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⑤ 뉴스페이스 기업 ‘컨텍’이 그리는 미래 “개인이 위성 갖는 시대 온다”
전 세계 12개 지상국 운영… 올해 11월 호주 광통신 지상국 완공
올해 하반기 증시 입성… 발사부터 보험까지 ‘논스톱’ 서비스 출시
아프리카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려면 한 가족의 노력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이웃이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주로 지역사회의 교육을 이야기할 때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우주 분야에서도 아프리카 속담은 유효하다. 인공위성 하나를 지구 궤도에 올리려면 발사체와 위성, 지상 기지국, 영상 전처리에 수백에서 수천 명의 전문가가 고군분투해야 한다. 마을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인력이 들러붙어야 인공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이 모든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엔 돈도 시간도 여유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성희 컨텍 대표는 우주산업의 현실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국내 우주 스타트업에 필요한 종합솔루션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컨텍은 2015년 설립돼 지상국 서비스와 위성영상 전처리·응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1세대 우주 스타트업이다. 컨텍은 민간이 우주 개발의 중심이 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위성 서비스와 발사체, 투자사, 보험사 등을 연결하는 종합적인 우주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사체 추적과 위성 관제를 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 우주업계에서 맏형 역할을 해왔다. 그는 “컨텍도 잘돼야 하지만, 다른 국내 우주 스타트업도 잘돼야 한다”며 한국 ‘뉴스페이스’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이달 19일 대전 유성구 컨텍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나 그가 준비하는 한국 우주산업의 미래를 물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시작으로 우주 분야에 뛰어들었다.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다.
“2002년에 항우연에 입사해 나로우주센터 지상국에서 발사체 추적을 했고, 이후 위성 관제도 담당했다. 그러다 캐나다에서 큐브위성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가보니 청년들이 우주 기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이 캐나다 우주청과 수의 계약 형태로 개발을 빨리빨리 하는 것을 보고 ‘나중에 나도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정부에서 연구소 창업을 장려할 때라 퇴직을 결정하고 컨텍을 창업했다.”
–컨텍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전 세계에 12개 지상국을 구축해 위성 지상국 서비스와 영상 전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로 지구 관측 위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구는 계속 자전하고 있고 위성은 궤도를 돌기 때문에 한반도에서만 데이터를 받는다면 하루에 3~4번만 교신할 수 있다. 우리는 위도와 경도에 따라 많은 지상국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서 영상을 전처리하고 응용할 수 있게 돕는다.
위성이 영상을 찍으면 사람들이 흔히 접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나오지 않는다. 대기 굴절과 위성의 움직임, 지구 자전 등의 이유로 공간이 휘어지거나 노이즈가 발생한다. 영상 보정으로 위성 영상을 깨끗한 이미지로 만들고, 인공지능(AI)으로 특정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가 제공하는 종합솔루션이다.”
–올해 11월 호주 광통신 지상국 구축이 완료된다. 어떤 역할을 하나.
“전 세계에서 두 번째다. 프랑스의 우주 통신 기업 사프란데이터시스템즈와 함께 만들고 있다. 보통 위성은 무선주파수(RF)를 이용해 데이터를 내려보내는데, 광통신은 레이저 포톤(광자·Photon) 데이터를 망원경으로 수신하는 방식이다. 위성 성능이 좋아졌지만, 문제는 지상국을 벗어나기 전에 모든 데이터를 내려보내지 못한다는 거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중요한데, 광통신을 이용하면 전송 속도가 기존보다 10~100배 빨라진다.”
이 대표는 촘촘한 지상국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를 홍길동처럼 돌아다녔다. 경도와 위도를 고려해 지구 어디서든 위성과 교신할 수 있는 위치를 찾기 위해서다. 특히 광통신의 경우 레이저가 구름에 부딪혀 분산되면 안 되기 때문에 화창한 날씨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무선주파수 지상국은 해당 정부의 허가도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상국 하나 구축하는 데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힘들게 전 세계를 누빈 만큼, 협력 관계를 맺은 해외 우주 기업도 늘었다. 컨텍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수많은 우주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 대표는 글로벌 파트너를 확장하는 이유로 ‘우주 기업은 국내에서만 놀면 안 된다’라는 철학을 들었다. 국내외 우주 기업 50여 곳이 참가하는 콘퍼런스인 ‘인터내셔널 스페이스 서밋 2023(ISS 2023)’을 컨텍이 개최하는 이유기도 하다.
–전 세계 글로벌 파트너를 늘려가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지상국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지역을 잘 조사해야 하는 거다. 위성과 얼마나 많이 교신할 수 있는지, 정부의 주파수 인허가는 잘 나오는지, 광통신망이 들어와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지상국을 구축하면서 해외 우주 기업과 함께 협력한다. 국내에서만 산업을 키우려고 하면 한계에 부딪힌다.”
–국내외 우주 기업들이 모이는 콘퍼런스는 어떻게 구성됐나.
“이달 28~29일 제주도에서 국제 우주 콘퍼런스 ISS 2023을 개최한다. 그동안 한국에서 진행된 콘퍼런스들이 기술적인 논의만 했다면, 이번엔 우주 경제와 우주산업 환경을 조성하는 걸 기획하는 것도 포함된다. 해외에선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투자 세션도 마련하는 게 기본이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전 세계 우주 기업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해 우주 기술과 산업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컨텍은 올해 하반기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보다 120% 상승해 127억원을 넘긴 만큼 이 대표는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우주산업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종합솔루션을 내놓을 예정이다. 발사부터 관제, 영상 활용, 투자, 심지어 보험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컨텍 스페이스’와 ‘컨텍 스페이스 론치’ ‘컨텍 스페이스 옵틱스’ ‘컨텍 스페이스 어스 서비스’ 자회사 4곳을 설립해 우주 기술 전 분야를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지상국 서비스와 위성 전처리 서비스와 함께 자체 개발한 위성 ‘오름’을 발사할 예정이다. 사출기를 개발해 발사 서비스 업체와 고객을 연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예정이다. 특히 컨텍은 영국 보험회사와 협력하고 있어 우주 기업들이 의외로 골치 아파하는 보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실 우주산업에선 고객 입장에서도 따로따로 하는 것보다 한 번에 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좋다. 우주 기업의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국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방안이 또 있나.
“우주 강국인 룩셈부르크가 잘하는 부분이 우주 기술을 가진 업체가 자국에 정착하면 열심히 지원한다. 전 세계에서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모이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거다. 컨텍도 글로벌 우주 기업이 국내에서 활발히 교류할 수 있도록 2027년까지 ‘인큐베이팅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이미 부지는 확보해놨다. 지금 짓고 있는 제주도 스페이스 파크나 대전에 3000평 정도의 부지에 건립할 생각이다. 해외에서 확보한 파트너들을 국내로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걸로 본다.”
–컨텍이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
“위성 영상 활용의 가능성은 매우 크다. 특히 이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가야 한다. 일반 시민이 스마트폰에서 컨텍 플랫폼에 가입해 각자 자신의 위성을 하나씩 갖는 시대가 와야 한다. 본인이 필요한 위성 영상을 확보하고 게임을 만들거나 디지털 아트를 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려고 한다. 위성 영상이 의미 있는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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