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 시작한 푸틴 “바그너에 1년간 2.5조 지출, 용처 조사”…프리고진은 일단 벨라루스행

박준희 기자 2023. 6. 2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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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 프리고진 요식업체 지목해
“군에 음식 공급·케이터링으로 돈 벌고
국방부와 조달 계약 통해 또 수익 올려”
벨라루스 대통령, 프리고진 도착 확인
러시아 ‘혈맹’에 계속 머물지는 미지수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최근 벌어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반란 사태 진압에 참여한 국방부 등 당국 관계자들과 만나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최근 무장 상태로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 ‘반란 사태’를 일으킨 러시아 민간용병회사 바그너 그룹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토사구팽’이 시작됐다.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일단 반란 사태 중재에 나섰던 벨라루스로 향했지만 향후 거취는 불투명한 상태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반란 진압에 참여한 군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가 사실상 바그너 그룹의 유지를 맡았음에도 콩코드 기업(프리고진의 요식업체)의 소유주는 군에 음식을 공급하고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연간 800억 루블(약 1조2230억 원)을 벌었다”며 “당국이 바그너 그룹과 수장에 지급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같은 해 5월부터 1년간 바그너의 인건비로 구체적으로 860억 루블(약 1조3150억 원) 이상을 지급했다며 뿐만 아니라 프리고진이 국방부와 조달 계약을 통해 이에 못지않은 수익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바그너 그룹의 재정이 완전히 국가에 의해 보장됐음을 여러분들이 알길 바란다”며 “우리는 국가 예산과 국방부를 통해 이 그룹의 자금을 전액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의 반란 사태가 진압되지 않았다면 외부 세력이 이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이 성공했더라면 러시아의 적들은 분명히 이를 이용했을 것이고, 최근 수 년간의 많은 성취들도 사라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번 반란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민과 군은 반란에 함께 맞섰다. 반란은 국민과 군의 지지를 절대 얻지 못했다”며 “반역에 휘말린 이들은 국민과 군이 그들과 함께하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반란 이후 방송 연설이나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힌 적은 있으나 공개석상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반란 사태가 완전히 해소된 뒤 건재를 과시하고 국정 장악력을 확인하며 반란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반란 사건의 수사 종결을 발표했다. 프리고진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협상에서 반란을 중단하는 대신 반란 가담자에 대한 처벌을 취소하기로 한 합의가 이행된 것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용병들에 대한 반란 사건 수사·처벌은 종결하고 바그너의 군 장비 등을 정규군으로 흡수하는 대신 프리고진에 대해서는 보복 조치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FSB의 발표와 함께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가 보유한 대형 군 장비를 정규군으로 인계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향후 바그너가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통해서만 활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여기에 주요 장비까지 넘겨받을 경우 사실상 바그너를 흡수하는 수순인 것이다.

이날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를 떠나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부근에 착륙했다. 해당 비행기에 프리고진이 탑승했는지는 한동안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벨타 통신과 인터뷰에서 “그가 오늘 벨라루스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크렘린궁은 반란 중단 이후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도착했어도 그가 벨라루스에 계속 머물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에 보복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혈맹’인 만큼 프리고진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는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프리고진이 처음에는 벨라루스로 가겠지만 다시 아프리카로 가서 정글 같은 곳에 있게 될 것”이라면서 “푸틴은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곳곳에는 현지의 내전이나 정권의 반대 세력 탄압에 개입하는 바그너의 병력이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프리고진은 향후 자신의 거취나 활동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전날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을 뿐 지난 24일 반란 중단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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