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랜더가 그립지 않다, 사이영 노리는 휴스턴의 새 에이스[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벌랜더가 떠났지만 그가 그립지 않다. 휴스턴은 벌랜더를 대신할 수 있는 에이스를 찾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지난 오프시즌을 가장 조용히 보낸 팀 중 하나였다. 들어온 전력은 없고 나간 전력만 많았다. 사이영상을 수상한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가 FA로 팀을 떠났고 주전 1루수 율리에스키 구리엘도 떠났다. 불펜의 윌 스미스, 안방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내야의 알레드미스 디아즈까지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새로 입단한 선수는 1루수 호세 아브레유 정도였다.
휴스턴은 워낙 탄탄한 선수층을 가진 팀. 구리엘의 자리를 아브레유가 채우게 된 만큼 큰 전력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가장 우려가 된 것은 바로 벌랜더의 공백이었다. 현역 최고의 커리어를 가진 투수인 벌랜더는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누군가 그를 대체하기는 어려운 선수였다. 벌랜더가 빠진 휴스턴 로테이션에 더는 위압감을 주는 에이스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기우였다. 휴스턴은 올시즌 최고의 에이스 중 한 명을 보유한 팀이다. 바로 벌랜더의 자리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좌완 에이스 프램버 발데스 덕분이다. 발데스는 6월 27일(한국시간)까지 15경기에 선발등판해 99이닝을 투구하며 7승 5패, 평균자책점 2.27, 104탈삼진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2위(ML 2위), 이닝 4위, 탈삼진 8위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발데스보다 더 뛰어난 피칭을 펼치고 있다고 자신있게 손꼽을 수 있는 투수는 없다. 승수가 다소 아쉽지만 평균자책점은 전체 1위인 셰인 맥클라나한(TB, ERA 2.23)을 바짝 추격 중이다. 맥클라나한보다 더 뛰어난 이닝 소화력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오늘 사이영상 투표가 시작된다면 맥클라나한과 박빙의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1993년생 좌완 발데스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다소 '애매한' 투수였다. 2018년 데뷔해 첫 4시즌 동안 기록한 성적은 67경기 313이닝, 24승 17패, 평균자책점 3.74. 준수한 투수지만 에이스라 부르기는 어려웠고 기복도 있었다. 부상으로 인해 단축시즌을 제외하면 규정이닝도 채운 적이 없었다. 3-4선발 정도의 재능을 가진 선수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달라졌다. 지난해 발데스는 31경기 201.1이닝을 투구하며 17승 6패, 평균자책점 2.82를 기록했다. 생애 첫 풀타임 규정이닝을 소화한 시즌에 200이닝을 넘기며 아메리칸리그 최다 이닝 투구 투수가 됐다. 올스타에 선정됐고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5위에 올랐다. 부상에서 복귀한 벌랜더가 사실상 '6일 로테이션'을 소화한 가운데 이닝이터로 휴스턴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성적이 더 올랐다.
가장 큰 변화는 구속의 증가다. 싱커(투심)을 주무기로 삼는 발데스는 원래 평균 시속 92-93마일 정도의 싱커를 던지는 투수였다. 하지만 2021시즌 시속 92.5마일이던 싱커 평균 구속이 지난해 93.9마일로 올랐고 올해는 무려 95.5마일까지 급상승했다.
MLB.com에 따르면 발데스는 2018-2022시즌 던진 공 중 단 11.7%만이 시속 95마일 이상인 투수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싱커의 평균 구속이 시속 95마일을 넘기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장착한 '뚝 떨어지는' 커터의 위력, 2스트라이크 이후 커브 일변도의 피칭을 보이던 예전과 달리 2스트라이크 이후 다양해진 레퍼토리의 변화 등이 올시즌 발데스의 맹활약 비결로 손꼽히고 있다.
다만 여전히 불안요소도 있다. 발데스가 허용하는 타구의 평균 속도는 무려 시속 91.7마일. 이는 리그 평균(88.4마일)보다 훨씬 빠른 기록이다. 강타 허용비율도 44.4%로 리그 평균(36.1%)보다 훨씬 높다. 허용하는 타구 질을 바탕으로 산출되는 기대가중출루율(xwOBA)는 올시즌 0.303으로 리그 평균(0.315)보다 조금 좋은 수준이다. 기대 평균자책점은 실제 평균자책점보다 훨씬 높은 3.72에 달한다.
또 구속 상승과 함께 싱커의 탄착군이 예년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데스는 싱커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답게 허용하는 타구의 65% 이상이 땅으로 향하는 '땅볼 투수'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땅볼 비율이 58.1%로 떨어졌다. 여전히 리그 평균(44.7%)을 훨씬 웃도는 수치지만 싱커의 탄착군이 높아진 것과 연결될 수 있는 현상인 만큼 향후 성적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반기 엄청난 기세를 보이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휴스턴은 그 뒤를 따르며 착실하게 가을야구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에이스의 자리를 확실하게 이어받은 발데스가 있다. 과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발데스가 올시즌을 어떤 모습으로 마칠지 남은 3개월의 활약이 주목된다.(자료사진=프램버 발데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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