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에 홀린 '오일머니'…넥슨 주식 또 샀다
총 10.23% 보유한 4대 주주로 올라서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K-콘텐츠 투자에 적극 나섰다. 국내 1위 게임회사인 넥슨 지분을 추가 매입해 총 약 10%를 확보했다. PIF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투자 회사다.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일본법인은 최근 PIF가 632만1500주를 추가 매입, 지분율이 9.22%에서 1.09%포인트 늘어난 10.23%로 변동됐다고 공시했다. 주식을 매입한 지난 23일 기준 넥슨 일본법인의 종가 2789엔을 기준으로 176억엔(한화 약 16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앞서 PIF는 지난해 2월 넥슨 일본법인에 8억8300만달러(1조587억원)를 투입해 지분 약 5.02%를 확보한 바 있다. 이후에도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9.22%까지 끌어올렸고, 총 투자 금액은 이번 지분 매입을 포함해 2조2500억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다만 PIF가 취득한 지분은 넥슨 측이 보유한 일본법인 지분 규모에는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말 기준 넥슨 일본법인 지분은 넥슨 지주회사인 NXC (29.4%), NXC 자회사 NXMH(16.8%) 등이 들고 있다. 외부 주요 주주로는 일본 마스터 트러스트 신탁은행(12%), JP모건체이스 은행(10.3%) 등이다. NXMH가 NXC 자회사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PIF가 넥슨 4대 주주인 셈이다.
PIF가 넥슨 지분을 매입한 방식은 장내 매수 형태다. 이에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투자가 목적이지만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것은 넥슨의 경쟁력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지난해 연간 매출 3조3946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PC·모바일 라이브 게임의 안정적 성과에 힘 입어 역대 분기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넥슨의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올 1분기가 처음이다
PIF는 지난해 2~3월 엔씨소프트에도 약 1조904억원을 투입해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PIF가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은 9.3%로 김택진 대표에 이은 2대 주주다.
이밖에도 지난 2월 PIF 산하 새비 게임스 그룹의 100% 자회사 나인66는 위메이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사우디와 중동 지역 진출을 가속화하고 위믹스 생태계 확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유니콘 게임사 시프트업 본사에 PIF 관계자가 방문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새비 게임스 그룹은 지난해 1월 출범한 뒤 일본의 닌텐도, 미국의 일렉트로닉아츠(EA), 중국의 e스포츠 기업 VSPO, 스웨덴의 게임 퍼블리싱 회사 엠브레이서 그룹 등의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 4월에는 미국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스코플리’를 49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처럼 PIF가 게임산업 투자에 적극적인 배경은 석유 중심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제 다각화를 목표로 내걸은 '비전 2030' 슬로건 때문이다. 새비 게임즈는 2030년까지 380억 달러(약 50조 8000억원)를 게임 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우디는 향후 7년 이내에 250개 게임회사 및 스튜디오를 유치하고, 3만9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국내총생산(GDP)의 1%를 게임산업이 기여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알려졌다.
게임업계에서는 PIF가 넥슨, 엔씨소프트 외에 국내 게임사에도 추가로 지분을 투자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PIF가 펄어비스, 네오위즈 등 게임사도 물망에 올려놓았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가 게임을 비롯해 K팝 등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라며 "해외로 나가보면 문화 강국인 한국의 위상이 피부로 와 닿는다. 그만큼 게임사들의 콘솔 게임 개발에 대한 세제혜택 등 정부의 지원사격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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