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거래될까"...모호한 거래정지 기준과 알 수 없는 재개 시점에 지친 투자자들

이주미 2023. 6.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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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한국거래소 앞에서 이화그룹 투자자 모임이 거래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거래소의 거래 정지, 재개 기준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화전기 거래정지 번복'과 '하한가 5종목 거래정지' 사례 등에서 거래 정지와 재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 정지·재개 기준 '모호'

27일 거래소에 따르면 이화전기, 이트론, 이아이디 이화그룹 3사는 현재 주식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달 10일 장 마감 후 이화전기에 전·현직 임원 등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사실 여부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거래를 정지 시킨 바 있다. 이후 이화전기가 김성규 대표의 횡령금액이 8억원가량이라고 공시하자 다음날(11일) 거래정지를 풀어줬다.

하지만 12일 ‘사실상 업무집행지시자의 대규모 횡령·배임혐의설의 사실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이란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재차 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소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될 때까지 이화전기의 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계열사인 이아이디도 같은달 10일 장 마감 후 거래가 정지됐다가 다음날 재개됐다. 하지만 12일에 다시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이화그룹 3개사는 계속 거래정지 상황이다. 거래소는 다음달 13일까지 이들 종목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해당 여부를 결정한 뒤 거래정지 지속 혹은 해제를 안내할 계획이다.

하루 만에 다시 투자금이 묶이면서 투자자들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이화그룹 주주연대 대표는 “정지됐다가 재개가 된 것을 보고, 악재가 해소됐다고 생각했다”며 “거래소의 결정을 믿고 투자를 했지만 알 수 없는 기준에 피해가 극심하다”고 주장했다.

거래소의 거래정지와 거래재개 기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사례는 이뿐 만이 아니다. 지난 14일 동반 하한가를 맞은 동일산업, 동일금속, 만호제강, 대한방직, 방림 등 5개 종목의 거래정지에 관해서도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거래소는 폭락한 이들 종목을 하루 만에 모두 거래를 정지시켰다. 급락한 종목들을 하루 만에 거래정지 조치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서는 거래정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거래소가 이번 거래 정지의 근거로 설명한 시장감시 조치 제12조에는 거래상황의 급변 기준이나 거래정지 기간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때문에 거래가 재개되는 시점도 예측하기 어렵다.

거래소 시장감시제도부 관계자는 “규정이 있지만 SG사태에서는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고, 이번 사태에서는 적극적으로 규정을 적용한 것”이라며 “거래재개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시행될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협의하고 있고,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

■거래정지 장기화 종목도 다수

실제 기한 없이 오랫동안 매매 정지 상태인 종목들도 적지 않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거래가 정지된 유가증권시장 종목은 18개, 코스닥종목은 54개다.

이 중 가장 오랫동안 정지 상태인 종목은 코스닥기업 디에스앤엘이다. 디에스앤엘은 2020년 3월 13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이외에도 2020년에 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7개다.

미국과 비교하면 거래정지 장기화 현상이 더욱 잘 드러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사안이 엄중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직접 거래중단 조치를 발동하는 경우에도 매매 중단일이 최대 10영업일을 초과하지 않는다.

국내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원인 사유의 ‘해소’를 거래재개의 요건으로 보는 반면 미국은 원인 사유의 ‘공시’를 재개의 요건으로 본다는 차이가 있다.

거래소는 바로 상장폐지를 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개선 기간 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거래정지 조치가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공시부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무조건 상장폐지를 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개선 기간 등 기업들이 정상화 할 기회를 주고 있다”며 “기업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다 보니 거래정지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보호를 고려하더라도 재산권 관점에서 거래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투자자들이 본인의 재산권이 침해됐을 때 소송을 하다 보니 기업들이 긴급하게 공시를 하고, 이 정보에 기반해 심사를 해서 신속하게 거래가 재개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렇게 하면 비전문 투자자나 미성숙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위험이 있다”면서도 “거래정지가 기한 없이 길어지는 경우 투자자들의 재산권 침해 문제도 있기 때문에 거래 연속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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