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감사 결정하고 거짓말한 감사원 사무처의 전횡
감사원이 지난 1월 감사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를 감사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감사계획에 포함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월 연간 계획 발표 때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계획을 의결한 바 없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 결정이 있었는데도 감사원 사무처는 이를 감추며 거짓말했고, 감사도 뭉개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위법 소지도 있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향신문이 27일 확인한 지난 1월12일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감사위원들은 이태원 참사의 대응 책임이 있는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감사원 사무처가 하반기 실시 의견을 제시하자 상당수 감사위원들은 조기 실시를 주장했다. 한 감사위원은 “가능한 한 빨리 착수해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감사위원은 상반기로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이에 최재해 감사원장이 연내 감사를 실시하되 시점을 특정하지 말자는 절충안을 냈고 그 안대로 정리됐다. 연내 감사는 기정사실이 된 것이라 감사원의 연간 계획에 사회적 재난의 대비체계를 감사한다는 내용으로 반영됐다. 이런데도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가 명시되지 않았기에 이태원 참사 감사계획이 없다는 발표는 문제없다고 한다.
감사원이 사실을 호도하며 늑장을 부리는 사이에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참사 실무 책임자들은 줄줄이 풀려나고 있고, ‘윗선’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당사자 몰주의” 운운하는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같이 피해자 탓하며 유가족을 두 번 울리는 막말도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참사 후 200일을 훌쩍 넘긴 지금도 거리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 역시 유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항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의 온전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서는 수사 외에 정부기관 대처에 대한 조사가 당연히 필요한데도 감사원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탁상행정이다.
인권위는 지난 26일 전원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 심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내기로 했다. 유가족들은 지난 20일 국회 앞에서 특별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패스트트랙에 오르면, 240일 이후 입법 절차가 진행된다. 빨라야 내년 2월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마저도 반대하고 있다. 참사 이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 끌기만 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30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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