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탓’도 모자라 ‘적반하장’까지… 세자르 감독을 계속 봐야 하나
스포츠에서 감독의 자리가 특별한 것은 선수 선발부터 전술, 전략 등 모든 요소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리도, 패배도 감독의 선택에서 결정된다. 좋은 감독이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패배는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령 패배의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선수가 있어 그가 집중 포화를 받는 일이 있더라도 좋은 감독들은 “패배는 모든 나의 탓이다”이라며 언론의 집중포화를 몸소 맞아줘여 한다는 얘기다.
세자르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27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VNL 3주차 첫 경기였던 불가리아와의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1-3(22-25 18-25 26-24 25-15)로 패했다. 튀르키예에서 펼쳐진 1주차 4전 전패, 브라질에서의 2주차에서도 4전 전패를 기록했던 대표팀은 이날 패배로 9연패를 당하며 최하위(16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9연패 과정도 너무나 좋지 않다. 27세트를 내주는 동안 따낸 세트는 단 두 세트에 불과하다.
사실 불가리아는 2023 VNL에서 대표팀이 1승을 거둘 마지막 보루와 같은 상대였다. 불가리아의 세계랭킹은 17위. 2023 VNL 성적도 2주차까지 1승7패로 대표팀 바로 위인 15위였다. 그에 비해 29일 맞붙을 도미니카 공화국은 세계랭킹 10위에 2023 VNL 2주차까지 성적이 3승5패, 다음달 1일 붙을 중국은 세계랭킹 5위, 2주차까지 6승2패. 폴란드는 세계랭킹은 8위로 중국보다 낮지만, 2주차까지 7승1패를 거두며 선두에 올라있다. 그나마 도미니카 공화국은 어쩌다 이길 수도 있는 상대라고 해도, 중국과 폴란드는 체급 자체가 다른 상대다.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선 김다은이 팀내 최다인 18점을 몰아치며 ‘인생 경기’를 펼쳤고, 강소휘가 11점으로 뒤를 받쳤지만, 4-13으로 크게 벌어진 블로킹 득점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뒤 세자르 감독은 “오늘은 선수들이 충분히 싸워줬다. 하지만 수비와 서브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비디오 미팅 때 약속했던 플레이를 선수들이 보여줘서 기쁘다. 중요한 순간에 1~2개를 놓쳐서 따라가지 못해 패배했다”고 총평을 남겼다.
세자르 감독에게 2년간 VNL 21연패, 지난해 세계선수권 1승4패 등 통산 1승25패로 극도로 부진한 이유에 대해 전술 문제인지, 선수들의 기량 문제인지 물었다. 세자르 감독의 대답은 “전술 준비에는 문제가 없다”였다. 그는 “선수들이 성장 중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선수들이 국제대회 수준의 맥락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게 부족하다. 국제 수준의 퍼포먼스에 적응하고, 그 수준에 맞게 계속 연습을 해야 한다. VNL 초반에는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 계속 훈련하다보면 최고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 부진 이유로 세자르가 소속팀 일정에 맞추느라 대표팀과 함께 하는 시간이 짧은 것이 제기되고 있다. 겸직에 대한 질문에 세자르 감독은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그는 “그런 의견이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나 역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대표팀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겨울 시즌에는 구단 소속으로 일하고, 나머지는 대표팀을 지도하는 것이다. 오히려 나에게 불만을 가져야하는 것은 구단”이라고 말했다. 세자르는 지난 14일 프랑스리그 낭트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클럽팀 코치로 일할 때도 대표팀 일정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는데, 클럽팀 감독을 맡게되면 대표팀에는 더욱 소홀할 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세자르 감독이 부임하기 전 여자배구 대표팀의 세계랭킹은 14위였다. 그가 부임한 후 33위로 19계단이나 떨어졌다. 자신의 전술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한국 대표팀에 얼마나 열정을 갖고 지도하고 있는지 돌아보기 보다는 세계랭킹 기준에 대한 불만만 토로했다. 세자르는 “국제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팀들이 점수를 챙기고, 우리는 오히려 점수를 빼앗기는 점에 불만이 있다. 처음에는 14위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33위로 하락했다. 이게 현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부임한 후 1승을 거두는 동안 25패를 당했으니 세계랭킹이 떨어진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 발언이었다.
세자르의 계약은 2024년 12월까지다. 이번 VNL을 마치면 여자배구 대표팀에겐 아시아선수권과 파리올림픽 예선전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의 전력대로라면, 지금의 세계랭킹이라면 파리 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는 “올림픽에 가는 게 불가능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면서 “올림픽에 갈 수 없게 된다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세자르는 남은 VNL 3경기에서 모두 패해 2년 동안 24전 전패를 당해도 대표팀 감독을 수행할 생각인 듯 하다. 자신의 무능은 생각하지도 않고, 선수들 탓만 하는 감독에게 올림픽으로 가는 가시밭길을 맡겨도 될까. 대한배구협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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