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디커플링과 디리스킹, 그리고 리커플링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장 외부기고가 2023. 6. 2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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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여전히 첨예한 가운데 양국 고위급 대화가 재개됐다.

지난 2월 정찰 풍선 사태로 연기됐던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성사된 것이다.

중국 역시 미국이 양국 간 차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며, 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주길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만 강조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미·중 갈등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협박성 내정간섭 발언을 하는 바람에 상황이 꼬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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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
미·중 갈등이 여전히 첨예한 가운데 양국 고위급 대화가 재개됐다. 지난 2월 정찰 풍선 사태로 연기됐던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성사된 것이다. 6월18~19일 양일간 미·중 양국은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외교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면서 대중 노선 변화 등에 대한 기대를 경계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이 양국 간 차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며, 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주길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만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단 미국이 먼저 중국을 방문하는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의 미·중 관계를 보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전 세계가 복합위기에 상시 노출되는 다중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정책에 일단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적대시하며 분리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중국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자는 실용적 접근법인 '디리스킹'(derisking)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중 전략 갈등을 신냉전 구도로 많이 언급하지만, 이는 과거 냉전에서 전개됐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진영 간 가치 대립이나 군비 경쟁 같은 전면적 대결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적인 군사동맹을 본격화하지 않고 있으며, 무역 측면에서도 세계가 경제 블록으로 분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밸류 체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과의 급격한 결별이 초래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각국의 입장도 다르다. 때문에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자국 보호주의 우선의 각자도생이 대세다.

시진핑 3기 체제를 출범한 중국도 전면적 경제활동 재개, '리오프닝'(reopening)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시 주석까지 나서서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확고부동하게 대외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며 전 세계 주요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등이 계속 중국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시장이 필요한 다국적 기업들과 여전히 외자 유치가 필요한 중국의 입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한·중 관계는 엉뚱한 암초를 만났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미·중 갈등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협박성 내정간섭 발언을 하는 바람에 상황이 꼬이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실리를 찾아 움직이는 가운데 반목이 장기화하면 서로에게 유리할 게 없음을 양국은 잘 알고 있다. 국제관계는 일단의 조정과정을 거쳐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된다. 어떤 '리커플링'도 가능함을 염두에 둔 실리 외교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장 외부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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