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공단이 스타트업 앱 베꼈다?!… 사업 아이템 '도용' 공방
업체 측 "김해보훈요양원과 아이디어 공유… 소송도 고려"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하 공단)이 스타트업 기업의 사업 아이템을 도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헬스케어 스타트업 '모드니케어'는 최근 공단에서 자사 앱을 '베꼈다'는 내용의 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하고 감사원 감사도 의뢰했다.
모드니케어는 작년 10월 김해보훈요양원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안부'란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는 실증사업을 맡았다.
공단은 이에 앞서 A업체와 함께 '보훈톡톡'이란 앱을 만들기도 했지만, 아이폰에선 연동되지 않고 실시간 댓글 서비스 기능도 내장돼 있지 않아 실제 업무엔 활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해요양원에서 모드니케어와 손을 잡고 직접 앱 개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안부'는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어르신과 외부에 거주하는 가족 간의 비대면 면회 플랫폼으로서,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김해요양원의 한 직원은 작년 11월 공단 주최 '혁신우수사례 경진대회' 때 혁신성을 인정받아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공단은 산하 보훈병원·요양원들로 그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드니케어 측과 '비공식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단은 모드니케어와 앱 설치·비용 등에 관한 협의를 하던 올 4월 B업체와 기존 보훈톡톡을 수정·보완하기 위한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공단은 최근엔 '기존 보훈톡톡 앱의 수정·보완을 마쳤으니 수정된 앱을 사용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산하 8개 요양원에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모드니케이 측은 "공단이 수정·보완했다는 보훈톡톡 앱엔 작년 경진대회 당시 모드니케어가 제시한 면회예약 등록 시스템 등 아이디어가 주요 기능으로 들어가 있다"며 자사의 아이디어를 '배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드니케어 관계자는 "우리가 김해요양원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만든 기능을 공단에서 다른 업체에 개발 의뢰했다는 건 공공기관으로서의 윤리경영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모드니케어의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단 입장이다. 공단은 이미 2020년부터 '요양원 입소 어르신과 보호자를 위한 소통관리 앱을 전체 요양원에 도입해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워 앱 개발을 진행해왔고, 김해요양원에서 앱 개발을 시도한 건 그와 별개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특히 "보훈공단이 내달부터 운영할 예정인 보훈톡톡 앱은 2021년 만든 소통관리 앱의 오류를 수정하고 기능을 개선한 것"이라며 "작년 11월 경진대회 이후 새로 개발한 게 아니다"고도 말했다.
보훈톡톡 앱의 수정·보완을 위해 이미 작년 7월에 관련 예산 반영을 노력했고, 올해 1월엔 용역 계획도 세우고 있던 상태란 게 공단 측 설명이다.
공단 관계자는 "경진대회 때 모드니케어가 제시한 아이디어도 요양정보시스템의 통상적 기능이기 때문에 독창적 아이디어라고 보기 어렵다"며 "모드니케어가 개발한 앱은 공단이 2020년 제안요청서에서 요구한 소통관리 앱의 다양한 기능 중 일부와 약간의 추가 기능을 담고 있는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공단은 작년에 보훈톡톡 앱의 기능 수정·보완을 위한 용역 제안요청서에서 '주요 기능과 유사한 서비스를 민간에서 제공하는지 여부' 항목에 '없음'이라고 표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훈공단의 '보훈톡톡' 앱은 모드니케어의 '안부' 앱처럼 모바일 기기에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PC·모바일 모두에서 쓸 수 있단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드니케어 측은 "사전에 공단에 '안부' PC 버전도 제공할 예정임을 알렸다"며 "공단은 우리 아이디어인 화상 통화 기능도 향후 보훈톡톡에 담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현 상황이 원상 복귀되지 않는다면 소송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협회 차원의 활동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최근 이 같은 논란을 인지하고 모드니케어 등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상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공단은 이달 16일 발표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 최하 등급인 '아주 미흡'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기관장 해임을 건의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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