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신용등급 전망 뚝뚝…업황 전망 '암흑 속'

유은실 2023. 6.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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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평, 3개월간 저축은행 4곳 신용전망 '부정적' 하향
웰컴·오케이·키움·바로 등 신용등급 추락 가능성 점화
"수익성 감소에 부동산PF 비중 높아···중점적 모니터링"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저축은행업계의 신용등급 전망이 연일 하향 조정되면서 ‘부정적’ 꼬리표가 달리고 있다. ‘조달비용 상승’과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이라는 이중고가 실적을 짓누르면서 업황 전망이 미덥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향후 수익성 감소와 부동산금융 부담이 맞물릴 경우 신용도 저하가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저축은행 4곳, 수익성 낮고 브릿지론 높아 신용도 위협

27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올해 2분기(4~6월) 내 주요 저축은행 4곳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가장 최근에 조정된 곳은 웰컴저축은행으로, 23일 기준 기업신용등급 전망이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앞서 한기평은 9일 키움저축은행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지난달엔 업계 2위권인 오케이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4월 4일 기준으로 바로저축은행의 기업신용등급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오케이저축은행과 바로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기존등급인 ‘BBB+’를 유지했다.

한기평은 “조달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저축은행들의 신용도 하락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60% 증가한 1425억원으로 집계됐다. 급격한 금리 상승에 조달비용이 덩달아 증가하면서, 이자비용도 크게 늘어난 탓이다.

부동산PF의 비중이 큰 것도 저축은행 신용전망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고위험 상품인 브릿지론(부동산 개발 사업 인·허가 전 단계의 대출) 비중이 크다는 점은 주요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부동산PF 대출은 ‘본PF’와 ‘브릿지론’으로 분류되는데,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1금융권에서 본PF대출을 받기 전에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단기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올 1분기 말 기준 웰컴저축은행의 브릿지론은 자기자본 대비 120.1%에 달하며, 키움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도 100%를 넘어섰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내놓은 3월 기준 국내 주요 증권사 24곳의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의 평균이 12%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물론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부동산금융 자산은 증권업계와 달리 규제 강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규제가 높은 만큼 선순위 비중도 크기 때문에 단순 수치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규모가 큰 데다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질적 위험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한신평은 저축은행업계의 부동산금융 자산 관련 규제 강도가 센 만큼, 대규모 사업 추진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사업성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신용등급 하락하면...‘자금조달’ 영향 가능성도

보통 신평사들은 각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국내외 산업과 경영환경 변수를 고려해 향후 ‘신용전망’을 내놓는다. 이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 향후 6개월 안에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신용평가업계에선 올해 저축은행의 업황이 밝지 않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신평은 지난 4월 ‘부실사례와 시나리오 테스트를 통한 저축은행 부동산금융 리스크 점검’ 리포트를 통해 “저축은행업계의 자본을 통한 손실완충력은 일정 수준 인정되지만 자본비율이 낮고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업체의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업계에선 신용전망 하향이 당장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회사 재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상품 판매에 브레이크가 걸려 자금조달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자금조달 루트가 제한적이라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등급이 ‘BB’ 이하로 떨어질 경우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품 판매와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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