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승 견인' 2년차 외인, 흥건한 핏자국에도 "개의치 않았다" 한화는 페냐가 고맙다 [★대전]

대전=안호근 기자 2023. 6. 2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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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한화 페냐가 27일 팀 5연승을 이끈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1005일 만에 5연승을 노린 한화 이글스. 그러나 경기 초반 가슴이 철렁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선발 투수 펠릭스 페냐(33)의 오른손 엄지 손톱에서 피가 흘러내린 것. 피를 닦아내기 위해 연신 손을 문지른 바지는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잠시 어수선했던 상황이 종료된 뒤 페냐는 다시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흘러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페냐는 세 타자를 완벽히 막아내고 임무를 마쳤다.

그렇게 한화는 4-1 승리를 거뒀고 페냐는 2020년 9월 이후 2년 9개월, 1005일 만에 팀에 5연승을 안긴 투수가 됐다.

기세 좋았던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혹시나'했던 한화를 향한 평가는 시즌에 돌입하자 빠르게 '역시나'로 돌아섰다. 익숙했던 최하위에 자리했다.

와인드업하는 페냐. /사진=한화 이글스
그러나 하나 차이는 있었다. 무기력한 경기력과 함께 3할 승률도 장담할 수 없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경기 내용에선 분명한 발전이 있었다. 연패가 크게 길어지지 않는 것도 한 몫을 했다. 그 중심에 '연패스토퍼' 페냐가 있었다.

4연승을 달린 뒤 다시 마운드에 페냐가 올랐다. 페냐는 2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7이닝 동안 97구를 뿌리며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쳐 시즌 6승(4패) 째를 따냈다.

평균자책점(ERA)도 3.32에서 3.08까지 낮췄고 시즌 9번째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이자 3번째 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까지 기록했다.

4월 부침을 겪으며 1승 3패 ERA 5.48을 기록했지만 5월 이후 무섭게 살아났다. 5월엔 3승(1패)을 챙겼다. 이달 들어 3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던 페냐는 이날까지 개인 3연승을 달렸다.

페냐가 27일 KT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1회를 깔끔하게 막아낸 페냐는 2회 선두타자 장성우에게 3루수 글러브를 맞고 빠지는 타구로 안타를 내준 뒤 자리에 멈춰섰다. 포수와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방문했다. 오른손 엄지 손톱과 살 사이에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

큰 이상이 없다는 판단 속에 다시 투구를 이어갔지만 곧바로 폭투가 나왔다. 그러나 크게 흔들리진 않았다. 조용호에게 커브를 결정구로 택해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3회엔 자신의 송구실책이 겹치며 단 1안타에 동점을 허용했으나 이후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5회엔 KKK로 이닝을 마치며 위력을 뽐냈다. 6회에도 삼자범퇴를 기록한 페냐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이닝을 깔끔히 마쳤다.

속구 최고 시속 152㎞의 빠른 공을 42구 뿌렸다. 슬라이더(26구)와 체인지업(29구)를 섞었다. 단 3가지 공으로도 KT 타선을 잠재우기 충분했다. 모두 다 결정구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기에 가능했다. 이날 잡은 삼진 9개의 결정구는 속구 3개, 체인지업 4개, 슬라이더 2개로 다양했다.

경기 초반 위기를 딛고 팀 승리에 발판을 놓은 페냐가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최원호 감독은 경기 후 "페냐가 손가락에 약간의 부상이 있었음에도 책임감을 갖고 호투한 점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료들의 호수비에 고마움을 표하는 페냐. /사진=한화 이글스
페냐는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손톱에 찍혀서 피가 났는데 큰 부상은 아니었다"며 "커리어 내내 슬라이더 투구 중 손가락을 긁는 경우가 많아 개의치 않았다. 마운드 위에서 경쟁하자는 마음뿐이이었다. 경쟁하는 게 즐거웠다"고 담담하게 경기를 돌아봤다.

5월 이후 급격히 성적이 좋아진 비결에 대해선 "계속 열심히 운동을 해왔던 것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자랑스러운 기분"이라며 "계속해서 훈련을 열심히 하면서 KBO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투구 패턴을) 크게 바꾼 것은 없다. 불펜에서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긍정적 멘탈을 유지한 것이 좋은 변화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팀 상승세에 기뻐했다. '팀 퍼스트' 정신이 빛나는 외인이다. 페냐는 "팀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야구는 원하는 대로만 결과를 낼 수 없는 스포츠지만 항상 서로를 다독이며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항상 이길 순 없겠지만 고개를 떨구지 않고 다음날에 보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료들, 코치님들과 합심해 좋은 결과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정말 팀이 강해진 것 같다. 지는 경기도 크게 지지 않는다. 항상 치열하게 끝까지 간다"며 "충분히 강해졌고 다른 팀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짜릿한 5연승과 함께 한화는 28승 37패 4무, 승률 0.431을 기록했다. 여전히 9위지만 5강 마지노선 두산과 승차는 어느덧 4경기까지 좁혀졌다. 에이스 페냐의 혼신의 역투 속 한화는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페냐(오른쪽)가 최원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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