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3조 벌 때 ‘성과급 펑펑’...조금 어려워지니 3천억 유증 때린 이 회사
주가는 고점 대비 84% 넘게 빠져
코로나 시절 임원 성과급 잔치도 도마 위에 올라
진단키트 대장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고공 행진했던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주가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실적이 악화하며 주가가 하락 중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엔데믹을 앞두고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밝혔고, 이 중 일부를 채무 상환에 쓰겠다고 해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 상승 시기 성과급 및 스톡옵션 잔치를 벌이다가 엔데믹 1년도 안돼 빚이 너무 많다며 바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 정상적인 회사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 인수합병(M&A) 일삼다가 돈 모자라니 유상증자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유상증자를 공시한 지난 13일부터 전날까지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하락 마감했다. 해당 기간 주가는 16% 넘게 급락했다.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57% 빠졌다.
이달 중순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3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3104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예정 발행주식 수는 2000만주이며, 발행예정가액은 1만5520원이다. 청약예정일은 7월 25~26일이고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인수금융 차입금 상환이 목적으로, 유증 이후 부채 비율은 38%로 낮아져 연간 이자 비용이 약 217억원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 빚을 지지 않으면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이 신규 사업 등에 활용되면 장기적으로 주가에 좋을 수도 있으나, 채무 상환 목적으로 쓰이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최근 시장 상황에서는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등 메자닌 수요가 많아 정상적인 기업은 대부분 메자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기관들에 외면받은 기업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 인수대금을 갚기 위해 사용할 전망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초 미국 진단기업인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15억달러에 인수했는데, 10억달러는 회사가 가진 현금으로 충당했다. 나머지 5억달러는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유증 조달 자금은 인수금융 차입금 가운데 일부인 2억달러를 상환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유상증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은 커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3년 동안 벌어들인 돈은 어디 가고 유상증자하는지 모르겠다. 팬데믹 끝물에 무리하게 M&A 추진하다가 투자 회사가 등 돌리니 주주들에게 돈 달라고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메리디안 인수 이전에도 여러 인수합병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독일 유통사 베스트비온을 161억원에 인수했고 같은 해 4월 이탈리아 진단기기 유통사 리랩은 619억원에 인수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사업다각화를 잘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한 운용사 매니저는 “진단키트 부문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사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진단키트 외 매출을 확보해 설령 팬데믹이 다시 일어나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는 것”이라며 “최근 상황은 실망스럽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날 1만2940원까지 하락해 지난 2021년 7월 16일 상장 이후 최저가를 경신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기업공개(IPO) 당시 기관 수요예측에서부터 흥행에 성공하며 공모가를 당초 희망 범위(4만5000~5만2000원) 최상단인 5만2000원에 확정했다. 공모가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3분의 1 수준보다 낮다. 오미크론 변이 공포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2월(최고가 8만1000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라면 현재 잔고에는 마이너스(-) 84%가 찍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진단 제품들은 영업 실적 추정의 정확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면서 “당분간 회계적 영업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 “잘 나갈 땐 성과급 잔치 벌이더니”
잇달아 나오는 악재에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에스디바이오센서 임원들에게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급성장할 때 상당한 성과급을 받고, 스톡옵션으로도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2020~2022년 합산 매출액은 7조5480억원, 영업이익은 3조2407억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효근 대표이사와 허태영 대표이사는 지난해와 2021년 성과급으로만 각각 21억4000만원, 19억3000만원을 수령했다. 조영식 의장은 11억300만원을 상여금으로 받았다. 이 밖에 가희창 상무, 박성진 상무, 공병상 상무 등도 2억5000만원에서 4억30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아 갔다.
이들 중 일부는 스톡옵션으로도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허태영 대표이사는 지난해 10월 31일과 같은 해 12월 15일 각각 2100주, 22만2900주를 2143원에 행사했다. 당시 주가는 2만9550~3만1300원이었다. 허 대표가 스톡옵션 행사로 얻은 이익은 65억5600만원에 달한다. 가희창 상무와 박성진 상무도 지난해 10월 31일 스톡옵션을 행사해 각각 36억9900만원, 49억3300만원을 손에 쥐었다.
해당 스톡옵션은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상장하기 전인 2020년 10월 29일에 부여된 것이다. 허태영·이효근 대표이사를 포함해 총 21명에게 120만6000주의 스톡옵션이 부여됐다. 행사 가격은 2143원으로 동일하다. 행사 기간이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올해 10월 29일까지인 것을 봤을 때 이들은 스톡옵션 행사 기간이 도래하자마자 행사한 뒤 매도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돈을 잘 벌 때는 고점에 주식을 팔아치우고 성과급을 받다가, 안 좋아지니 바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유상증자 자체는 M&A 통해서 성장하려고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안 좋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들어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MSCI 5월 정기 변경에서 편출됐으며 지난 4월에는 중부지방국세청으로부터 1021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2013년 충북 청주로 공장을 이전할 당시 해당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감면을 받았는데, 해당 세금 감면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측은 불복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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