났었죠. 항공사들이 좌석 발권에 있어 가장 신중한 곳이 비상구 좌석입니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비상구 열림 사고처럼 승객들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데다 비상사태때 승객들의 신속한 대피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술에 취한 승객은 사전에 비상구쪽 좌석을 배정받았다고 하더라도 절대 앉을 수가 없구요. 발권할 때도 인터뷰를 통해 이 승객이 비상구에 앉아도 되는지를 판단합니다. 인터뷰때 팔이나 다리에 깁스나 보호대 유무를 확인하고, 규정은 없지만 고연령대 승객은 최대한 지양합니다. 또 여성의 경우 건강상의 문제나 임신 여부도 확인합니다. 결론적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게 보이는 사람이 비상구에 앉을 수 있도록 최대한 자리지정을 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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