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재건’으로 주가 띄운 뒤 유증·대량 매도.... 삼부토건 최대주주의 수상한 행보
계획대로 됐다면 매각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분 늘릴 수 있었을 듯
“최대주주가 주가 올렸다가 고의로 떨어뜨리는 행태 보여” 지적도
국내 1호 건설사 삼부토건의 최대주주인 화장품 업체 디와이디가 삼부토건 최대주주에 오른 지 4개월 만에 돌연 지분 상당량을 매각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5%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그동안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기대로 오르던 삼부토건 주가도 하락 전환했다. 하지만 디와이디의 지분율은 조만간 이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삼부토건이 디와이디에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부토건은 앞서 관계회사인 웰바이오텍과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해 주가가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부토건은 최대주주 대상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때문에 최대주주가 돈을 태우는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하지만 디와이디는 현금이 없었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삼부토건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일각에서는 디와이디의 이 같은 행보와 관련, “주가가 오르자 고점에서 팔고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 뒤, 주가가 하락한 국면에서 유증으로 지분을 다시 확보하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추정하고 있다.
1948년 설립된 우리나라 1세대 건설회사 삼부토건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컸던 2010년대를 넘지 못하고 2015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그리고 2016년 남우관광을 시작으로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그리고 7번째로 바뀐 주인이 바로 디와이디다.
디와이디의 최대주주 이일준 대양산업개발 회장은 삼부토건을 글로벌 종합건설사로 재건하겠다며 인수를 결정했지만, 사실 인수 여력이 없었다. 디와이디는 연간 영업이익(2022년 기준)이 5억원 수준이고, 현금성 자산도 20억원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코스닥 상장사다.
이 때문에 디와이디가 삼부토건 인수 결정을 발표한 이후부터 우려는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회장은 본인이 이끄는 계열사 웰바이오텍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삼부토건을 인수했지만, 지금까지도 자금 수요는 지속되고 있다.
삼부토건은 지난 22일 최대주주인 디와이디에 신주를 배정해 운영자금 250억원을 확보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의도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무엇보다 디와이디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받는 신주 전량을 1년 동안 매도하지 않겠다는 보호예수를 걸었다.
그런데 26일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최대주주인 디와이디가 이날 보유 지분의 상당 부분을 장내 매도했다고 밝힌 것이다. 디와이디는 지난 2월 기존 최대주주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통해 삼부토건 주식 1750만주를 취득했는데, 이날 지분의 40%가 넘는 750만주를 시장에서 처분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지분은 기존 8.85%에서 5.06%로 축소됐다.
디와이디는 이번 지분 매도로 264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주당 처분가는 3520원. 이는 디와이디가 불과 4개월 전인 지난 2월, 기존 최대주주와 양수도 계약을 완료하며 낸 삼보토건 취득 금액(주당 4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디와이디는 삼부토건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자금과 일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27일 삼부토건이 정정 보고서를 낸 유상증자 결정 공시에 따르면 디와이디는 30일, 새로 발행되는 주식 658만5879주를 주당 3796원에 취득할 계획이다. 지난 22일 처음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했을 당시엔 775만여주를 3225원에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청약일을 앞두고 유증가격 조정을 거치면서 신주 발행 수와 가액이 변경됐다. 청약일도 기존 30일에서 29일로 하루 앞당겨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지 않자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청약일을 앞당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증 발행가는 청약일(6월 29일) 전 3거래일부터 5거래일까지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디와이디 측은 “26일 주식을 매도하면서 유상증자 자금은 물론 일부 운영 자금도 확보했다”며 “디와이디도 건설업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어 필요한 현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1000원대였던 삼부토건 주가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로 5월 말 2000원대로 올랐고, 이번 달에는 4000원을 넘었다. 그런데 최대주주 지분 매도 소식에 주가는 26~27일 3400원대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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