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원팀’에 균열? 가을야구 문제가 아니다. 공중분해도 각오해야 한다
[OSEN=조형래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꾸준히 ‘원팀(One team)’이라는 단어를 주창했다.
래리 서튼 감독부터 고위 관계자 모두 ‘원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똘똘 뭉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자고 다짐했다. 올해 캐치프레이즈 역시 ‘The Power of One’이었다. ‘하나의 힘’으로 모두가 가을야구를 향한 의지를 표현했다. 서튼 감독은 경기 후 승장 코멘트에서 언제나 “‘원팀’으로 승리했다”라고 말한다. ‘원팀’은 2023년 롯데가 추구하고 나가가는 방향성이자 다짐의 표현이다.
그러나 최근 팀 성적이 뚝 떨어졌다. ‘원팀’이라고 보기 힘든 엇박자가 났다. 지난 26일 기준, 6월 성적 6승16패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한때 단독 선두까지 등극했지만 굳건했던 3위 자리에서 일찌감치 내려왔고 이제는 4위권도 위험하다. 설상가상으로 ‘원팀’에 균열이 생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롯데는 연달아 코칭스태프 보직 이동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 27일 사직 삼성전을 앞두고는 코칭스태프 항명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종운 퓨처스 감독이 1군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수석 겸 타격코치였던 박흥식 코치는 수석 보직을 내려놓고 메인 타격코치 보직에 집중한다. 그리고 배영수 투수코치가 퓨처스 총괄코치로 이동했다. 배영수 코치의 자리는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가 채우게 됐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시즌 중에도 회식을 종종 하는 등 ‘원팀’으로 뭉쳤다. 서로를 다독이고 격려했던 코칭스태프였다. 그런데 항명 의혹이 터졌다. 모두 성민규 단장이 영입하고 선임한 감독과 코치진들이다.
당초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젊은 코치들을 선수들과 함께 육성하려고 했고 또 외국인 코치들을 데려와 이들의 노하우를 이식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1군에서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실패를 인정하고 베테랑 코치들을 직접 모셔왔다. 성민규 단장을 비롯한 현재 고위 수뇌부들이 직접 움직였다. 2022시즌을 앞두고 김평호 전준호 박흥식 코치 등 1군에서 잔뼈가 굵고 제자들을 수없이 배출한 베테랑 코치들을 차례대로 영입했다. 김평호 코치는 2021시즌을 앞두고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당시 현장에서 고사하면서 부임이 1년 늦어졌다.
그리고 투수파트의 배영수 코치도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투수파트에서 카리스마 있는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했고 적임자로 배 코치를 선택했다. 아울러 ‘독사’라고 불리는 김현욱 트레이닝코치까지 함께 영입했다. 이 역시 성민규 단장을 비롯한 현재 구단 수뇌부의 작품이다. 서튼 감독은 올해 투수 교체 전권을 배영수 코치에게 일임했다. 트레이닝 파트도 김현욱 코치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럼에도 팀이 하락세를 타자 항명 의혹이 터졌고 당사자는 2군으로 이동해야 했다. 항명 의혹과 관계가 없지만 김평호 코치도 최근 2군으로 내려갔고 나경민 코치가 올라왔다.
롯데 구단, 서튼 감독 모두 항명이 아니라고 모두 선을 긋는다. 서튼 감독은 “(코칭스태프 개편은) 선수단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결정한 부분”이라며 “4,5월에 비해 6월 들어 성적이 좋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코칭스태프 불화설에 대해 “문제 없다”고 잘라 말했다. 롯데 구단 역시 “항명은 아니다”라며 “외국인 감독이라 감독과 코치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의견이 다를 때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한다. 상충된 의견을 조율하면서 얼굴을 붉힐 수 있지만 항명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의혹은 가시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원팀’에 균열이 생기고 무너지면 결국 모두가 공중분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롯데는 6월 내내 위기와 함께하고 있다. 위기로 향하는 과정에서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 모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팀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지 못하는 이유였다.
서튼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해까지다. 2021년 중도 부임한 뒤 허니문 기간을 거쳤고 지난해 아쉬움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성민규 단장 역시 지난해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면 향후 거취를 보장하기 힘들다.
현장의 수장, 프런트의 수장의 거취가 올해 성적에 달려 있다. 어떻게든 성적을 내야 한다. 그렇기에 ‘원팀’으로 뭉쳐서 이겨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게 현재 롯데는 안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또한 성민규 단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엔트리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또 퓨처스를 담당하는 2군을 관리하는 육성 파트는 따로 있다. 수뇌부와 육성 파트가 하나가 아니라 이분화 되어 있는 아이러니한 운영을 하고 있기도 하다.
만약 롯데의 성적이 계속 하락세이고 가을야구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 롯데 야구단은 롯데 야구단의 것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야구단은 지난해부터 사실상 롯데그룹의 본체 격인 롯데 지주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관심도 야구단에 관심이 커져 있다. 지난 13일 사직 한화전에 앞서 신동빈 회장은 선수단과 관계자에게 도시락을 선물했고 경기 끝까지 관전을 한 뒤 그라운드까지 내려와 선수단을 격려했다.
결국 롯데의 올 시즌은 윈나우가 되어야 한다. 내년을 내다볼 이유도, 필요도 없다. ‘원팀’으로 성적을 내지 않으면 결국 현재 롯데의 체제는 공중분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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