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기도 애달파…출생통보제 사각 ‘병원 밖 출산’
“신고제 외에 임신 중 지원으로 부담 덜어줄 시스템 필요”
정부와 국회가 영·유아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출생통보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제도 도입 후에도 ‘병원 밖 출생’ 사례가 사각지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 임신부와 비혼모, 아동에 대한 지원 체계를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출생통보제는 그동안 부모에게만 부과한 출생신고 의무를 의료기관에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병원 밖 출생’ 아동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를 보면 2021년 출생아 26만562명 중 병원 밖 출산은 462명이다. 자택 112명, 기타 236명, 미상 114명 등이다. 이들은 병원 밖 출생이라도 출생신고가 된 경우다. 병원 밖에서 출산한 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의료기관도 방문하지 않는다면 아이의 존재를 알기 어렵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위기 임신부’는 임신중단(낙태)과 출산 중에서 고민하고, 출산을 결심하더라도 입양과 양육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임신을 유지했지만 출산 다음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0~20대 비혼 임신부, 혼인 외 자를 가진 임신부, 신분 노출이 힘든 미등록 외국인 임신부 등이 취약환경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 임신부가 의료기관 출산, 출생신고, 양육 중 하나를 신중히 선택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으며, 입양을 하더라도 공적 절차를 거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27일 “미혼모들은 임신 초기부터 열달 가까이 고민을 하게 된다. 출산해 양육하면 어떤 지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충분한 상담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체계가 거의 없다”고 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병원 밖 출산을 하는 가구를 보면 고립된 가정이나 미혼모들이 많다”고 했다.
병원 밖 출산 경험은 위기 임신부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정말 당장 병원에 갈 돈이 없는 임신부들이 있다”며 “어떤 분들은 병원에 가더라도 (출산을 같이 준비하지 않는) 아이 아빠에 대한 정보를 물어오면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위기 임신부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독일의 ‘임신갈등상담소’ 사례가 언급된다. 한국에도 위기 임신부를 위한 상담기관이 있다. 한국위기임신출산센터는 전국 11개 미혼모 지원시설(미혼모자기본형시설)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다. 한국위기임신출산센터가 24시간 핫라인 상담 전화(1422-37)를 운영하고 있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산모들이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을 때 병원 밖 출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면 이런 사례가 늘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면서 보호출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신원이 노출되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출산하고 아이를 지자체에 인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보호출산제 관련 법안은 의료기관에서 익명 출산을 지원하되 부모의 인적사항이 담긴 ‘출생증서’를 아동권리보장원이 보관한 뒤 성인이 된 자녀가 열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김향미·민서영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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